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려고 청문회 열었나" 수준 이하 질의,호통쇼 재탕에 축구팬들 大실망
국회 문체위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가 30일 열렸다. 22대 국회 하반기 문체위 출범 후 첫 일정이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A대표팀 감독 등이 2024년 9월 국정감사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증인석에 섰다. 이용수 회장 직무대행, 김승희 전무이사, 김병지 부회장, 김정배 전 부회장, 문진희 심판위원장 등 증인 15명 중 13명이 참석했다.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박항서 전 부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출석 의무가 없는 참고인엔 박지성 K-축구 혁신위 공동위원장, 이영표, 박주호 위원 등 13명이 채택됐지만 9명이 불출석했다. 이미 감사원 감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 인상적인 질의가 거의 없었다. 좋은 답변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2년 전과 비교해 좋은 질문도, 새로운 팩트도, 신박한 대안도, 속시원한 해명도 없었다.
이재정 국회 문체위원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모두 발언에서 "축구는 국민 스포츠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지만 최근 감독 선임 과정, 운영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있었다. 국민적 우려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시는 것처럼 이 자리는 축구대표팀의 성적 부진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관여할 필요 없다"고 했다. "미래를 위해 다시 모였다. 국민이 신뢰하는 방식으로 미래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투명성을 높이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하겠다. 위원님들도 지엽적 지적이나 공방보다 제도를 위해 필요한 진실을 확인하되 큰그림의 시작점이 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청문회는 기대 이하였다. 한 의원은 김진규 A대표팀 코치를 증인석에서 일으켜세운 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남아공과의 최종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중 김 코치와 이강인의 대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제시했다. 축구팬들 사이에 이강인이 "○○형 지금 들어가야 해요. 지금 아니면 늦어"라고 급박하게 말하는 대목. 이 영상을 리플레이한 후 생뚱맞게도 손흥민과 이재성을 제외한 이유를 물었다. 김 코치가 "조규성 선수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해당 의원은 "이재성, 손흥민이 나오지 못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보복 차원인가"라고 질의하며 "여기 국회다. 위증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김 코치가 "아니다"라고 하자 "손흥민, 이재성이 남아공전에 출전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축구 팬들이 보고 있다"면서 "왜 졌어요? 졸전을 벌이고 왜 졌어요"라고 질의했다. 김 코치는 "경기를 하다보면 이런일 저런 일 생길 수 있다. 이재성 손흥민이 안 뛰었다고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자 이 의원은 또 다시 "그럼 왜 졌냐고요?"고 재차 질의했다. 김 코치가 답하려고 하자 "저런 태도 때문에 우리나라 축구가 그 좋은 선수들 데리고 이 모양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 회장을 향해서도 팩트와 무관한 의혹성, 흥미 위주의 질의만 난무했다. '70세 이상으로 회장 후보 연령을 제한한 것은 본인 연임하려고 정적을 다 제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4선 후 북중미월드컵 직전 자진사임한 정 회장에게 '5선에 도전하실 거냐'는 질문도 황당했다. 정 회장 역시 "제가 사퇴를 했는데"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회장을 겨냥해 "홍명보 감독이 고려대라서 (회장이) 지적해서 선임했나"라는 질문도 나왔다. '고대 카르텔'을 암시한 것인데 주지하다시피 홍 감독은 정 회장의 '픽'이 아니다. 당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외국인 감독 2명과 함께 정 회장에게 보고했고, 정 회장이 정 위원장에게 "외국인 감독들도 직접 출장 가서 보고 와서 결정하라"고 지시한 후 정 위원장이 사임했다는 팩트는 현장 취재를 한 축구기자들은 다 아는 내용이다. 정 회장은 "내 재임기 25명의 A대표팀 감독중 고대 출신은 1명(홍명보)이었고, 여자대표팀 감독은 전무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팬들의 오해나 의혹을 해소해주기는커녕 2년 전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오해를 더 강화하고 의혹을 증폭시키는 질의가 쏟아졌다. "AFC 규정이 KFC(KFA의 실언)가 따라야 할 강제규정이냐"는 실수엔 실소도 터졌다.
한국 축구 개혁을 위한 큰그림의 시작점을 목표로 했던 청문회 오전 질의 후 축구 팬들 역시 실망에 찬 모습이었다. 축구 팬들은 '축구에 축자도 관심 없던 국회의원들이 자기 PR 자리인 줄 알고 헛소리'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고작 저런 질문 하려고 청문회 연 거냐' '국회의원이 왜 전술, 선수기용까지 지적하는지 모르겠네' '청문회가 공개적 망신주기하려고 하는 건지'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 등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