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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극내향형 엄태구를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엄지'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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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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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와 공주님 같다고? 남매 혹은 부녀 같다고? 모두 맞다. 엄태구와 반려견 엄지가 만들어낸 아주 특별한 장르.

 

배우 엄태구와 엄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생김새도, 크기도, 성격도, 심지어 촬영장을 누비는 방식까지. 스크린에서 강렬한 얼굴을 내보이던 엄태구는 요즘 유튜브 콘텐츠 ‘단순노동’이나 여러 예능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외향인’의 세계로 발을 넓히고 있지만, 이날은 ‘늘 그렇듯’ 수줍게 현장에 들어선 반면 엄지는 여기저기 꼬리를 흔들며 한 명씩 눈을 마주친다. “신기하게도 1년 전 여기서 엄지와 시즌 그리팅을 찍었어요. 오늘은 간식을 주니 더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 같은데…. 집에 가면 분명 대자로 뻗을 거예요.” 보통 카메라를 들이대면 귀신같이 피하는 여느 강아지들과 달리 엄지는 가장 다채로운 표정으로 늠름한 포즈를 취한다. 누가 화보를 더 잘 찍는 것 같냐고 물었더니 ‘베테랑’ 엄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친구를 저 따위가 이길 순 없죠.” 혼날 것 같으면 미리 눈치채고 빙글빙글 돌거나, 이리저리 눈을 맞추며 애교를 부리는 긍정의 ‘엄지공주’ 덕분에 이 가족은 물론 포토그래퍼도 웃음을 놓지 않았다. “대중은 대부분 저를 내향인으로 보시잖아요. 반면 엄지는 만나는 모든 이에게 존재감과 영향력을 끼쳐요. 자기 어필도 기가 막히고요. 가끔 생각해요.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귀여운 인간일지…. 엄지에 비하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란 걸 깨닫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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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가 이만큼 외향형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완전 어릴 때는 무서워서 집 밖으로 걸어 나오지도 못했어요. 복도 입구에서부터 말이죠. 간식을 건네야 아주 조금씩 따라오기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복도를 오가고 다시 집으로 도망가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다 차츰 집 앞을 지나 청계천, 공원 산책로까지 나아가는 걸 보며 자식 키우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어요.” 엄지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라 어디 가서 유독 혼자 겉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릿하다. 그에게 엄지는 때로는 딸, 때로는 여동생, 때로는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무한한 우주 같은 존재. “남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겠지만, 정말 딸 같을 때가 많아요. 시기마다 우리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제가 부모님 댁 근처에 살 때는 거의 매일 봤는데, 독립하고 나서는 가끔 보는 오빠와 동생이 된 것 같아 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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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는 오로지 엄지 앞에서만 꺼내 보이는 얼굴이 있다. 팬이라면 아주 궁금해할 모습 말이다. “제 입으로 묘사할 수는 없지만, 평소에 안 보이던 모습을 보이긴 하죠. 아마 엄지 말고는 아무도 못 보는 얼굴일 거예요(웃음).” 이 작은 존재가 그의 새로운 내면을 마구 불러낸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 크게 웃음이 나요. 혼자 공을 굴려도 웃음이 날 정도죠.” 지난여름, 엄태구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을 때 첫 게시물은 그의 얼굴이 아니라 엄지였다. 이유를 묻자 또 웃는다. 이렇게 웃음이 많은 남자였나? “제 사진으로 시작하긴 좀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다 회사에 물어보고, 저 대신 엄지를 올려버렸습니다.” 공교롭게도 엄태구 팬클럽 이름도 ‘엄지공주’다. 팬들은 이미 엄지가 엄태구네 가족인 걸 잘 아는 데다 그가 자신의 별명 중 엄지공주를 말한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이름. 회사 식구들도 엄지를 무척 아끼고 사랑한다. 팀은 종종 단체로 유기견 봉사에 나가기도 하는데, 엄지는 이렇듯 엄태구의 삶 전반을 뒤흔드는 작고 귀여운 힘이다. 손바닥만 한 존재가 그의 세계를 태양처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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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받아들였고, 교감하는 방법을 감각으로 배웠죠. 그 강아지가 소중했던 만큼, 이 세상의 다른 작은 존재들도 소중히 바라보게 됐고요. 그러다 중3 때쯤 강아지를 보내고 나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도요. 이제는 시간이 유한하고, 삶은 언젠가 끝난다는 걸 알죠. 저도 언젠가는 그럴 테고요.” 이제 어른이 된 엄태구는 엄지와의 가장 잊지 못할 어느 순간을 떠올렸다. “모르는 길로 산책을 나선 적 있어요. 해는 저물고, 돌아갈 길은 꽤 멀었죠. 그래서 엄지를 계속 안고 걸었어요. 차들이 엄지와 제 곁을 쌩쌩 지나가는데, 저도 낯설었지만 엄지는 그 순간 정말 저 하나만 믿고 있는 것 같았어요. 손에 힘이 들어갔죠. 그때 책임감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마음이었는데, 왜 이 장면이 아직도 기억나는지 모르겠어요.” 말은 필요치 않다. 엄태구가 엄지와의 관계에서 배운 것은 분명하다. “강아지들을 보면 신기해요. 영원처럼 좋아해주고, 가끔 목숨까지 바치는 사랑을 보여주기도 하죠. 엄지도 제가 뭘 하든 좋아해주니까. 눈이 와도 비가 오는 날에도… 그냥 다 좋아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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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에게 물었다.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일이냐고. 그는 오래 생각하지도, 거창하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명료한 답을 꺼내놓는다. “그저 당연한 일이에요.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의 일부죠. 반은 농담이지만, 사료값을 벌어야 하니까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다른 말로는 책임감이죠.” 우리는 가끔 이 사실을 잊지만, 이 동행은 당연한 일이 분명하다. “그냥 엄지가 행복하면 그만이에요.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하게 될지 몰라도 스스로 계속 지켜보려 합니다. 마음을 열고, 다양한 도전을 보여드리면서요.” 엄태구의 사랑은 크고 빛나는 말로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성실해지는 마음, 그 반짝이는 평범함이 그의 세계를 단단히 지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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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elle.co.kr/article/18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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