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number two.”
“Yes, That is my name.”
누군가의 무례한 말에 베네딕트는 농담으로 대답했다.
그것이 그의 역할이다.
장난스러운 말들과 다정한 미소를 갑옷처럼 두르고
브리저튼이라는 마스크 속으로 자신을 감추는 것.
책임에 짓눌린 형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 사이에서
동생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주는 건 그의 몫이었다.
그건 그 나름의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는 가족을 사랑했고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팔 한쪽이라도 내어줄 수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삶은
사교계의 규범과 평판속으로
자신을 내모는 것이기도 했다.
숙녀가 하면 안되는 행동들,
신사라면 해야 하는 말들.
모두들 속마음을 감추고 짜여진 대본에 따라 움직였다.
그의 재산과 브리저튼이라는 이름만 있으면
베네딕트 브리저튼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삶의 열정과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시,
호수에 가만히 떠서 바라보는 뭉게 구름,
화장없이 수수한 자연의 얼굴을 보여주는 풍경화.
그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많은 것들은 그저
다른 이들에게는 철없는 귀족의 한가한 취미일 뿐이었다.

한때는 본능에 솔직한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충실한 것이라 여겼다.
인생의 즐거움과 기쁨을 탐구하는 그들만이
그의 갑갑한 마음을 해방시켜줄 구원군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려한 매력, 쾌락과 흥분, 자극적인 섹스들마저
또 하나의 지루한 연극으로 변해갔다.
삶에 대한 열정은 점점 희미해졌고
매일 잠에서 깰 때마다
꼭 잘못된 목적지에 도착한 것만 같았다.
이런 감정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미술학교를 포기했던 순간처럼
스스로 실패자라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마저도 언젠가부터는
닻이 끊겨버린 배처럼
그저 삶을 부유하듯이 떠다닐 뿐이었다.
그날도 지루한 연극 같던 날이었다.
가면을 쓰고 여느 날처럼 부유하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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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같은 눈을 가진 그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