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악당은 사랑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해요
남을 해치거나 상처를 잘 주는 사람은
절대 사랑하면 안됩니다
그런 사람에게 사랑은 장신구일 뿐이죠


자조적인 듯한 이 대사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 빈센조가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느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것이
마음을 주고받는 일의 필수적인 부산물인 양
치장하는 말을 덧붙이곤 하지만
그건 단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허세일 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건
말 그대로 상처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빈센조가 말하는 사랑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고 상처받는 일이
얼마나 아픈지 너무 일찍 알아버리고
그 아픔이 어떤 고통인지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나 커다란 어둠이 되는지
스스로 너무 잘 알기에
그 누구에게도 겪게 하고싶지 않은
간절한 바람을 가진 사람


거칠고 잔혹했던 자신의 삶과
그 과거의 그림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짓누르고 다치게 할까 두려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주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절대 사랑하면 안된다며 버티는
이 사람이


사랑의 자격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듯
단념한 채 고개를 숙일 때


자신보다
사랑하는 이의 상처에 더 괴로워 할
이 사람에게

꼭 사랑이 허락되어
누군가가 그 곁을 지켜주고
외로운 손을 잡아주며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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