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03 양꾸라 (골든디스크)
OPENING
양요섭의 골든디스크. ‘하아, 하아’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뿌옇게 김 서린 데다 낙서를 했던 적이 있었죠.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을 썼다가 화들짝 놀라서 옷소매 뿌리로 얼른 지웠던 기억도 납니다.
버스 타고 학교 다니던 시절. 12월 초입.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리창에 김이 많이 서려서 손가락 낙서하기 좋았어요.
친구들 마음도 똑같아서 그런 날 버스 유리창은 온통 낙서장이 됐구요. 비 오는 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밖을 내다보면 세상이 거대한 수족관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의 배경을 만드는 건 형체 없이 날아가고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입김은 추울수록 진해지고 날이 추웠다 풀리면 짙은 안개가 끼어요.
빌딩에서의 삶의 비밀처럼 연기가 피어오르죠. 겨울엔 뜨겁게 끓는 것들, 열기를 가진 것들이 부지런히 김을 뿜어냅니다.
자, 겨울의 풍경과 음악이 섞이는 오전 11시, 여기는 양요섭의 골든디스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