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외국인 투수를 찾기 위해 미국을 찾은 드림즈는 현지 코디로 일하던 로버트 길이 과거 메이저리그 출신인 길창주라는 것을 알아 챈다.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은 길창주 영입에 나선다. 하지만 그는 선뜻 손을 잡지 못했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었음에도. 길창주는 병역 비리를 저지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가기 싫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병역 기피를 자행했다고 기억되는, 그는 '조국을 등진 야구 선수'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부인이 아파서 혼자 한국으로 가 병역을 이행할 수 없었다는 사연. 그렇지만 이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국민의 분노도 사라지지 않았다. 주홍 글씨처럼 박혀 있었다. 그럼에도 백승수 단장은 길창주에게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자 길창주는 이렇게 답했다.
"용서받는 건 기대도 안 하고,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말은 안 해야죠. 제가 남들한테 박탈감 줘 놓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로 속죄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가슴을 찌르는 말이다.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 속죄를 한다면서, 그 방법을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로 정한다. 축구로 보답하겠다, 야구로 보답하겠다 등등. 길창주의 말 대로, 이건 속죄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어가는 것 뿐이다. 이건 자신에게 좋은 일이다.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한다면 박탈감만 더욱 커질 뿐이다.
속죄와 반성,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자신이 아니라 용서를 구해야 하는 대상에 맞춰야 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일까지 해야 하는 것이고,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심을 느끼고, 진정한 용서로 이어질 수 있다.
홍 감독의 용서받는 방법은 틀렸다. 완전히 틀렸다. K리그와 울산 HD를 배신한 것을 왜 대표팀에서 용서를 구하나. 올바른 방법은 용서를 구하는 대상에게 가서 용서를 받는 것이다. 대표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K리그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헌신이든, 봉사든, 삿대질을 받더라도 K리그로 직접 가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공정과 투명, 상식이 깨진 박탈감은 어떻게 용서를 구할 것인가. 모두를 위해, 한국 축구를 위해, 하나 된 대표팀을 위해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래야 끝난다. 착각하지 마시라. 시간을 질질 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공정한 절차를 거친 새로운 감독으로 새로운 대표팀을 시작하는 것 외에는 반감만 커질 뿐이다. 서로 상처만 커질 뿐이다. 빨리 끝낼 수록 서로에게 좋다.
길창주의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 입대했다. 이것이 용서받는 방법이다. 올바른 방법.
https://mydaily.co.kr/page/view/2024073023315551538
기사 내용이 너무 좋아서 한번씩 클릭해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