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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여름을 맞아 레몬향 향수 5종 시향 후기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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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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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향수 카테에 부쩍 레몬향 향수, 시트러스 향수 찾는 글이 많아져서 랑방 걸 인 카프리 시향기를 쓰는 김에 내가 기억하는 다른 레몬향 향수들 소개도 탈탈 털어봤어ㅋㅋ


라인업은 단촐한 편이야ㅎㅎ 내가 레몬향은 이미 이 안에서 정착해서 쓰고 있기도 하고, 비싼 브랜드에도 뭐 많겠지만 레몬향 향수들엔 돈 많이 쓰기 아까움. 왜냐하면 지속력이... 시트러스 중에서도 레몬향은 제일 빨리 없어지는 조루 중의 조루.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를 잡으려 두 손을 휘젓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깨닫게 하지만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여름이 오기 때문에.


<시향 후기>

1. 랑방 걸 인 카프리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레몬 버전. 지속력도 비슷하고. 숙성시킨 레몬청으로 칵테일 한 잔 타고 시럽도 조금 넣어서 멋도 내고 그 위에 레몬 조각 하나 올려둔 것 같은 향. 지방시 레몬파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기대했던 향이 이런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자몽도 살짝 스치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딱 향의 표제로 레몬을 썼다는 걸 알 수 있어. 물향을 싫어하는 사람이면 컨디션에 따라 멀미를 할 수 있음. 그리고 변향되면 진짜 미지근한 차량용 방향제 같을 것 같아.. 이것을 차에 두지 마시오.

달달하게 가공된 느낌이 있고 랑방 특유의 뭉근하고 은은하게 깔리는 잔향 때문에 확실하게 향수로 인식되는 향이야. 그래서 랑방 기존 시리즈라든지 소위 말하는 '여성스러운 향수'를 평소 써오던 사람들한테는 "오 이거 정말 상큼한 레몬향!" 으로 느껴질 것 같고 온리 네이처 자연의 맛 야생의 레몬을 찾아다니던 사람들에게선 "엥 이거 완전 달달 프루티한 향수 냄새 아니냐?" 라는 반응이 나올 듯. 그만큼 이미지 메이킹이 잘 되는 향이란 뜻이고 한국에서 잘 먹힐 향이라는 얘기지. 바다가 보이는 휴양지에 놀러가서 선글라스 끼고 스커트에 뿌리고 싶은 향, 혹은 그런 여름 휴가를 기다리며 늦봄부터 뿌리고 싶은 향


2. 록시땅 레몬 버베나

애초에 버베나 자체는 풀이기 때문에ㅇㅇ 잎사귀의 녹색빛 싱그러움이 잘 느껴지는 잔향이지만 막상 쓸 때는 초반 레몬이 되게 쎄게 코를 치고 다가옴. 이 한 방이 다했다. 눈 번쩍 뜨이는 날카로움에 엌!!! 하고 나면 활력이 주입되어 있는 느낌. 얘가 조루향수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이유도 시트러스 향의 태생적 한계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초반의 이 킥이 워낙에 쨍하고 강렬해서 그 뒤에 오는 잔향은 나는 줄도 모르게 코가 못 느끼고 지나가기 때문 아닐까 함. 하지만 잔향이 존재감이 없다 없다 해도 그 특유의 물기 머금은 그린노트 밸런스는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향이어서 역시 브랜드 간판 상품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 실제 자연에서 찾으려면 없지만 맡았을 때 전혀 인공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녹색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게 되는 향. 폭염 또는 장마일 때 그 어느 향수보다도 빛을 발하는 향.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향.

이 제품은 나한테 과일빙수나 화채 같은 계절한정상품 느낌이야. 겨울에 아이스크림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냉면 먹는 사람도 있고 팥빙수 찾는 사람도 있지만 겨울에 후식으로 과일빙수나 화채 찾는 사람 잘 없잖아. 하지만 여름 되면 꼭 한번씩은 생각나는 음식이지. 그리고 한여름 무더위 땡볕에 웬만한 음식은 다 상하고 입맛도 없고 무언가를 사러 나가기조차 벅찰 때 냉동실 구석 한 켠 락앤락에 그 언젠가 만들어 먹고 남은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내게 허락된 유일한 양식, 사막의 오아시스랄까..


3. 4711 레몬 앤 진저

정직한 레몬워터 느낌. 물향 오이향 극극극혐해서 내 향수로는 복숭아, 배, 수박, 하다 못해 생화향까지도 거른다! 하는 사람이라도 이 향수는 한번 테스트해보길 바람. 진저가 너무 강하거나 맵지 않으면서 딱 시원하고 비리지 않을 정도로만 알싸하게 틀을 잡아주고 있어서 괜찮아. 록시땅보단 레몬의 날카로움은 살짝 깎여있고 풀향은 거의 나지 않아. 잔향이 정말 좋은데 계곡물로 손을 씻고 나온 다음 살갗에 남은 물기가 마르고 난 후의 흔적을 향수로 만든 느낌이랄까. 얘도 록시땅 버금가는 조루지만 코를 박아야 미세하게 알 수 있는 살에 남은 잔향이 이게 아주 매력적임. 10대의 아주 어린 친구들한텐 왠지 이 잔향이 묘하게 어른 느낌 난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근데 그 미묘한 밸런스 덕에 찐캐주얼부터 여름 오피스룩까지 어느 옷차림에도 편하게 뿌릴 수 있어. 가격도 저렴한 편.

심플하지만 그래서 컨디션을 타지 않는 향. 향수를 남한테 잘 보이기 위해 뿌린다는 접근이 절대 잘못됐다는 건 아닌데, 내가 썼을 때 머리 아프고 울렁이고 불편한 향은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나랑 잘 어울린다 해도 그 향 뿌리기 싫잖아. 이건 레몬 자체가 싫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잘 쓸 수 있어. 전날 오만 술로 달려서 알코올의 ㅇ만 봐도 토할 것 같은 날이 아니면!

(참고로 그런 날에도 뿌려봤는데 얘까진 괜찮았다. 이건 아마 전날 그 찬란한 주종 리스트에 레몬소주가 없어서 가능했던 것 아닐까 시퍼요...)


4. 구딸 파리 오 드 아드리앙

처음에 톡 쏘는 듯 시긴 하지만 록시땅 버베나보다는 그래도 점잖고, 시간이 지나면 많이 달지는 않지만 어딘가 사탕처럼 코를 간질이는 드라이한 레몬향 허브와 가벼운 우디함이 섞여 레몬트리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을 때 내 몸에 밴 자연의 레몬향 느낌이야. 아닉구딸은 니치 브랜드 중에선 향을 만들 때 브랜드 자아표출을 덜 하고 좀 우직할 정도로 향의 주제에 충실한 편인데(오히려 그래서 돌직구스럽게 훅 다가오는 향을 맡으면 이거 아닉구딸인가? 하게 될 때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아표출이란 산타마리아노벨라나 세르주루텐, 티에리 바서의 겔랑 같은 거) 다른 패션향수에 비하면 확실히 니치 하우스만의 섬세함과 자연의 느낌이 나. 그리고 지속력은, 확산력 기준으로는 매우 조루인데 피부에 달라붙기로는 다른 애들보다 오래 가. 나 레몬 향수 뿌렸소!!!! 하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는 향이 아니라, 누군가와 악수하려고 손을 쓱 내밀거나 누군가의 옆에 살짝 기댔을 때 살냄새와 섞여 가만히 느껴지는 포근하고 좋은 레몬트리. 일랑일랑이 들어서 가능한 연출인데, 일랑일랑의 차분함이 향내음처럼 느껴져서 꺼리는 덬들도 얘는 잘 쓸 수 있을 거야. 우리나라 여름처럼 습도 높은 때에 뽀송하면서도 덥지 않은 느낌으로 쓰기 좋아.

깔끔한 룩일 때 손이 가는 향. 오피스룩에도 잘 어울려. 캐주얼엔 조금..? 쌩얼에 야상+청바지+스냅백+운동화 차림으로 잠깐 집 앞 마트 다녀오려고 나가면서 오드아드리앙을 뿌린 적이 있는데, 여름밤 담장에 핀 풀꽃과 가지가 바람에 흩날릴 때 실려온 이 향이 밤산책에 너무 잘 어울리는 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향의 완성도에 비해 내 옷차림이 지나치게 후줄근하다 느껴 혼자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어. 캐주얼에 뿌리더라도 원피스라든지 흰티에 핏되는 청바지 정도로는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어울릴 듯.


5. 프레쉬 슈가레몬

시원한 사이다 베이스의 새콤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 향. 카프리에 비해 훨씬 쨍하고 밝고 가벼움. 카프리의 달달한 레몬은 좋지만 여름에 쓰기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 촉촉한 느낌이 입욕제랑도 닮아서 클린 샤워 프레시가 잠깐 떠올랐는데, 샤워 프레시가 오렌지 계열의 과일이 초반에 스치고 나면 과일향 바디워시 느낌으로 뭉뚱그려져 마치 씻고 나온 욕실 부스 내 수증기의 잔향처럼 수렴한다면 슈가레몬은 확실히 레몬 느낌이 나고, 자세히 맡아보면 설탕의 알갱이가 크게 달라붙어 있는 질감 같은 게 느껴져서 체감상 샤워 프레시만큼 습하지는 않고 약간 더 가벼워. 다만 이 부분 때문에 사람에 따라 슈가레몬을 방향제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음. 클린 웜코튼을 잘 썼고 물향에 거부감 없는 사람이 좀 더 달달하고 촉촉한 레몬향을 쓰고 싶다면 권할 만해. 잔향에 가면 설탕 알갱이가 온도 때문에 녹아 스며들듯이 레몬향+설탕향이 합쳐져 부드러워짐.

향수 이름대로 직관적으로 풀어낸 향이기도 하고, 프레쉬 브랜드 자체가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어울리는 것 같아. 복잡하지 않은 향기가 한동안 대세였지. 그간 일반적인 여성향수들이 내 라이프 스타일에 비해 어딘가 맞지 않게 꾸민 느낌이 들고 뭔가 향수가 만드는 이미지조차 가면의 연장인 것 같아서 조금은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추천.



<요약>

1. ㅅㅏ탕에 비유하면
아드리앙은 선키스트 레몬맛처럼 코팅된 사탕막 안에 레몬시럽과 작은 꽃잎을 넣은 수제사탕
카프리는 프루팁스 트로피칼믹스 통에 든 레몬젤리
4711 레몬은 사탕이 생각나진 않아 레몬워터 그 자체야. 그래도 굳이 사탕에 비유해야 한다면 레몬맛 목캔디?
프레쉬 슈가레몬은 각설탕 통에 빠진 새콤달콤 레몬맛
록시땅 버베나는 짱셔요쯤 될 듯..


2. 레몬의 쨍한 정도
록시땅>슈가레몬>오드아드리앙>4711>>(자연과 속세의 벽)>>>카프리

3. 달달한 정도
슈가레몬>카프리>>>오드아드리앙>4711=록시땅

4. 확산력
그만 알아보자

5. 지속력




<기타 잡담>

1. 이브로쉐 버베나는 올영 세일 기준 가성비 최고의 훌륭한 드라이 버베나이지만 지속력이 조루를 넘어 신기루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그만큼 자주 뿌리다 보면 결과적으로 다른 향수들이랑 큰 가격 차이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나한테 영업당해서 이거 산 친구가 록시땅 버베나보다 지속력이 하찮다며 이런 걸 오드뚜왈렛으로 내놓다니, 이게 나라냐,

2. 펜할리곤스 쿼커스의 앙증맞은 노란 리본에 속으면 안 된다. 얘는 프라그란티카에서 ck one의 정돈된 상위호환 소리를 듣는 스킨향

3. 록시땅엔 온고잉 스테디셀러인 레몬 버베나 말고도 시트러스 버베나가 있음. 신선하고 잘 익은 자몽을 짜내서 즙을 내고 레몬을 띄운 듯 기존 버베나랑 비교하면 쌉쌀한 느낌이 거의 없고 오히려 카프리가 살짜기 떠오를 정도로 부드러운 향이야! 둘 중에 여름 향수를 남한테 추천하라면 시트러스 버베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물향이 좀 있으므로 물향에 취약한 덬들은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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