덬들아! 다들 마마 봤지?
나 뒤늦게 보고 ㅠㅠㅠㅠㅠ 아이라인 다 지워져써
오늘 나오면서 아이라이너 안 가져왔는데 ㅠ
그나저나 오늘 무대 보니까 또 쓰고 싶은 거 많은데,
일단은 나덬이 원래 쓰려던 ‘고래’ 얘기를 할려고.
아이돌 뮤비에 나왔던 KORE는
지하세계 여왕이라 불리는 페르세포네의 다른 이름이니까,
난 여태 고래는 그냥 어떤 알을 깨고 나오는,
즉 죽었으나 다시 태어나는 뭐 그런거라고 생각했거등?
성경에는 그냥 큰 물고기라 써 있지만
흔히들 고래라고 생각하는 요나 이야기도 있고.
말 드럽게 안 듣는 피노키오 아빠 제페토 할아버지도
요나처럼 비슷하게 물고기 뱃 속 (상어라고 했는데 여기선? -_-)에 있었고.
암튼 고래는 그냥 '죽음과 부활' 이런걸 상징하는 메타포로 많이 쓰였으니
방탄의 어떤 성장 과정 중에 있는 '새로 태어남' 이런 걸 나타내나 싶었지.
뭐 이것도 말이 안되는 건 아닌데...
얼마전에 여기서 본 게 있었어.
나야 외국 사니까 오늘 전시회 못갔는데
여기 방방에서 전시회 포스터? 보고 떠오른게 바로 또 고래였어.
고래의 모습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밝은 햇살이 비치는 와중에 무뜬금 고래 꼬랑지라니!
근데 포스터에 나온 고래 보고 나서, 생각난 게 2년전인가
내게 아주 추웠던 겨울날, 혼자서 배회하다 본 영화 ‘괴물의 아이’였어.
당시 나름 긍정적이라 생각했던 인터뷰에서 떨어지고,
내 미래에 대해 또 고민할 때였는데
그 날, 서울에서 눈이 내렸거든. 춥기도 하고.
괴로움에 길거리를 쏘다니다가
(지민이 말처럼 너무 추워서) 일단 몸을 녹혀야겠단 생각에
들어간 극장에서 시간 맞아서 그냥 본 영화였어.
근데, 이게 의외로 감동적이더라고.
일본 애니 특유의 형이상학적 메시지/과한 교훈/쓸데없이 밝음 이런거 별로인데,
이건..글쎄 그 때 내 상황이 그래서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참 맘에 많이 남는 영화였지.
뭐 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둘째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 중의 하나는 ‘모비딕’이야.
인간이지만, 괴물의 손에 길러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던 이치로히코는
결국 자기 자신 속의 어둠에 잡아 먹히고 말지.
그리고 그 어둠이 결국 고래의 그림자로 애니에선 표현이 되지.
그리고 주인공 큐타에게 한자를 가르쳐 준 카에데는
‘모비딕’ 소설의 한문 이름인 ‘백경’을 가르쳐주면서
큐타랑 친구 먹으면서 큐타에게 한 말들이 있어.
“선장은 자기 한 쪽 다리를 뺏은 고래에게 복수하려해.
그런데 어쩌면 선장은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 아닐까?
“고래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거지”
“스스로 나를 발견해야 진정한 내가 되는 거야”
이거 뭔가 방탄 세계관과 많이 닮아 있지 않아?
근데 사실 이 말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원작 ‘모비딕’의 교훈이기도 해.
모비딕 잡겠다고 난리쳤던 아합 선장은
결국 모두를 희생시키고 말지.
나덬은 첨에 모비딕 읽었을 땐, 너무 어렵고 지루하고 해서 -_-
그냥 스타벅스 커피 이름의 원조라는 스타벅 항해사만 기억에 남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안의 어둠이라는 게
결국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단 생각을 하면서
다시 찾아 읽게 됐어.
사실 내면의 어둠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쯤에서 많이 아는! 니체도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지.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내 안의 어두움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 것은 점점 자라서 결국엔 나를 잡아먹는다는 무시무시한 교훈?
근데 이게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게되는 사실같아.
뭔소리냐면,
왜 남을 위해 용서하지 말고, 너를 위해 용서하란 말 많이들 하잖아?
덬들은 그거 공감해?
사실 난 그말 들었을 때, 그말을 해준 사람의 얼굴을 쎄게 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어. -_-
잘못은 상대가 했는데, 왜 내가 그 상대를 용서해야 하나 싶어서.
근데, 그 말이 맞더라고.
내가 한 일년 넘게 아침마다 샤워하면서
나에게 잘못을 한 사람을 미워하고, 저주하면서, 곱씹어 생각하고 그랬거든.
그랬더니, 그 사람은 둘째치고 내 삶이 일단 피폐해지더라.
이 순간을 나의 에피파니 순간이라 해두자.
그리고 이건, ‘고통을 통한 성장’이랑도 맞닿아 있는 듯해.
뭐냐면, 보통 고통을 겪게 되면 사람은 자기 안에 어둠을 갖길 마련이야.
어떻게 늘 행복하겠어. 정신 놓고 사는 거 아닌 이상.
근데 그 어둠이 자라게 내버려두기만 하면,
오히려 그 어둠에게 내가 먹히는 꼴이 되는거지.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하지만 그런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내 안의 어둠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훌쩍 성장해 있는 나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거.
내 안의 어둠도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그 어둠을 컨트롤 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근데 고래 얘기하다가 모비딕으로 넘어왔는데,
모비딕 읽어보면 이 소설은 아합 선장의 어리석은 행동을 지켜보며
그 사건에 대해서 서술하는 이스마엘이 등장해.
일단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담 글에서 이스마엘 얘기 좀 더해볼게.
참, 오늘 포스터 보면 방탄 뒤로 보이는 고래는 반쪽에 아주 작은 사이즈야.
아마 세계관에서 방탄은 어둠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과정 같아.
아주 없앨 수는 없지.
인간의 본성 중 두려움은 가장 원초적이니까.
그래도, 사이즈가 작은 거에, 안심해도 될 거 같다?!
그리고 슼에 올려보는데,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말해줘.
덬들 다들 굳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