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ubMeD8VCEw?si=0Kvh5uUpog9puEaf
“It is a pleasure to meet you.”
문틈사이로 새어나온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굳었다.
여유롭고 따뜻한 목소리.
그였다.

어두운 정원에서 보았던 깊은 바다색 같았던 눈동자는
기억과 달리 봄날의 하늘색이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
가끔씩 치켜올리는 눈썹.
포지의 실없는 이야기에 다정하게 귀기울여주는 그의 미소.
소피는 그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았다.
매일 이곳을 드나들며 그의 환상과 마주해야 할지라도.
등나무꽃과 장미 향기,
그에게서 풍기던 옅은 진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들리던 첼로소리,
따뜻한 밤공기와 반짝이던 별빛이 둘을 감싸안던
그 꿈같았던 봄날 밤과 함께
문틈 사이로 담은 그의 모습을
소피는 마음 깊은 곳,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꼭꼭 숨기기로 했다.
차가운 현실에서 숨이 막힐 때
도저히 살아갈 힘이 나지 않을 때
조심스레 꺼내볼 것이었다.
그녀만의 환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