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추락의 가장 큰 책임은 최상위 단체인 대한배구협회에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협회가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선수 재능에 의존했던 한계가 드러났다”라면서 “배구협회는 현상 유지에만 관심이 큰 조직으로만 보인다. 이 사단이 난 후에도 형식적인 공청회 한 번 한 뒤 뚜렷한 대책이나 청사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와중에 오한남 회장은 3선에 도전한다. 13일 대한체육회와 배구협회에 따르면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는 전날 개최한 전체 회의에서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오한남 회장의 연임 신청을 승인했다. 오 회장은 지난 2017년6월30일 회장 선출기구를 통해 제39대 회장에 올랐다. 2021년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4년 임기에 다시 도전한다. 단독 출마를 통한 당선이 유력하다.
혁신을 원하는 배구인들은 오 회장의 3선 도전에 한숨을 내쉰다. 오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구 원로들이 협회를 한 번 더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한국 배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젊은 배구인들은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국가대표 출신의 한 배구 관계자는 “이게 최선인가 싶다. 오 회장 체제에서 한국 배구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배구 원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젊은 배구인들은 협회의 혁신을 원하는 분위기”라는 의견을 밝혔다. 오 회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생동감 없는 협회 조직을 바꿀 리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오 회장에 대항할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배구계 조직을 이끌었던 한 인사가 출마를 노렸지만, 오 회장의 재선 의지에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을 지지하는 조직의 표에 대항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구계 현실에 문제의식을 제기하지 않는 일반 대중은 오 회장 연임 도전에 관심도 없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배구협회는 워낙 존재감이 없어 배구 팬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일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올림픽에 아예 출전하지 못해 실책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실제로 협회 사정을 잘 아는 배구계 인사는 “배구협회가 다른 체육 단체처럼 제대로 감사를 받았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제가 나왔을지 알 수 없다”라며 “사실 오 회장 한 명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협회라는 조직 자체가 무능력하고 의지가 없는 게 크다. 정말 혁신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한국 배구는 계속 암흑기에 머물 것”이라며 우울한 현 상황에 관해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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