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이 좋았던 게, SNS를 통해 앞서 나가거나 성공하려 할 필요가 없는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으니까요. 쇼 자체가 이미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굳이 제가 SNS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요.
그리고 제게 연기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지 결정하는 게임 같아요. 사람들은 '숨기는 것'을 의심스럽게 보기도 하지만, 전 제 삶의 실제 사람들에게만 진짜 나로 존재하고 싶거든요.
SNS상의 모습도 결국은 일종의 퍼포먼스잖아요. 진짜 모습이 아닐 때가 많죠. 전 사람들이 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것에도 별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 플랫폼들을 조금 싫어하는 마음도 있어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집중력을 완전히 파괴하잖아요. 뻔한 말 같지만 사실이에요. 저만 해도 폰 때문에 책 한 권 읽기가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항상 내 관심을 요구하는 칭얼거리는 존재가 붙어있는 기분이죠. 기억력도 앗아가고요.
인생에서 뭔가 중요하거나 힘든 생각을 해야 할 때 나도 모르게 폰을 집어 들게 돼요. 그럼 폰은 공갈 젖꼭지처럼 내 뇌를 비워버리고 '아무 생각 안 해도 돼'라고 유혹하죠. 그렇게 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게 무서워요.
그래서 SNS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제가 이 화면과 소통하는 방식을 조절하려는 거예요. 제가 SNS를 한다면 제 성격상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게 뻔하거든요. 제가 너무 취약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강력한 기술에 저항하기 위해 아예 안 하는 쪽을 택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