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시청자들에게 의미있는 생각거리를 던지며 주제 의식을 드러내던 tvN 드라마 '악의 꽃'이 이번엔 악에 대한 시선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9월 17일 방송된 '악의 꽃' 15회에서는 제가 먼저 죽여달라 도현수(이준기 분)을 자극해 놓곤 진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오자 겁에 질려 도망치는 백희성(김지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내내 사람을 제 맘대로 죽일 수 있다는 도취감에 빠져 있던 그는 되레 도현수를 "싸이코패스"라고 불렀다.
이런 백희성의 모습은 앞서 계단이 너무 많아 할머니를 죽였다던 사회복지사를 떠올리게 했다. 본인 입으로 자신이 세상에 3% 정도 있는 반사회적 인격이라며 허세를 부리던 그녀는 고작 차지원(문채원 분)의 뺨 몇 대에 무너져 "살려달라"고 빌었다. 차지원은 이런 그녀에 "너보다 약한 사람들 속이고 해치다 보면 네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거 같지. 네 최후가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기억해 주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듯했던 차지원의 말은 사실 '악의 꽃' 속 모든 악의 말로와 같았다. 연쇄살인을 주도한 악의 화신 도민석(최병모 분)은 제가 키운 또다른 악에 뒤통수를 맞아 자살로 위장당한 채 죽었고 아들의 죄를 숨겨주느라 견고한 성을 쌓았던 백만우(손종학 분), 공미자(남기애 분)은 사회적 명예에 자식까지 모두 잃고 외로이 남았다. 돈에 미쳐 인신매매를 하던 염상철(김기무 분)은 손 안에 쥔 돈 한 장 써보지 못하고 돈 냄새를 맡다 그다운 최후를 맞이했다.
'악의 꽃'은 이들의 악에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이지 않았다. 그들이 아무리 자아도취에 빠진다 한들 악은 악에 불과했다. "살인 앞엔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을 수 없다. 살인은 살인일 뿐"이라는 차지원의 신념은 '악의 꽃'이 그려내는 악에 대한 시선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식어로 포장되지 않은 악은 추악하고 탐욕스러웠으며 또 한편으론 하찮고 보잘 것 없었다.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악의 진정한 민낯이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영화, 드라마, 그리고 현실 속에서 악은 악 외에 또 다른 옷을 입어 왔다. 때로는 정의, 때로는 복수, 어쩔 땐 그 옷이 멋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모든 게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악은 어떤 옷을 입든 그저 악일 뿐, 그렇기에 그 어떤 서사 어린 시선을 줄 가치도 없었다. 이 드라마가 악의 최후를 조금의 비장함도 없이 그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백희성은 도현수에게 "아마 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거다. 수감 중에 출판도 한번 해볼까. 내가 어떤 식으로 자라왔는지, 도민석과 내가 뭘 하며 놀았는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우리가 살인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다들 궁금해서 미칠 거다. 얼마나 팔릴 거 같냐"고 물으며 자아도취를 드러냈다. 이는 어쩌면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악의 꽃'을 통해 악의 진짜 민낯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609/0000328638
9월 17일 방송된 '악의 꽃' 15회에서는 제가 먼저 죽여달라 도현수(이준기 분)을 자극해 놓곤 진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오자 겁에 질려 도망치는 백희성(김지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내내 사람을 제 맘대로 죽일 수 있다는 도취감에 빠져 있던 그는 되레 도현수를 "싸이코패스"라고 불렀다.
이런 백희성의 모습은 앞서 계단이 너무 많아 할머니를 죽였다던 사회복지사를 떠올리게 했다. 본인 입으로 자신이 세상에 3% 정도 있는 반사회적 인격이라며 허세를 부리던 그녀는 고작 차지원(문채원 분)의 뺨 몇 대에 무너져 "살려달라"고 빌었다. 차지원은 이런 그녀에 "너보다 약한 사람들 속이고 해치다 보면 네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거 같지. 네 최후가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기억해 주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듯했던 차지원의 말은 사실 '악의 꽃' 속 모든 악의 말로와 같았다. 연쇄살인을 주도한 악의 화신 도민석(최병모 분)은 제가 키운 또다른 악에 뒤통수를 맞아 자살로 위장당한 채 죽었고 아들의 죄를 숨겨주느라 견고한 성을 쌓았던 백만우(손종학 분), 공미자(남기애 분)은 사회적 명예에 자식까지 모두 잃고 외로이 남았다. 돈에 미쳐 인신매매를 하던 염상철(김기무 분)은 손 안에 쥔 돈 한 장 써보지 못하고 돈 냄새를 맡다 그다운 최후를 맞이했다.
'악의 꽃'은 이들의 악에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이지 않았다. 그들이 아무리 자아도취에 빠진다 한들 악은 악에 불과했다. "살인 앞엔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을 수 없다. 살인은 살인일 뿐"이라는 차지원의 신념은 '악의 꽃'이 그려내는 악에 대한 시선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식어로 포장되지 않은 악은 추악하고 탐욕스러웠으며 또 한편으론 하찮고 보잘 것 없었다.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악의 진정한 민낯이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영화, 드라마, 그리고 현실 속에서 악은 악 외에 또 다른 옷을 입어 왔다. 때로는 정의, 때로는 복수, 어쩔 땐 그 옷이 멋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모든 게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악은 어떤 옷을 입든 그저 악일 뿐, 그렇기에 그 어떤 서사 어린 시선을 줄 가치도 없었다. 이 드라마가 악의 최후를 조금의 비장함도 없이 그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백희성은 도현수에게 "아마 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거다. 수감 중에 출판도 한번 해볼까. 내가 어떤 식으로 자라왔는지, 도민석과 내가 뭘 하며 놀았는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우리가 살인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다들 궁금해서 미칠 거다. 얼마나 팔릴 거 같냐"고 물으며 자아도취를 드러냈다. 이는 어쩌면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악의 꽃'을 통해 악의 진짜 민낯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609/0000328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