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대상이 된 PD, 김태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 PD' 등의 수식어를 갖고 있는 박진경 PD를 만났다. 이번에는 '마리텔V2'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리텔'을 통해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이후에도 '두니아'로 끊임없이 새로운 방송에서 처음보는 포멧을 시도했던 박진경 PD 였다. '두니아' 종영 이후 박진경 PD의 차기작이 무엇일까 많이 궁금했는데 뜻밖에 '마리텔 V2'라고 했을 때는 사실 약간 실망도 했었다.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어마어마하고 대단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야지, 왜 모두가 다 아는 '마리텔'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서 '역시 박진경 PD는 난 놈은 난 놈일세, 이런 걸로 실망도 하게 하다니!' 싶었다. 이름만 들어도 기대가 되고, 평범한 걸 한다 해도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 박진경 PD와 새롭게 시작한 '마리텔V2'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지금까지 4회의 방송을 했다. 새롭게 시작한 ‘마리텔’에 대해 만족스러운가?
A. 금요일 10시대가 모든 방송국에서 핵심 시간으로 보고 있는 시간이다. 기존에 케이블에서 그시간대를 꽉 잡고 있었고 경쟁사에서도 드라마 편성으로 엄청 힘을 싣고 있어서 예상처럼 쉽지는 않다. 오랜만에 시작 한 거라 이 시간에 ‘마리텔’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시더라. 원래 예능 방송 PD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쎈 드라마다. 강적을 만난 것 같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종영되었으니 시청률은 이제부터 기회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 방송이 4회 광고가 완판되고 추가 판매, PPL도 물밀듯이 들어 오고 있어서 1희1비 하지 않고 있다. 요즘 방송국에서 보는 메인 시청층이 2049인데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크지 않다. ‘마리텔’ 처음 시작할 때에는 못 미치는 수치이긴 하지만 시즌1의 중반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Q. ‘마리텔’에 PPL이 있었나? 의외다.
A. 출연자들 방의 가구나 소품들이 거의 다 PPL이다.
Q. 최근 우지석 통역사가 화제였다. 그렇게 이슈가 될 줄 알고 섭외 한 건가?
A. 지금이나 예전에나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인데,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나와서 한번씩 재미를 주고 떠나는 것이다. 스노우 보드도 타시고 운동을 했던 분일 줄도 몰랐고 이 정도로 균형을 잘 잡는 분일 줄도 몰랐다. 방송 내용 때문에 어느 정도 나와서 요가를 할 수 있겠다 정도는 예상 했지만 실제로 해 낼지 어떨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지금까지 예능에서 동시통역을 찍으면서 노출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화면 하단에 통역이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캐릭터가 있어 보이는 분으로 찾은 정도였다. 미혼인지도 몰랐고, 그분의 정확한 나이도 저희는 모른다.
녹화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저희도 예상 못했던 의외성이 많다. 그래서 구성을 빽빽하게깔고 가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모르고 또 시청자들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출연자의 매력을 뽑아내 주시기도 하니까 ‘마리텔’은 그런 면에서 정말 시청자와 같이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Q. 첫 회에서 박지원을 섭외했던 배경도 궁금하다.
A. 시즌 1을 2년 반을 했었다. 정말 이미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거의 다 나왔었고, 콘텐츠도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였다. 시즌 1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계기도 걸스데이의 혜리와 유라와 함께 방탈출을 했을 때 였다. 지금 ‘대탈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듯이 독립 프로그램으로 할 만한걸 ‘마리텔’에서 할 지경까지 이르니 더 이상 할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많은 걸 시즌1에서 하고 나서 시즌2에서는 새로운 것을 보여드려야 했고, 그래서 강부자 같은 장년층을 넘어선 연령층까지 커버하는 출연자를 섭외했다. 종이 접기의 김영만만 하더라도 노년층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세대간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현역 정치인도 한번도 안 나왔어서 그런 사람이 나왔을 때의 반응도 궁금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안 했던 걸 찾다가 섭외해 본거다.
Q. 시즌1의 백종원 같이 스타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 후보가 있는가?
A.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건 아니고 후보들은 있는데 억지로 투입시키는 것 보다는 자연스러운 타이밍을 보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그분들이 누구인지 이름을 말하기엔 애매하다. 스케줄을 계속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이영자가 주목 받았듯이 ‘마리텔 V2’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다. 시즌1에서 히트 쳤던 사람들과 스케줄도 조율하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인물을 찾아보고 있다. 백종원 카드가 쎈 카드이긴 한데 그가 다시 출연하는지는 일단 비밀이다.
그런데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가 셀럽보다는 주변에 있을 법한, 익숙한 친구 같은 사람들이더 화제가 되고 매력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더라. ‘전참시’에서 매니저들이 화제가 되는 것도 그렇고 ‘나혼자 산다’에서도 이시언의 고향 친구들이 사랑 받았던 것도 그렇고 섭외나 구성을 짜다 보면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그렇게 넘어온 것 같더라. 그런 트랜드도 유심히 보고 있는 중이다.
Q. 이번 시즌부터 기부금 제도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각 방의 기부금액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더라.
A. 경쟁 구도를 갖고 싶지 않아서다. 기부는 녹화할 때도 재미요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금액의 작고 많음을 떠나서 의미 있는 사용처를 찾아서 드리고 있으니까 방송 소재로도 활용되고, 작지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여서 긍정적인 시스템이다. 괜히 금액을 공개해서 돈을 벌기 위해 선정성이 부각되는 것도 싫고, 팬층이 있는 출연자가 나왔을 때 기 세워준다고 많이 몰리는 것도 피하고 싶다. 그래서 덜 자극적으로 가려고 총액만 공개한다.
Q. 그런데 어떤 날은 의외로 전체 기부금이 500만원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나? 전 출연진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몇 회건 더 녹화해야 하나?
A. 500 만원이 안될 때의 플랜은 2가지 정도 있는데 어떤 플랜인지는 방송에서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500만원이라는 금액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목표 달성이 가능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고, 인터넷 방송을 많이 보신 분들에게는 쉬운 금액이기도 하다. 목표치를 정하다 보니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던 금액이 500만원이었다. 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걸 선택하지 않아도 될만한 금액이기도 하다.
Q. 시즌1에서는 ‘카카오’와 함께 했었는데 이번에는 트위치라는 플랫폼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방송 제작에 제일 용이한 플랫폼이었다. 녹화의 안정성이 뛰어나서 몇 만명이 채팅에 들어와도 안정적이다. 예전에는 인원 제한이 있기도 했고, 채팅방이 터지면 다시 선착순으로 방이 채워지기 때문에 방송 내내 참여를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카카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플랫폼이라 네티즌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 특히 기부하는 방식이 생소해서 채팅창에도 기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많이 나온다. 김수미씨 방송에서 탁재훈, 양세형도 기부를 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기부하는지 모르겠다며 제작진이 일단 기부를 해 주면 돈을 보내주겠다고 하기도 했다.
Q. 시즌1이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인터넷 방송이 정말 큰 발전을 해왔다. 연예인 중에서도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도 많아서 출연자 섭외를 할 때 예전과는 좀 달라진 건 없는가?
A. 섭외할 때는 크게 변한 건 없고, 젊은 시청 층이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는 느낌은 있다. 시즌1의초반에는 김구라가 다시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 차제가 신기해서 몰려와서 보던 시청자였는데 그 사이에 브이앱 유튜브도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10~20대에게는 ‘마리텔’이 더 이상 새로운 느낌이 아니라 익숙한 재미로 보게 되는 거 같다. 이렇게 인터넷 방송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시즌2에서는 더 많은 시청 층을 끌어 들이고 싶었다. 심야 시간이 아닌 조금 앞 시간을 편성 받기도 했기에 유튜브에서는 익숙하지만 TV로는 진출하지 못한 아이템을 해보려고 한다. 젊은 층에게는 익숙하지만 전 시청 층이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들을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보여 드리려 한다. 시즌1때는 한 회 한 회를 급하게 섭외하고 진행했었다. 시의성에 맞추다 보니 빡빡했는데 이번에는 시청자들이 익숙해질 시간을 천천히 드리려고 한다. 한 콘텐츠로도 좀 더 익숙해 질 수 있게 천천히 보여드린다. 정형돈의 주짓수 같은 콘텐츠도 원래였으면 벌써 끝났을 아이템인데 천천히 진행을 하고 있다. 시청 층을 고려하면 급격하게 아이템들을 바꾸면 적응을 못 하시는 것 같아서 추이를 보면서 의도적으로 천천히 가고 있다.
Q. 시즌1에 비해 방송 시간대가 앞당겨 진 게 프로그램 컨셉에 영향을 많이 준 건가 보다.
A. 심야 시간대와 지금은 타켓층이 완전히 다르다. 시청자 통계를 보면 이 시간은 30~5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다. 이게 저희 프로그램의 딜레마다. 생방 녹화 때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막상 방송에 나가는 시간대는 연령층이 있는 여성 시청자들이 본다. 10대와 20대, 그리고 남자들은 특히나 거의 없다. 그래서 저희가 공략하고자 하는 건 여성 시청자와 그 시간대와 TV앞에 앉아 있지 않는 어린 시청자 층이다. 시청자만 생각해서 콘텐트를 생각하자니 생방에 참여하는 시청 층과는 맞지 않고, 양쪽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많이 고민을 하고 있다.
Q. 후배인 모르모트 PD는 방송에도 직접 참여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고 있다. 박진경 PD는 방송에 참여 할 계획이 없는가?
A. 제가 어디에 들어갈 상황이 안 된다. 전체를 다 동시에 봐야 해서 녹화 할 때는 정말 혼이 빠질 정도로 힘들다. 양 귀로 다른 걸 들으면서 눈으로 다섯 개 방의 상황을 본다. 무슨 일이 생기면 뛰어가서 디렉션을 주는데 그렇게 채팅창까지 오픈 된 5개 방을 보면서 방송에 참여하는 건 제 능력 밖의 일이다. 권해봄 PD는 사실 타고난 친구다. 순발력이 엄청나게 좋다. ‘마리텔’은 돌발 상황이 많다. 라이브에서 나오는 날 것들을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권해봄 PD는 정말 잘 해낸다. 김구라도 순발력이 좋아서 계속해서 같이 가고 있고, 출연자들 선정할 때도 순발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키보드는 잘 치는 데 말은 잘 못하고, 4명 이상의 사람들 앞에 서면 한계가 와서 절대 앞에 나서는 걸 못한다.
Q. 김구라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한데, 순발력이 좋아서라고 언급은 하셨지만 김구라와 시즌1과 2까지 계속 같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리텔’의 아버지가 사실 알고 보니 김구라인 건가?
A. 그렇지는 않다. 김구라처럼 100회 넘게 계속 출연을 하면서 여러 가지 바뀌는 토픽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온갖 주제에 다 관심이 있고 실제 성격도 그렇다. 2017년에 김구라가 ‘마리텔’ 덕분에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도 했었다. 최근 여러 질환들을 겪고 나니까 확실히 이빨이 무뎌지기는 했더라. 그런데 첫 녹화보다 두 번째 녹화가, 두 번째 보다는 최근에 한 녹화가 더 재미있더라. 야생성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 같다.
Q. 시즌 2가 되면서 기부 시스템이 도입이 되었는데, 이걸 음성으로 알려주는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1, 2회 방송에서는 기부 알림이 있으면 셀럽들이 감사의 리액션도 하고, 그 리액션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기부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 갈수록 음성지원이 콘텐츠 진행에 약간 방해되는 요소로 느껴지기도 한다.
A. 편집하면서 고민되는 부분 역시 음성으로 기부금이 읽혀지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그렇게 음성으로 들리니까 이해하기 편하다고 하시고, 채팅만으로도 프로그램을 잘 봤던 분들은 음성 지원이 방해된다고도 하신다. 서로 반대되는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오고 있어서 편집할 때는 음성 지원의 빈도수나 도네이션 레벨이나 속도, 톤 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최대한 흐름을 깨지 않게 하고 있다. 첫 녹화 때 보다는 볼륨도 조금 줄였고, 빈도도 조금 줄이고 있다. 실제 녹화 때 기부를 하시는 분들은 음성이 나가면 더 보람을 느끼고, 그렇게 기부금이 모여야 좋은 일에 쓸 수도 있고 프로그램 취지도 맞는 것이라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Q. 시청자들에게 제작자 입장에서 관전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A.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에 방송을 하고 있고, 시작했던 타이밍도 썩 좋지는 않았다. 시즌1에 비교하면 플랫폼도 변경되어서 저희도, 참여하시는 네티즌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방송 내용적으로는 TV앞에 앉아 계실 분들이 궁금해 할 주제를 배치하고 있다. 애견, 자녀 성교육, 낙서 등 시청층을 고려해서 선정하며 이 시간에 ‘마리텔’을 다시 하고 있다는 걸 최대한 홍보하며 프로그램 내실을 쌓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제 틀어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드리려 한다. 그 시간대의 드라마나 잔잔한 프로그램과 대조되게 재미있고 웃게 되는 걸 보고 싶으면 MBC를 틀면 된다는 인식을 주고 싶다. 관전 포인트는 별 거 없다. 금요일 저녁, 세상 편하면서도 즐거운 웃음으로 주말을 맞이 하고 싶다면 ‘마리텔’을 보시면 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