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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에이티식스 1기 2차 정주행 후기(원작스포많이섞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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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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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식스 2회차 끝냈다ㅎ...

이 애니는 어떻게 된 게 봐도봐도 말할 게 많이 나와서

꼭 말하고 싶은 것만 다루고 넘어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음.

여튼 재주행하면서 특별히 주의해서 본 것들 위주로 후기 시작!


(개인적인 해석들이라 틀릴 수도 있음!)

(직접 읽거나 검색으로 찾아본 원작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있음!! 어떤 스포가 나올 지 모르니 아직 원작을 모르는 덬들은 주의할 것!)




1.기찻길

비행기가 쉽게 돌아다닐 수 없는 세계관이고, 전쟁통에 성한 도로도 많이 없을 테니까 당연히 기차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겠지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할 때도 많아서 살짝 염증을 느낀 요소.


1쿨 오프닝에선 대놓고 신 앞에 놓여 구속, 단절을 의미하고, 

1쿨 마지막화에서 레나가 신 일행이 떠난 기찻길 너머를 바라보고,

1쿨1화, 2쿨1화에서 에이티식스들이 전투를 시작할 때 선로를 따라 달리는데 그 끝에서 레기온들이 우글우글 몰려오고, 

2쿨 오프닝에선 죽 따라 달리니 퍼렇게 불타는 키리야가 있고, 

2쿨 9화에서 라이덴이 신과 대화할 때 라이덴 뒤쪽 선로는 문제없지만 신의 뒤쪽 선로는 막혀 있고(미래로 가는 길을 없다는 듯이), 

심지어 마지막화에서 드디어 애들 만날 때 레나와 신 사이에 또 기찻길이 놓여 있어!!! 그만하라고!!!! 선로 그만 놓으라고!!!! 차라리 아스팔트를 깔라고!!!

그 기찻길을 죽 따라 달리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만 같잖아. 항상 길 끝에 파란 죽음(레기온)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다들 그 끝을 향해 달려가냐고. 가지 말라고. 정 가야겠으면 혼자 가지 말라고.


그래서인지 마지막화에서 주역 6인이 서 있는 자리에 선로가 끊어져 있는 게 되게 의미있어보였음. 더이상 그 끝에 죽음은 없다. 이제 희망이 가득하다는 뜻 같아서. 


(근데 4,5권 주요 전장인 공화국과 연합왕국 갈 때 또 기차탈 거니까 2기에 또 기찻길 많이 나오겠네...)




2.중요 조연들

이 파트에서 말하고 싶은 인물은 셋. 아네트. 프레데리카. 그리고 키리야.


아네트는 레나의 절친이지만, 레나의 뜻에 동조해주지는 않아. 항상 에이티식스에 대해 회의적이던 아네트가 어느 날 격분하는데, 왜 그렇게 비관적이었는지가 나오지. 

옛 소꿉친구 가족을 못 지켜서, 아버지가 그 죄책감(과 비윤리적인 인체실험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자살했으니까.

저번에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지킬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거야. 

그때 아네트는 어렸고, 아무 힘이 없었으니 그런 트라우마가 생겼겠지.(그래도 하나뿐인 친구한테 막말을 퍼붓는 건 나쁜 행동이야.)


근데 말이지, 만약 아네트의 아버지가 딸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을 강행했다면, 

(결국 나중에 들켜 끌려가더라도) 아네트가 이렇게 후회하고 힘들어할 일이 안생기지 않았을까? 

원덬은 그래서 아네트의 아버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어.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고, 

옆집 가족을 지켜줬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 지 모르니 두려웠겠지. 

그래도 그 일이 옳다고 믿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결행했으면. 

그랬으면 다들 지금보단 덜 아프지 않았을까. 


레나는 옳다고 믿은 일을 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고, 결국 그 끝에 보상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아네트가 조사대상이 된 에이티식스만은 숨겨줄 수 있었을 거라 하잖아. 근데 그런다고 신이 좋아했을까? 더 큰 파국이 그려지는 것 같은데?)


(4권에서 아네트가 신에게 사과하려 애쓰는 내용이 나오는데, 신은 과거의 기억이 거의 없어서 아네트가 뭘 미안해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해. 나중에 기억이 좀 돌아온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별 생각이 없는 걸 보면, 아네트의 막말은 상처 축에도 못 낄 만큼 고초를 많이 겪었다는 거겠지ㅠ 결국 아네트의 죄는 아네트 혼자 기억해야 하고, 그 업은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거야. 어쩌면 그게 아네트가 '가해자 민족'으로서 받아야 할 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프레데리카는 작중 만악의 근원인 제국의 마지막 황손. 무언가를 하려 해도, '벌'을 받기에도 너무 어린 아이. 

2쿨 2화에서 프레데리카는 (만난 지 한 달 된)언니오빠들에게 자신을 원망하라 말해. 

나이가 어린 데도 자신의 신분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거야.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프레데리카가 잘못한 건 전혀 없는데.


대통령이 현명하게도 마지막 황제가 죽었다고 발표한 덕에 지금은 보호받으며 평화(?)롭게 살 수 있지만, (원작 전개상)그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먼 훗날 전쟁이 끝나고 대중들이 신상필벌을 따질 때, 프레데리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키리야도 잘 보내줬으니 더이상 프레데리카가 누군가를 보낼 일이 없었으면.


그리고 키리야.

작중 신의 대척점 비슷한 인물로 키리야가 나오는데, 

키리야는 만약 신이 모든 걸 잃고,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했을 때 겪을 미래를 의미한다고 생각해. 

(만약 신이 레기온이 된다면 인류는 그냥 멸망하는 거야 희망은 없어.)


생전에 매우 잘 싸웠나봐. 그 거대한 몸체로 근접전도 잘 하는 걸 보면. 

레나 지휘하의 에이티식스 군대가 지원하고, 프레데리카가 시선을 안끌어줬으면 

(만약 신의 다른 동료들이 낙오되지 않고 같이 싸웠어도) 이기기 힘들었을 상대였어. 

짧게 나왔지만 그렇게 죽기엔 아까운 인물이었단 괜한 생각이 들고. 

만약 프레데리카와 '함께' 제국을 탈출했다면 미래가 조금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근데 환상 속에서 신과 마주할 때, 신이 떨어지려는 키리야의 손을 다시 잡더라. 

방금까지 처리하려고 그렇게 싸웠으면서, 

얼마나 죽고 싶었으면. 아니 혼자 살기 싫었으면 그랬을까. 


(그건 그렇고 젊은 후기지수들이 레기온이 되거나 에이티식스가 되어 가시밭길을 걷다니 노우젠 집안에 액이 끼었나...ㅠㅠ)




3.권총

형의 마크를 따라한 신의 해골 마크는 어느 순간부터 '저승사자'의 상징처럼 느껴지고, 권총은 가망없는 동료들을 보내주는 데 사용되지. 

그 별명을 스스로 지었을 리는 절대 없고, 동료들을 보내주고 그들을 '기억'하는 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근데 신은 단 한번도 그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적이 없다더라. 매번 자신 혼자 살아남았으니까,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는 거야. 결국 전쟁의 끝에 도달할 사람은 신 혼자뿐이니까. 


얼마나 외로운 길이야. 티는 안내지만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힘들텐데. 2쿨 초반에 유진을 보내줄 때, 잔뜩 힘이 들어간 얼굴로 방아쇠를 당기는 걸 보면 신도 이 행위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거야. 

근데 프레데리카가 몇 번 말하지. '이타심 깊은 저승사자' 라고. 

타인의 고통을 나몰라라 하지도 못할 만큼 다정하고 (원덬이 보기에)은근 마음도 여리면서, 그렇지 않으면 누가 그렇게까지 하겠냐는 뜻이지. 


후반부에 신이 프레데리카에게 권총을 넘기고, 키리야를 상대하는데 (물리적 말고 상징적으로) 요긴하게 쓰이잖아? 근데 개인적으로 신이 그 권총을 넘긴 게 (신이 안 가지고 있던 게) 엄청나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죽을 생각으로 돌격한 전장에서 또 안죽고 살아남았는데 손에 권총이 들려있었어봐, 레나 만나기도 전에 큰일 날 뻔 했어. 


그리고 (2쿨 오프닝과 더불어) 프레데리카는 그 권총을 분실하고, 총은 부서지지. 

신이 동료들을 직접 보내줘야만 하는 숙명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래놓고 4권에서 시덴이 분실한 권총을 찾아주는데...이거 2기에서 어떻게 표현하려고 그러지? 새로 구하나?)




4.신의 웃음

첫주행에서 신이 형을 생각할 때 짓는 미친 미소들을 보고 이번엔 쟤가 언제 웃나, 어떻게 웃나 주의깊게 관찰했음. 

(형을 상대할 때나 생각할 때 지은 미소들은 전부 빼고.)

그러다보니 신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자세히 보게 됬는데.


생각보다 잘 안 웃더라. 


가끔 웃을 때는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뿐이고. 그것도 되게 기운없이 웃고. 그나마 파이드와 재회했을 때 조금 생기있고.


그런데 관찰하다가 안 건데.

이 애니 남주는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인물이더라. 

위치상 누구도 함부로 다가오지 않고. 배척당하고. 그러지 않고 다가와준 친구는 죽었고.

동료들은 오래 살아줄 거라 장담해줄 수 없어서 든든하게 받쳐주지 못하고. 

죽지 않고 신 곁에 오래오래 살아있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이전에 정 붙인 사람들을 갈수록 더욱 그리워하지. 

그래서 동료들이 전부 죽었다고 오해했을 때 꿈 속에서 제 손으로 본인 기체의 조각을 떼내려 애썼지.

죽은 동료들 곁으로 가고 싶으니까. 더는 외롭기 싫으니까.


1쿨 마지막화에서도 그래. 

왜 동료들을 놔두고 혼자 적진에 뛰어들었겠어. 

더는 누가 먼저 죽는 걸 볼 수 없어서, 그럴 바엔 자신이 먼저 죽는게, 혼자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거겠지.

가끔 그런 사람들 있잖아.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바에야 이게 차악이다. 내가 끝내는 게 낫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분명 숨 쉴 수 있는 틈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눈치챌 기운도 없고. 


그리고 이전 후기에서 1쿨 2화에서 레나와 대화하다가 웃는 장면 보고 그래 호감이지 그럼그럼 이라고 썼는데.

아니더라. 

내가 완전히 잘못 봤더라. 

아무것도 모르던 레나가 한 말에 다들 분위기 어두워졌는데, 마지막에 신이 지은 미소는 아무리 봐도 '호감' 이 아니었더라. 

그럼 비웃음이었을까. 살기였나. 아니면 허무해하는 거였나. 그건 모르겠더라. 

여러 후기들을 봤지만 신이 2화에 지은 '미소'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한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다만 신을 졸졸 따라오던 고양이가 멈춰서서 몸을 떤 걸 보면, 

절대 긍정적인 의미로 지은 미소는 아니었겠지. 




그런 신이 레나와 엮였을 때, 그럴때 지은 웃음들은.(이걸 다 기억한 내가 대단한 건지 그만큼 신이 잘 안 웃은 건지.)


신이 '양치기'에 대해 설명하고 형을 생각하며 잠시 미소를 짓다가, 레나가 함께 싸워 이기자고 말했을 때 맥없이.

레나에게 우리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을 때 체념한 듯이.

공화국에 레기온들이 드글드글 할 때 (순간 동요하고는) 레나가 죽은 줄 알고 서글프게. 


그리고 레나의 생존 사실을 알고, 자신과 동료들을 기억해달라는 소망을 들어주었다는 걸 알았을 때 기뻐하며.

레나가 (신이라는 건 꿈에도 모르고)이름 모를 연방군인에게 여기까지 왔음을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고 용기를 주었을 때 벅차오르며.

무엇보다 죽은 줄 알았던 동료들이 살았음에 어린아이처럼. 


(신이 레나를 만나서 구원받은 것도 있지만, 죽은 줄 알았던 동료들의 생존 소식도 신을 구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사람이 계속 안좋은 일을 겪으면 사고과정이 저절로 부정적으로 흐르잖아. 그런데 '전투 중 낙오되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흐름이 처음으로 깨졌어. 

얼마나 다행이야. 항상 동료들을 먼저 보내기만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전원 생존이 가능하다.' 는 경험이 생겼잖아. 

다들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아니까, 신과 가장 오래 함께한 라이덴이 대표로 '아무도 먼저 가지 않았다' 고 말해준 거지.)


연방군한테 무기를 넘기는 레나를 보면서 살짝(나 다 봤어 임마 엄청 짧게 지나갔지만 너 그 웃음 그거 연심을 품고 지은 웃음 맞지 그렇지?)

프레데리카의 말에 깨달음을 얻고, 앞으로 나아기로 결심했을 때. 

(그때 지은 웃음이 가장 소년만화 남주다운 웃음이었어. 자신감 넘치는 그런 얼굴. 보기 좋더라.)


스스로 '저승사자'라는 정체성을 확립했을 때 자신있게. 

마지막에 레나와 드디어 만났을 때 반갑고 기쁘고 벅차고 행복하고 온갖 감정을 다 담고. 

마지막화 마지막 파트에서 지은 웃음들이 작중 가장 행복하고 자신있는 웃음들이었어. 

그동안 지켜보던 독자들, 시청자들에게 이제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그런 웃음들. 


그리고 레나를 만난 뒤를 기점으로 웃음을 포함한 모든 표정들이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어. 

웃을 때도 전처럼 기운없지 않고 감정을 꼭꼭 담아서 표현하고. 



별개로 신이 싸울 때 지은 표정들말인데, 대공세 때 출격 전 어느 편지를 보고 지은 미소나, 몰포 제거 작전 당시 지은 미소 등등. 

신은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이를테면 유진에 대한 죄책감이나, 죽을 생각하고 있을 때)를 받았을 때,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잊을 만큼 싸움에 집중했을 때 그렇게 웃는 것 같더라. 

오죽 싸움에 몰입했으면 피눈물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동료들이 애타게 불러도 모르고, (그러면서 레나가 외치는 건 용케 놓치지 않고 들었네...)


(그래서 신이 큰 전투에 돌입했을 때 아무 소리 못 듣는 건 스트레스 탓인 줄 알았는데 4권 읽어보니 굳이 스트레스가 없어도 그러더라. 집안 내력인가?)




5.쟤들 도대체 어떻게 사랑에 빠진 거지?

첫 정주행 때는 '너희는 결국 사랑에 빠지겠지 깔깔' 이런 마음으로 봤지만

재주행은 '너희 도대체 어떻게 사랑에 빠졌어??' 라는 마음으로 봤음. 

시각을 달리하니까 보이지 않던 게 보이더라. 

여튼 신과 레나가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되짚어봤음. 


레나가 사랑에 빠지는 건 쉬웠어. 

초고속 진급한 엘리트지만, 레나는 '십대 소녀'야. 

쉽게 설레고, 쉽게 사랑에 빠지기 쉬운 나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놀러다니고 밤새 이불 속에서 첫사랑 이야기할 그런 소녀. 


(카이에 일 이후를 기준으로)매일 밤 에이티식스들과 동등하게 대화하고, 특히 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레나가 신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건 아주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 

원작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니에서 신 목소리가 꽤 매력적이잖아.(나만 그래...?)


그럼 신은 어땠을까. 

예전에는 당연히 사랑에 빠지겠지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다른 덬들이 말한 대로 신이 레나를 사랑하게 된 건 기적이라고 생각해.

나이고 감정이고 다 빼고 신분만 놓고 따지면 하얀 돼지와 가축의 관계인데. 

둘이 사랑은 커녕 어떻게 친해질 수 있겠어.


(역시 카이에 일을 기점으로) 신은 레나에게 동료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레나는 신의 이름을 듣고는 놀라서 레이와 무슨 관계냐고 물어봐.

그리고 둘의 대화에서 레이가 나온 날을 시작으로, 신이 레나와 나누는 사적인 대화량이 많이 늘어났어. 

레나가 처음 망령의 목소리를 들은 날, 신은 레나를 우려하고, 다시 연락하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레나는 물러서지 않았지. 

그리고 저승사자로서 동료를 보내주던 날. 레나는 피하지 않았어. 신이 총을 쏘는 그 순간을 함께해줬어. 


이렇게 신의 삶에 중요한 세가지가 나왔지. 레이, 망령의 목소리, 그리고 저승사자. 


레이에 대해서는, 신은 트라우마 때문에 형에 대한 기억이 온전치 못한 동시에 형을 몹시 그리워하는데, 

형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났음에 무척 반가웠을 테고.

망령의 목소리는, 싸울 때는 요긴해도 평상시엔 항상 짊어지고 있어야 하는 짐인데, 

레나는 두려워도 도망가지 않고 다시 다가와줬고. 

그리고 저승사자로서의 직무는. 

그동안 신 혼자서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책임을 레나가 함께 맡아주었어. 


셋 다 신의 동료들이 덜어주거나 어떻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이고, 동료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맡아준 적도, 맡아줄 수도 없는 것들이었어. 

가장 오래 살아남은 동료들도 자신들이 먼저 죽을 것 같으니까 함부로 위로해줄 수 없고, 크레나 말대로 신을 맡아줄(기억해줄)사람도 없는데. 

동료들이 해줄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거야. 기적처럼. 


신은 매우 고마웠을거야. 힘들어도 자각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암담한데, 레나가 다가와서 부담을 덜어주었으니까. 

레나가 자신처럼 전쟁에 물들어버릴까봐 걱정했는데(5화), 그런 괴물이 된 자신을 피하지 않았으니까.

죽을 게 뻔한 자신과 동료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애써줬으니까. 


어쩌면 신은 그런 레나가 안타깝지 않았을까. 

누구도 죽지 않게 하겠다 말하는 레나가,

결국 죽을 신을 위해 헛된 노력을 하는 레나가,

다들 두려워하고 피하는 신에게 기꺼이 다가와준 레나가,

은방울 같은 레나가, 

너무도 마음쓰이고 안타깝지 않았을까.


그래서 레이를 상대하기 전 마지막 대화에서 차갑게 밀어내고,

이별하던 날 저녁, 레나가 울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함부로 위로하지 않고. 

그저 먼저 가겠다고만 했지. 

(한 번쯤 이름 불러줘도 되지 않았을까. 어떻게 애니 끝날때까지 얘 입에서 레나 이름이 안나오네.)


레나에게 신은 멘토, 든든한 동료, 위험을 미리 알려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 (자각하지 못한 첫사랑) 이었다면.

신에게 레나는 다른이들보다 오래 살아줄테니 처음으로 자신을 맡길 수 있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었겠지. 


그래서 신이 한창 힘들 때, 레나가 죽은 줄 알았을 때는 처음으로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도 보이고, 

레나가 살아서 신을 구해주었을 때, 그동안의 모든 고난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을거야. 

(그리고 더욱 확실하게 반했겠지.)


마지막화에서 드디어 레나와 정식으로 대면할 때, 신은 얼마나 설렜을까. 

(아직 자각하진 못했지만)사랑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는 자리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정확히 정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 사람을 위해 살 것은 확실하니까. 




6.붉은색과 파란색

작중 붉은색은 삶, 파란색은 죽음을 뜻하지. 

이번 재주행은 붉은색과 파란색이 보통 어떻게 쓰이는지(특히 엔딩) 주의깊게 살폈어. 


주인공들의 눈이 푸른 색일 때가 각각 한 번씩 있었는데, 

레나는 스피어헤드 전대원들에게 그동안의 태도에 대해 사과하기 전,

신은 유진을 보내준 직후. 

레나의 눈이 푸른 색인 건 이제 죽음과 절망이 가득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겠다는 뜻일 테고, 

신의 눈이 푸른 색인 건 죽음을 항상 가까이 하는 저승사자의 눈이라는 뜻이었겠지.


신이 레나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살짝 웃은 밤.(양치기 나온 날) 창밖의 달은 푸른 색인데 주변을 붉은 빛이 감싸고 있는 장면. 다만 푸른 달이 더 색이 짙은. 


레나가 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가 혼자 부끄러워할 때, 껍질을 깐 초콜릿이 파랗게 나오고(레나의 사랑이 사약이란 거냐!!)


혁명제 때 장갑 낀 레나의 손은 붉은 색(삶)인데, 동료들을 보내주는 신의 팔은 푸른 색. (그리고 신의 팔은 연방에서 유진을 보낼 때 또 등장하는데 긴팔 입은 그 장면에 색을 칠해도 될 텐데 굳이 스피어헤드 전대 시절 나온 장면을 그대로 쓴 건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지 않을까.)


스피어헤드 전대가 머물던 공간의 벤치, 칠판, 마네킹 등은 거주자들이 전부 죽거나 떠났는데도 붉은 빛이야.(이건 무슨 뜻일까...)


1쿨 마지막화 엔딩에서, 떠나간 스피어헤드 전대는 멀리 푸른 점인데, 남겨진 레나는 붉은 빛이야. 

(처음엔 레나가 그들이 죽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지 못한 건 맞고, 확실히 죽었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 같더라.)


2쿨 1화에서 살아있는 신은 그림자가 붉고, 동생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준 레이의 그림자는 푸른 색. 


2화의 동료들은 다들 한 부분씩 푸른 빛인데 다시 전장에 나서기로 다짐한 신의 등 뒤, 펄럭이는 깃발은 붉은 색.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 연출...왜 신 만 붉은 빛이었을까.)


죽은 동료들의 이름표, 형의 이름표는 푸른 색. 붉은 꽃밭을 넘어간 레나도 푸른 색.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는 신의 째진 미소도 푸른 색.(레나 안죽었다고!!!!)

반대로 시퍼런 키리야가 짓는 미소는 붉은 색(삶의 빨강이 아닌 피와 증오의 빨강)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몰포 제거 작전 이후 레나가 신을 구원하는 자리에서, 푸른 죽음이 물러나고 붉은 삶이 신을 감싸는 장면까지. 


놓친 장면도 있겠지만 일단 중요한 장면들은 이렇게!!!




7.꽃

꽃 이야기를 하려면 카이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상징이 벛꽃이기도 하고. 기지의 화단 관리는 카이에 전담이었으니까. 

파이드에게 꽃을 좋아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아무것도 모르던 레나에게 다른 동료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우호적인 좋은 사람이었어. 


벚꽃의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고, 카이에는 그 꽃말대로 살다 간 사람이었어. 

카이에가 아니었다면 레나는 스피어헤드 전대와 친해지지 못하거나 시간이 훨씬 오래걸렸을거야. 


(근데 왜 신의 꿈속에 등장한 레기온에 잡힌 동료들 대표가 카이에인가 했더니, 4권 보니까 성불 못했더라...ㅠㅠ)


벚꽃 말고도, 작중 등장한 꽃들을 보고 혹시 무슨 뜻이 있나 궁금해서 이리저리 찾아봤음.

(꽃말 출처는 네ㅇ버)


2쿨 2화에서 눈사람이 녹은 자리에 피어난 다섯 꽃(프레데리카가 나선 뒤로는 여섯) 

종류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마가렛, 데이지 등등 후보가 많았는데 만일 마가렛이라면 꽃말은 자유, 마음속에 감춘 사랑, 진실된 사랑. 

데이지는 순진, 인내, 평화, 희망.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주자는 뜻이었을까?


레나와 동료들이 이별하던 자리, 레나와 신이 재회한 자리에 피어난 붉은 꽃은 꽃무릇(피안화)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 죽음, 환생' 등등 많아. 


이별하던 레나의 입장에서 보면 동료들, 첫사랑과 영영 헤어졌으니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 죽음'을 뜻하는 꽃이고.

레나와 재회한 신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죽었다가 레나를 만나 구원받고 다시 태어난 셈이니 '환생'을 뜻하는 꽃이겠지.


마지막으로 마지막 엔딩곡 LilaS.

영단어 lilas는 라일락색, 옅은 자색을 뜻한대. 

그럼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우정'

특히 보라색 라일락의 꽃말은 '사랑의 싹이 트다' 


이런 미친.


(근데 트ㅇ터 서치하다 봤는데 LilaS 뜻이 'Lena is looking at Shin' 이라는데 이거 찐이야???)




8.남은 이야기

마지막화에서 새 여섯 마리가 날아가는 장면. 신은 앞장서서 어두운 현실을 헤치고 날아가고, 뒤따라올 레나에게 전쟁 이후의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라면, 레나에게는 맨 뒤에서 그들이 먼저간 길을 뒤따라가며 이상을 좇겠다는 의지표현이겠지. 

레나는 이상, 신은 현실을 뜻한다는 해석을 봤는데 정말 말 그대로 새가 날아가는 장면에서 둘의 말과 태도가 다르더라. 추구하는 건 같지만. 


라이덴 말이지, 기체가 반파되고 팔 부상까지 입고도 후다닥 뒤쫓아오더라. 오죽 신이 불안불안했으면 신이 걱정되었으면. 오죽했으면!!! 

라이덴 얘도 고생이 많아. 신과 가장 오래 함께한 동료로서 대표로 잔소리도 하고, 다른 동료들 챙기고, 사교성 좋고, 인품 괜찮고. 

그러니까 죽지마 임마. 너 죽으면 다들 멘붕올거라고. 


(애니 보면서, 그리고 원작 읽다가 느낀 건데 시덴 너...이거 그래서...막 신한테 날세우고 그런 게 그래서....언더테이커 마크 알아봤으면서 아무말도 안 한 이유가 그런 이유도 있어서...아...)


내가 메카물은 에이티식스가 처음인데, 신이 기체를 조종하면서 싸우는 장면들, 이전에 본 여러 검사 애니들(ㅇ혼, 귀ㅁ의 칼날 등등)에서 본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더라? 저거 일반적인 메카물 싸움 방식 아니지??


제작사는 분명 2기를 낼 생각이 있어. 그럴 생각이 없다면 왜 마지막화에 더스틴을 등장시켰는데. 왜 레나가 받은 명단에 시덴, 샤나, 리토, 미치히의 이름을 넣었는데. 

연합왕국 얘기할 때 '무인기' 떡밥은 왜 남겨뒀는데(이건 억지)



재주행하면서 6~11권 원서들을 주문했는데, 11권이 제일 먼저 왔음. 중간에 11권 번역 구해서 대강 읽었다가 암울해졌어....

아냐, 그래도 애들 다 살려주실거야. 작가가 왜 세오를 다치게 만들었겠어. 왜 후방으로 뺐겠어. 살려주겠다는 뜻 아냐. 

그러니까 다들 살 거야. 아무리 암담해도 다들 잘 살아남을거야. 




9.마무리

쓰는데 무려 6시간 걸린 후기가 드디어 끝이 보인다!!!

빨리 6권, 7권, 8권이 (9,10권 품절이다!!) 도착했으면 좋겠어!!! 나도 오지게 달아서 이 썩는 그 기분 느껴보자!!!

그리고 원작이 어떻게 끝날 지 모르겠지만 

주역들아. 죽지 마라. 사는 게 거지같아도 살아. 죽을 각오하고 적진에 뛰어들어도 살아돌아와라. 

전쟁 끝나고도 십년 이십년 오십년 오래오래 열심히 살아. 

사는 거 생각보다 재미있으니까 제발 살아. 

살아 이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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