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우리 고양이 더 오래 같이 살 줄 알았는데 간부전으로 보냈어
PSS 진단 받아서 수술도 고려했는데 문제되는 혈관 말고도 다발성 혈관이 발견돼서 수술 시도 해보지도 못함
병원에서도 길어봐야 수개월이라고 했어 말이 수개월이지 사실상 마음의 준비 하라는 말이었겠지
병원 다니면서 검사하고 수액맞고 약먹고 간보조제 유산균 먹이고 애써봐도 한달만에 상태가 훅훅 안 좋아지더니... 가버렸다
애가 병원 가는걸 너무 싫어해서 막판엔 스트레스 받지말고 집에서 편하게 보내주려고 걍 병원도 끊었어
동방에 병원 데려가는거 그만 두려고 하는데 어떻냐고 물어봤을때 토닥이는 댓 달아준 덬들 덕에 내린 결정이었고
고양이 마지막 기억이 병원이 아니라 가족들 품이여서, 집에서 인사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말라가는거 너무 가슴 아파서 지금이라도 병원 들고 가야하나 ... 고민 많았지만 집에서 케어한 거 잘 한 선택이었다
가기 전날 새벽에 배변 실수 해서 누운채로 똥오줌을 다 싸놓고 그 위에서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다가 아침에 발견됐다
나는 금요일에 출근하느라 어쩔 수 없이 외출했는데 두시부터 경련하고 숨이 넘어갈거 같더래
동생이 조금만 일찍 퇴근할 수 없녜서 사장님께 사정 이야기하고 한시간 일찍 퇴근 한 덕분에 고양이 마지막은 내가 봤다
가족들 잠깐 눈 뗀 사이에 나만 계속 만져주고 토닥여주고 있었는데 숨 크게 막 몰아쉬더니.. 경련하다가 훅 힘빠지면서 갔어
눈 동공도 풀리고... 힘이 쭉 빠지는데 너무 놀라서 가족들 부르면서 막 눈물 펑펑 흘림
낮부터 힘들었을텐데 나 보고 가려고 저녁까지 버텼나 고맙고 기특하고....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약해졌는데 차라리 잘됐다 편히 쉬어라 함서 가족들이랑 엄청 울었어
다음날 화장 했는데 전날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장례식장 나오니까 비가 맑게 갰더라
하늘 가는 길 맑게 개어서 잘 가겠구나 싶어서 안심도 되고...
받아든 유골함이 너무 작고 가벼워서 또 속상했어
우리 가족은 따로 메모리얼 스톤 같은건 안 하기로 해서 유골도 나무 상자에 받아왔어
시골 할아버지 댁 가서 묻어주려고해
메모리얼 스톤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자연으로 보내주는게 맞을거 같아서 사진으로만 추억하려구
동생이 나가 살면서 데려온 고양이였고 본가 들어오면서 같이 살게 됐는데 사회성이 너무 없어서 사납고 입질하는 고양이라 솔직히 내가 되게 싫어했었어
지금 생각하면 우리 가족이 얘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던것 처럼 고양이도 동생 외에 다른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겠지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본적으로 까칠한 녀석이 점점 순하게 굴고 안아주면 골골거리는게 얼마나 기특하고 이쁘던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줬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이별하게 될 지 몰랐다
캣타워도 못 버리겠고 사료도 간식도 아직 그대로 있어
떠나보낸지 몇달 된 것처럼 아득하게 예전 일 같으면서도 걍 너무 그립고 보고싶어
집에 고양이가 없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디선가 웅냥거리면서 도도도 나와서 반겨줄 거 같아
정수리에 옆구리에 코박고 싶어 귀여운 콧잔등을 잔뜩 긁어주고 싶다
우리 가족이랑 지낸 시간이 행복했길 바라고 더는 아프지 말고 나중에 하늘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땐 꽉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넌 최고의 고양이였다고 말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