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스페인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로베르토 모레노가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직 지원 의사를 밝혔다.
'풋볼리스트' 취재에 따르면 현재 휴식을 취하는 중인 모레노 감독은 홍명보 감독 사임 후 공석이 된 한국 감독직을 맡아 장기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모레노 감독은 이미 3년 전 한국 감독직에 지원했다가 축구협회의 내정이나 다름 없는 선임 방식 때문에 낙방한 경험이 있다. 한국이 파울루 벤투 감독 이후를 물색하던 2023년 초 지원서를 냈는데, 한국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뜻에 따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밀어붙인 바 있다. 모레노 감독은 자신을 어필할 기회도 잡지 못했지만, 이번에 다시 한국과 인연을 맺고자 한다.
당시 모레노 감독은 축구협회에 면접 기회가 주어질 경우를 대비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했었다. 56쪽 분량의 자료에는 연령별 유소년 대표팀과 K리그를 아우르는 관찰과 선수 선발을 통해 가장 강한 A대표팀을 만들어낼 전반적인 운영 방안이 담겼다. 이미 대표팀에 선발된 적 있는 선수 중 자신이 부임했을 때 장기적으로 활용할 만한 인재를 정리하고, K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얼마나 합류시킬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도 포함됐다.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를 집중 분석한 그래픽 데이터도 첨부했는데 여기에는 이한범, 이태석, 양현준, 오현규 등 실제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대표로 성장한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그밖에 김지수, 권혁규, 강현묵, 강성진 등 당시 가장 주목받던 유망주들도 염두에 두는 안목을 보여줬다. 모레노 감독은 이 자료를 대한축구협회에 제출했으나, 축구협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클린스만 감독 선임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시금 한국 감독직 문을 두드린 모레노 감독은 20대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34세였던 2011년 AS로마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수석코치를 맡으며 그의 사단이 됐다. 이후 셀타비고,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에서 계속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으며, 2014-2015시즌에는 코치로서 바르셀로나 3관왕을 도왔다.
스페인 코치 시절, 엔리케 감독이 어린 딸의 간호 때문에 팀을 떠나자 모레노가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스페인에서 9경기 7승 2무를 기록하면서 유로 2020 예선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엔리케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에 돌아오면서 그와 갈등을 겪은 모레노 감독은 내친김에 독립해 자신의 사단을 꾸려 AS모나코, 그라나다, 소치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페인 시절 모레노 감독의 가장 큰 기여는 수많은 선수를 테스트해 장차 메이저 대회 2연패 멤버가 될 선수들을 발굴한 점이다. 로드리는 아직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하기 전이었지만 모레노 감독 아래 붙박이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혔다. 파비안 루이스와 미켈 오야르사발은 모레노 감독 아래서 데뷔했다.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선발 11명이 모두 다른 구단 소속인 선발명단을 꾸릴 정도로 편견 없이 선수를 뽑았다.
그는 올해 초 황당한 루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러시아 구단 소치에서 2년 반 정도 지휘하다가 2025년 초 사임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 소치 전 단장이 '모레노는 경기 준비를 인공지능(AI) 챗GPT에 의존했다'라고 주장했다. 원체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보니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뉴스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의 반박과 해명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모레노 감독은 "전술과 스케줄에 AI를 활용한 적이 없다. 챗GPT를 활용한 건 내가 러시아어를 못하기 때문에 번역 용도로 쓴 게 전부다. 내가 AI 추천으로 영입했다는 선수는 오히려 스포츠 디렉터, 의무팀 등과 합의해 영입한 선수였다. 이 주장을 한 인물은 나보다 먼저 구단을 떠난 상태였다. 구단에서 나온 폭로조차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https://v.daum.net/v/20260728070107007?x_trk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