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부지의 죽음은 단순히 홍차라는 캐릭터의 각성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홍부지 나이대의 기성 세대들이 주도하는 사회에선
정의란 결국 무력했고 악은 승승장구 하고 있으니 무대에서 이제 퇴장하며
자식 세대에게 악과 싸우며 사회를 바꿔나갈 주도권을 넘겨준다는 뜻이기도 한 거지.
자신의 딸인 홍차영으로 대표되는 세대는 홍부지가 말했듯이
본인들과 다르게 너무 나이브하지도 않고 독하게 악과 싸울 수 있는 존재들이거든.
그리고 기성 세대들의 유지를 단순히 이어가진 않는 독립적인 존재들이기도 하고.
홍차영이 아부지 죽고 나서 말했잖아. 아부지같은 변호사는 못 되겠지만 대신 징글징글한 변호사가 되겠다고.
아부지의 집, 아부지의 지푸라기를 이어 받았지만 결코 기성 세대가 걸어간 길대로만 걸어가진 않겠다는 거지.
그리고 홍부지 같은 기성 세대들은 그냥 무대 아래에 남아 자식 세대들을 코칭하거나 하지 않고
정말 완전히 무대를 떠나 주도권을 넘겨주는 혹은 넘겨줘야 한다는 걸 뜻하는 거 같아.
보통 다른 이야기들에선 주인공들이 위기의 순간에 어르신들을 찾아가 가르침이나 조언을 듣는 장면들이 흔히 나오잖아.
근데 재버지는 그런 거 전혀 없고 홍부지를 초반에 완전히 퇴장시켰지.
재버지가 보기엔 기성 세대들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했어. 실패한 세대의 가르침을 받으면 결국 그 실패를 답습할 수 밖에 없으니까.
재버지는 단지 외부에서 더 강한 악, 악이지만 약자에 대한 선은 있는 악을 끌어 와
자식 세대의 싸움에 도움이 되게 하는 역할까지만 하고 빠져서
싸움의 주도권을 가진 세대를 완전히 교체시킨 거지. 악과의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