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하고 버스 타고 집에 가고 있었어.
내가 버스 타는 곳에서는 자리가 가끔 몇 개 씩 있어서 운 좋으면 앉아서 가거든.
어제도 앉았지.
기사님 뒤에 뒤에 자리에 앉아서 잠들었어.
엄청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잠들었다가 슬쩍 깼음.
그때 버스가 정류장에 서서 사람들이 몇 탔던거 같아.
슬쩍 깼지만 비몽사몽쯤이어서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자리 안비켜주려고 자는 척 오지네" 이러는거야.
여전히 비몽사몽이라 나한테 한 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눈 감는데
계속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
크게 뭐라고 하는 건 아니고 혼잣말처럼 계속 떠들어.
그 소리에 눈은 감고 있는데 잠이 순간 팍 깼어.
옆에서는 계속 "그만해~ 괜찮아~" 이러는 목소리가 들리고
"뭐가 괜찮아 엄마. 양보 할 줄 알아야지"
이러면서 계속 뭐라고 함.
왜 그러나 싶어서 눈을 떴는데 나한테 하는 소리더라;;;;;
여자는 한 20대 초중반, 엄마는 50대 초쯤?
둘 다 젊어 보이고 그랬는데..
아니 내가 자기들을 본 것도 아니고 피곤하면 잘 수도 있지. -_-;;
한 3-4정거장쯤을 내내 그러고 떠드는거야.
내가 대꾸도 안하고 창 밖 보는데
안들리는 척 하는거야 안들리는거야 뭐야
이러면서 계속 떠듬 ㅋ
옆에서 엄마라는 사람은 "그만해~' 이러고.
"지네 엄마가 버스 타도 지는 자겠지"
이러는데 순간 빡치더라고.
그래도 화를 내기엔 아직 잠이 덜깨서;;;
"다리 깁스 푼지 얼마 안되서 앉아 있는데 왜요?"
라고 했어.
사실 좀 뻥인데 -_-;; 깁스 푼지 한달 지났는데;;;
너무 당황스러우니까 생각나는 말도 없고;;;;
"댁이 깁스를 했었는지 안했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난 또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해서 아는 줄..."
랬더니.. 이제 그 엄마라는 사람이 말리더라고.
"요즘 무서운 사람 많아. 그만해"
이러고 ㅋㅋㅋㅋㅋ
"우리 엄마가 댁보다 어른인데 보면 자리 내줘야지 어?"
라고 갑자기 큰 소리로 격분함.
그러니까 그때쯤에 이제 주변이랑 기사님이 그만 하라고 뭐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마지막으로 사자후를 토한다 생각하고
"엄마가 그렇게 걱정이면 돈 벌어서 버스 말고 택시 태워 드리세요.
우리 엄마는 맨날 택시 타고 다녀서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내뱉었지.
정말 뭔 정신으로 말했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암튼 그 말 듣고 엄청 화난 얼굴이 되고..
담 정류장 섰는데 내릴때가 된건지 어쩐건지
그 엄마가 여자를 잡아 끌고 내렸어.
내리는 거 따라 보느라(혹시라도 달려들까봐 무서워서;;) 뒤쪽을 보게 됐는데
뒤에 자리 있드만 왜 불편한 자리에서 웅크리고 자는 나한테 난리야 -_-
기분 더럽더라.
차라리 나이 드신 분들이 그럴 때는 조금이나마 이해라도 갔지.
어휴, 세상 없는 효녀 보고 눈물이 다 날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