메뉴 건너뛰기

후기 덬서모임4월) 대성당 -레이몬드 카버/김연수
331 1
2021.04.30 17:00
331 1

독서방 독서모임 한다길래

도서관 가서 하나 빌려와서 읽었다.


책 제목은 예전에도 많이 들었었는데

난 장편인 줄 알았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대성당 건립과 관련된 집념과 음모가 뒤엉킨 이야기인 줄.

그러나 알고 보니

현대인의 불안이 가득 담겨있는 단편모음집이었고요.


첫번째 작품 <깃털> 읽고서는

별로 적응이 안 되고 재미가 없어서 

표제작인 맨마지막 작품 <대성당>으로 건너뜀.

하지만 <대성당>도 난 그닥이었어.

마지막이 좀 신선하긴 했지만

그 순간만으로 앞의 긴 부정적 시간들을 극복하기엔

나에겐 좀 부족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추천 많이 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었는데

이건 또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라

그나마 희망적인 끝맺음이라는 작가의 말이

잘 와닿지 않았어.

어쨌든 그래도 그 작품 때문에 

다른 나머지 작품들을 읽을 의지는 생겼다.


읽으면서 내내

깊은 강 위 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

발 밑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쩍쩍 나는데

섣불리 발걸음을 떼지도 못하겠고

다리는 완전 굳어서 달라붙어버린 듯한 느낌.

바로 다음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운 겨울강물 속으로 처박힐 거라는 걸

아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

혹은 어쩌면 

갈라지기 시작한 지점을 벗어나려

온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데

바닥의 균열이 나보다 훨씬 빠르게 앞서나가는 걸 

볼 수 밖에 없는 느낌,

그 무력감과 절망이 계속 내게 와서 부딪히는 느낌.


인생에서 너무나 일상적인 불행과 고난들

- 충동적인 결혼 혹은 임신, 죽음,

실직, 집을 잃는 것, 알콜중독, 배우자의 배신,

소통의 부재, 낯선 이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이

너무 나 같고, 내 주변인 같아서

전혀 환상이 생기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펼쳐지는 걸 읽으며

조금은 괴롭고 조금은 무섭고 그랬다.

나로서는 마치 한 권의 공포소설을 읽은 느낌이야.


어쨌든 여기 독서방에서 독서모임 한다고 할 때마다

의견 내놓고 참여는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처음으로 마음먹고 읽어서 숙제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함.

혹시 <대성당> 읽은 덬들 있으면 어땠는지 매우 궁금해.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힐 보 X 더쿠💙] 건조함에 지쳤나요? 네! 바이오힐 보 #급쏙수분듀오 <바이오힐 보 #히알셀™ 하이드라 2종> 체험 이벤트 266 07.01 28,37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727,82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689,90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997,868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244,491
공지 알림/결과 📚도서방 챌린지 & 북클럽 & 오늘의 기록 & 올해의 책📚 59 22.01.14 61,33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974 잡담 가끔 교보문고 지점에서 10% 할인된다는 문자 오는 거 있잖아 2 10:53 153
29973 알림/결과 [토지챌린지 시즌2] 23주차 7월 3일 2 10:09 41
29972 onair [도서방 오늘의 기록] 240703 3 10:02 38
29971 잡담 도서전 은행나무 부스에서 구입한 블라인드북 3 09:34 256
29970 잡담 도쿄타워 같은 책 또 있나? 08:47 109
29969 알림/결과 📚 삼체 챌린지 34일차 (3부 사신의 영생 ~550 페이지 / 68%) 2 08:37 50
29968 잡담 혹시 도서전에 왔던 부스 중에 향기로 책을 큐레이팅 해주는? 부스 알아? 3 08:31 245
29967 잡담 피프티피플 하루도 안되서 다 읽었어 1 02:21 250
29966 잡담 이끼숲 좋은데? 1 00:31 230
29965 잡담 요즘 신형철 책에 관심이 가서 읽고 있어 2 00:01 270
29964 잡담 카페에서 책읽을 때 9 07.02 734
29963 잡담 몰락의 에티카 극상난이도지만 배울 건 많다고 여겨지는 전공같음 3 07.02 298
29962 잡담 몰락의 에티카 재밌는데 너무 힘들어 3 07.02 378
29961 잡담 귀신들의 땅 읽어본 덬? 한 1/3까지 읽었는데 계속 읽을까 ㅠㅠ 11 07.02 383
29960 잡담 밀리 한 달에 몇 권 읽으면 이득이었지? 5 07.02 637
29959 잡담 혹시 한국어로 된 책 중 갱지로 된 책 있어? 3 07.02 308
29958 잡담 해리포터 살말 골라줘 10 07.02 414
29957 잡담 무슨 일을 하든 걱정을 존나 하는 스타일인데 혹시 추천해줄 책 있을까 2 07.02 329
29956 잡담 요즘 일 안해서 시간이 남는데 토지 시작하는거 어떨까? 2 07.02 301
29955 후기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후기 5 07.02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