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 과르디올라가 역대 최고의 감독? 아니, 사기꾼이거나 근시안적인 인물.
https://www.thetimes.com/sport/football/article/pep-guardiola-manchester-city-premier-league-verdict-crzsbnzbn
Matthew Syed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펩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다. 맨시티의 ‘전설’은 재임 기간 ‘세계 최고의 감독’, ‘비전 있는 지도자’, ‘무엇이든 황금으로 바꾸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인물’이라고 찬사받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게 됐다. 그리고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이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 프리미어리그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적어도 펩의 재임 기간 중 중요한 시기 동안, 가짜 계약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가짜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돈을 흘려보낸 가짜 팀, 즉 이제는 ‘가짜 시대’라고 불러야 할 시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위대한 감독’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까? 2016/17 시즌 구단이 ‘은폐된 지출’ 명목으로 129.6m 파운드를 썼고, 2017/18 시즌에는 134.7m 파운드를 지출했으며, 이후 관련 기간에도 여러 금액이 추가로 지출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총액은 약 900m 파운드에 달한다.
더구나 구단을 운영한 구단주가 그대로였고, 당연히 같은 방식으로 운영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지금까지도 자신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 같은 일이 이후에도 계속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펩이 알고 있었다면, 그는 이제 ‘전설’도 ‘비전가’도 아니다. 그저 ‘사기꾼’일 뿐이다. 반대로 그가 몰랐다면, 그는 이토록 거대한 이적 예산을 관리한 사람 가운데 가장 시야가 좁고 눈먼 사람이다.
나는 법의학적 회계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맨시티의 재정 운영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10년이 넘도록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과정에서 온갖 욕설과 협박을 받아왔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펩은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걸까? 눈이 먼 것인가?
물론 세 번째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펩의 명성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지금, 가장 크게 떠오르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위선’이다.
오랫동안 펩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자신의 양심을 드러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앤디 버넘을 연상시키는 강아지 같은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자신의 도덕적 고뇌를 견디느라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떨릴 듯한 모습을 능숙하게 연출한다.
과르디올라의 도덕적 훈계에서 빠져나간 주제는 거의 없다. 가자지구는 어떤가? 그는 2025년 6월 연설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내 온몸을 아프게 한다”라고 말했다.
수단은? 그는 비참한 지역에서 전해지는 참혹한 이미지들을 보며 느끼는 공포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인권은? 에티하드의 마더 테레사인 그는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민자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했다. 그는 “구하지 않는 세상은 가라앉는 세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냉소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펩이 정말 진심이었던 걸까? 펩이 보여준 것은 진정한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헛소리”로 시작하는 다른 무언가가 상당 부분 섞여 있었던 것일까?
한 기자가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이 재판 전 구금 상태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해 펩이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던 당시, 감히 그에게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 펩은 이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노란 리본을 착용하기도 했다.
기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UAE에서 부당하게 갇힌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인권운동가 아흐메드 만수르는 어떻습니까? 그의 수년간 이어진 구금에 대해 유엔은 이를 ‘인권 옹호자들의 정당한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펩이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얼어붙은 사슴처럼 눈을 깜빡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의 복잡한 머릿속에서는 우리가 ‘헛소리’라고 부르는 온갖 전술적 포메이션을 검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펩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국가는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자, 이제 분명해졌다. 부당한 구금은 자신의 고용주가 속한 국가 밖의 사람에게 벌어진 경우에만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위선의 상징과도 같은 수염 난 인물은 UAE의 인권 문제나 이주 노동자들의 처지, 자신이 그토록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 수단에서 반군 준군사조직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UAE의 역할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언급한 적이 없다.
심리학에는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이 있다. 저는 한때 이 주제로 책을 쓴 적도 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기이하게 사고를 뒤틀 수 있는지를 기록한 책이었다. 이제 과르디올라는 이 분야의 문헌에서 특별한 위치에 올라서야 할 것 같다.
펩이 이끌었던 구단의 근본적인 철학은 ‘스포츠워싱’이었고, 재정 운영 방식은 재정적 도핑에 가까웠다. 그런데 정작 구단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과르디올라 자신은 스포츠 예술가이자 인도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어제 펩은 자신이 만든 수렁 속으로 한층 더 깊이 빠져들었다. 칼둔 알 무바락과 포옹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자신은 언제까지나 “저의 구단주, 저의 회장, 그리고 스태프의 편에 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뻔뻔하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과르디올라는 이미 오래전에 그 단계마저 넘어섰다. 역대 가장 영감을 주는 감독이라고? 웃기지 마라. 밥 페이즐리는 카디건 한 장 걸치고 1부리그 우승을 6번이나 거머쥐었다.
조크 스타인은 선수단 전원이 셀틱 파크에서 30마일 이내에서 태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유러피언컵을 우승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엄청난 열세 속에서도 레스터 시티를 이끌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과르디올라가 여러 클럽에서 성공을 거둔 의심할 여지 없는 뛰어난 전술가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그의 유산은 언제나 에티하드에서의 한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그곳에서 벌어진 ‘마법’을 부린 주체가 감독이 아니라 회계사들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이 글이 씁쓸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어떻게 느껴야 한단 말인가? 팬들은 씁쓸해할 수밖에 없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아구에로의 “Agüeroooo!” 순간을 지켜보며 함께 전율했다. 하지만 이제 그 순간은 먼지가 되어버렸다. 그저 먼지일 뿐이다.
기회주의자들과 사기꾼들은 단순히 여러 차례의 우승을 속임수로 빼앗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공유한 축구의 기억이라는 거대한 태피스트리 자체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펩만이 아니다. 터무니없는 만치니를 비롯해 변호사들, 회계감사인들, 그리고 오랜 기만의 사슬에 얽힌 수많은 이들까지, 그들은 축구뿐만 아니라 축구에 감정을 쏟아온 모든 이들의 마음까지 더럽혔다.
구단주들은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분명, 이 문제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갈 것이다. 항소 절차를 통해 결국 무혐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나 맨시티가 다시는 예전과 같은 시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와 리처드 마스터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은 수많은 함정이 도사린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믿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당신들의 접근 방식에는 용기와 리더십이 있었다. 이제 기조를 끝까지 밀고 나가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주장하라.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한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저는 펩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단 한 줄짜리 트윗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펩에게 남은 유일한 명예 회복의 기회는 자신이 한 구성원이었던 사기극에 대해 뒤늦게라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더 이상 회피하지 마라. 더 이상 현실을 왜곡하며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도 마라.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엄청난 인지부조화와 절대 작지 않은 경멸의 시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