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차범근의 따뜻한 축구] 흥민이가 잘하는걸 어떡해!
2,033 22
2022.12.27 16:22
2,033 22
https://v.daum.net/v/20131025131527633?f=o

함께 했던 명장 중에 크라마 감독이 있었다.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은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우리팀에 쩨셀이라는 재능이 아주 뛰어난 유망주가 있었는데 크라마 감독은 쩨셀을 손주처럼 아끼며 기대를 많이 했다. 시합전 합숙을 할때면 감독은 쩨셀을 내 방에다 집어 넣었다. 영화를 보겠다고 조르는 째셀을 달래서 일찍 재우는 게 시합전 내 숙제였다.

모두들 단복을 입고 가야 하는 자리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면 난감해진 감독은 야단도 치지 못하고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속닥인다. 선수들은 쩨셀을 달래는 감독 흉내를 내면서 키득거리지만, 맘이 약한 감독은 드러내놓고 손주같은 그 어린선수를 야단치치 못했다. 당시 쩨셀은 스무살이 채 되지 않았다. 요즘 흥민이를 보면서 그 당시 크라마 감독을 이해한다.

https://img.theqoo.net/MiiLj

두리엄마는 중계하면서 흥민이 얘기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거듭 거듭 얘기한다. 심지어는 당신이 너무 칭찬을 많이 하는게 흥민이한테 좋은게 아니라고 협박도 한다. 그러마라고 하기는 하지만 중계를 하다보면 그렇게 되질 않는다.

흥민이가 너무 잘한다. 내가 중계를 했던 아이티와 말리전에서 흥민이의 경기는 굉장히 훌륭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덤으로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이 두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뛰어났다. 거기다 골까지 넣었다. 당연히 칭찬을 해줘야 한다. 물론 어리니까 더 귀엽고 분데스리가 선수니까 더 애정이 가고 레버쿠센 후배니까 더 각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마도 그런 부분도 있을것이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오히려 흥민이가 해낸 것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마치 설익은 유망주의 그것처럼 과소 평가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그 나이에 분데스리가에서 프로선수로 뛰고 있기만 해도 독일에서는 부러움과 관심의 대상이다.

https://img.theqoo.net/NcHLE

그런데 흥민이는 가장 비싼 선수다. 골도 잘넣는다. 분데스리가에서 두자리수의 득점을 한다는 것은 베테랑 공격수들에게도 자랑할만한 성적이다. 정말 누구나 할수있는 그런게 아니다. 결코 과소평가 할수 없는 성적이다.

그걸 스무살 남짓의 한국선수가 해냈다. 레버쿠센이 괜히 그 많은 돈을 주고 흥민이를 샀겠는가. 이런 우리선수가 자랑스러워서 내가 흥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두리엄마는 칭찬좀 그만하라고 나를 말린다.

이제 나는 대견한 것을 넘어서 오히려 나의 기록이 곧 깨질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다시 들어가 골을 넣을수도 없는데 흥민이가 한번 깨버리면 나는 영원히 흥민이 밑에 있을것 아니겠는가ㅎㅎㅎ

1904년에 Bayer 04 팀이 만들어져서 110년이 되었다. 110년의 역사중 하일라이트는 88년 내가 골을 넣었던 UEFA 우승이고 내가 넣은 3:3 동점골로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갔기때문에 이 역사적인 순간의 가장 큰 공은 나하고 승부차기를 지킨 골키퍼 폴본이다.흠.

이걸 넘어서려면 챔피온스리그를 우승하든지 분데스리가를 우승하든지 해야한다. 그동안 레버쿠센팀은 번번히 이 두대회의 우승 문턱에서 넘어졌다. 그때마다 88년 당시 맴버들이랑 스테프들은 행여 최고의 자리를 넘겨줄까 전전긍긍하면서 이상한 응원을 하기도 했다.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흥민이가 그걸 해내길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나처럼 결정적인 공을 세워서 훗날 레버쿠센의 역사를 얘기할때 차붐과 손을 가장먼저 꼽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동안 독일에 갈때면 흥민이를 보러 가겠다고 함부르크 감독에게 몇차례나 얘기를 해놓고도 못가봤는데 이번에 레버쿠센에 들를수 있어서 좋았다.

레버쿠센 식구들은 흥민이를 정말로 좋아하고 예뻐한다. 어느날 국가대표경기를 한다고 한국에 다녀오더니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이상한 캐릭터가 커다랗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며 귀여워 죽겠다고 난리다.

그정도면 팀 생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냥 나한테 듣기 좋으라고 하는건지 정말로 좋아하는지 정도는 구분할줄 안다.

그리고 또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 사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축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선수들이 부지기수인데 그 나이에 축구를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참는다는 것도 나는 고맙다.

크라마가 그렇게 아끼던 유망주 쩨셀처럼 철없이 날뛰지도 않는다. 축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나는 흥민이의 성공을 기대하고 싶다.

흥민이는 두리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나는 흥민이의 할아버지가 된다. 손주가 귀엽지 않은 할아버지는 이세상에 없다.

그래서 더욱 대견하다.손흥민!힘들어도 화이팅이다!


https://v.daum.net/v/20131025131527633?f=o
목록 스크랩 (19)
댓글 2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디어스킨 X 더쿠💛] 모!처럼 달!라진 일주일을 선사하는 <디어스킨 리얼모달> 체험 이벤트 193 06.21 70,99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515,554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346,77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759,995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주의] 16.05.21 23,017,922
공지 알림/결과 왕덬 왔네?? 국대방 필요하다면서 쓰레기글 어쩌고에 댓글 써줌 26 02.17 41,146
공지 알림/결과 지금 들어왔는데 ㅋㅋ 해축방 문제는 존나 의도궁예라 생각하거든 8 01.22 56,377
공지 알림/결과 아니 진짜 룰들 좀 창조해내지마 ㅋㅋㅋㅋ걍 축구이야기 다 하면안됨? 29 01.22 49,883
공지 알림/결과 진짜 해축방 고인물인데 진심 말도안되는 고나리 하고있는거라고 31 01.22 56,831
공지 알림/결과 근데 해축방 ㄹㅇ 먹금 못하는것도 맞고 예민충 많은것도 맞는듯 12 01.22 68,335
공지 알림/결과 여기 분위기 예민하고 피곤해서 글 쓰겠나 싶은 경우 많이 봄 8 01.22 63,373
공지 알림/결과 어떻게 해야 신고 하면 주어 까주니까 앞으로 보이는 족족 신고해야지~같은 논리가 나옴? 16 01.22 46,475
공지 알림/결과 근데 솔직히 내기분상해죄로 신고하고 썰어달라 징징거리는거 좀 그래ㅠ.. 16 01.22 63,491
공지 알림/결과 애드라 나 어그로 신고했다가 마상입음 ㅋㅋㅋㅋㅋ 16 01.08 51,79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31043 잡담 한국선수 없는 피엘팀팬들은 스포티비 어떻게 봐? 6 15:55 52
1131042 잡담 ㅇㅇ아!!! 그건아니지! (꿀밤) , 야!!! 이 씨발새끼야 이 ㅈ같은 새끼야!!!! (꿀밤) 1 15:54 120
1131041 잡담 토트넘) 근데.. 쿠플 티켓팅 경기당 대기인원을 받을까.. 총 합쳐서 대기인원을 받을까.... 2 15:53 21
1131040 잡담 오히려 저런 사례들 때문에 멀쩡한 교사들까지 제도 악용한 신고나 민원으로 고통받는건데 2 15:52 91
1131039 잡담 ㅇㅎㅊ 하 시발 진짜 생리는 해도 안해도 빡치냐 2 15:51 60
1131038 잡담 요새 한번씩 일이 터져도 주어가 내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ㅈㄴ 빡치면서도 안빡침 11 15:51 147
1131037 잡담 축구보고 손흥민 알게 된건데요.. 9 15:49 205
1131036 잡담 토트넘) 흥말축 토말축 언제온다냐 2 15:49 27
1131035 잡담 토트넘) 오늘 경기 꾸띠 스탯 1 15:48 25
1131034 잡담 엄격하게 가르침당하는것과 씨발 개새끼 좆같은새끼야 꺼져 소리 듣는건 넘나다른 4 15:48 142
1131033 잡담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이 뭐라도 되는양 한국축구에 훈수질해왔던게 코미디 10 15:48 146
1131032 잡담 보통 이런건은 유죄 나오지 않나? 2 15:48 62
1131031 잡담 합의금 수억원 요구<<이건 솔직히 물타기급 아닌가 6 15:48 145
1131030 잡담 난 손흥민덬 아닌데도 손흥민은 손흥민이고, 손웅정은 손웅정이던데 3 15:48 139
1131029 잡담 근데 저정도도 못참으면 애들 맡기지 말라는 댓글 보고 넘 놀람 1 15:47 59
1131028 잡담 그럴줄알고 보내는게 어딨어 8 15:46 165
1131027 잡담 내 자식이 유소년이 아니라 대학생이여도 학교에서 저런 소리 들었으면 교수 고소했을듯... 15:45 42
1131026 잡담 피해자 부모님도 다시 인터뷰하셨나봐 29 15:44 447
1131025 잡담 손흥민 팬들은 아빠랑 분리 잘하는데 오히려 까들이 손흥민 엮고싶어서 안달인거지 9 15:44 242
1131024 잡담 난 저 분이 그냥 일개 축구선수 아버지가 아니라 꽤나 영향력 있게 다뤄지던 분이었어서 15:44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