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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쿠농 #8 [홍적] 비 개인 하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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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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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theqoo.net/subcul/203885120




발코니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 온 후의 흙내음, 한층 맑아진듯한 공기, 푸른 하늘. 그리고 그 곳에 걸려있는 무지개. 언제 봐도 아름다운 무지개는 다시금 그 때를 떠올리게 했고, 그 때의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무지개를 감상중이었는데,

"뭐하냐?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듣고"

무지개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니지무라라는 성.. 정말 슈조상이랑 잘 어울린다 싶어서.."
"너 그 소리만 대체 몇 번째냐"
"하하"

슈조상이 뭔가 가득해보이는 봉투를 들어보였다.

"뭔가요 이건?"
"휴가 첫날인데 여행은 모레부터니까, 오늘은 열심히 마시자고!"
"지금 아직 낮인데..."
"지금 시작해야 새벽까지 실컷 마시지 인마, 빨리 준비하시지"
"네-네-"


슈조상과 단 둘이 술을 마시는건 처음이었다.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술기운이 더 화악 올라오는 느낌이다. 몇 잔 들어가니 바보같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가 슈조상 얼마나 좋아했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연락처도 안 남기고 가버리고 말이죠"
"그러네 내가 나빴네~ 그지?"
"정말 나빴다니까요?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세요"
"맞아맞아, 진지하게 미안하다니까. 세이쥬로가 슈조상을 많이 좋아했구나?"

더 들어가니 서러워졌다.

"그 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니까아... 아무도 손을 잡고 끌어올려주는 사람이 없었다구여어 네?"
"알았어, 이해해"

토닥이는 슈조상의 손길에 더 서러워졌다.

"난 겨우 중학생이었는데에.. 말로만 이뻐하는 후배라 그러고... 형이.. 잡아줄 수도 있었잖아아"
"그래 그래 미안해 형이 미안해"

그 꼴로 술을 더 들여보내니 이성이란 것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필름은 끊겼다.


밝은 햇살에 무거운 몸을 일으키니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오후 1시였다. 이렇게나 잔건가... 화장실로 들어가니 거울속에 초췌한 모습이 비쳤다. 눈이 잔뜩 붓고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시선을 더 내리니 목에 이건...
깜짝 놀라 문을 벌컥 열고 거실로 나갔다.

"어어 세이쥬로, 일어났어?"
"슈조...상"
"응?"
"저희 어제... 뭐했죠?"

슈조상은 잠깐 벙찐 표정을 짓더니 잔뜩 장난끼 어린 웃음을 띄웠다.

"오랜만에 큰 사건을 치뤘죠 도련님"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끔찍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 그게 끔찍한게 아니라 내가 생각이 안 난다는게 끔찍했다. 대체 무슨 품위없는 짓을 했을지 감도 안 잡혔다.

"세이쥬로, 멍하니 있지 말고 씻고 와"
"네..."

화끈 오르는 열기를 식히려 찬물로 거칠게 씻었다. 어쩌면 기억 안 나는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물기를 닦고 거실로 나가 슈조상의 옆에 앉았다. 슈조상이 나를 끌어당기며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었다.

"오늘은 푹 쉬자, 늦게 출발해야 되니까"
"네"
"어제 새벽에 또 비가 온 모양이야, 여행갔을 땐 날씨 좋아야 되는데"
"비가 오는건 좀 그래도... 비가 그치고 맑개 개인 다음에 무지개가 뜨는건 좋으니까 괜찮아요."
"무지개가 안 뜰 수도 있잖아?"
"그럼 좀 실망스럽겠네요"
"여기 늘 뜨는 무지개가 있잖아"
"....."
"뭔가 대꾸좀 해주라"
"해드리고 싶어도 딱히 생각나는게..."

그런건 나도 생각하는거니까 입밖으로 꺼내지 마시라고요. 라는 말은 삼키고 가만히 슈조상에게 기댔다. 난 몇년 전 그 날 '미친짓' 이라고 생각했던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두고 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아카시, 그건 내가 적당한 분위기일 때 먼저 말하려고 한거란말이야. 그리고 일 때문에 어차피 이 근처로 이사올 예정이었고. 고백하기 전까진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이거..."

라던 대답도 듣지 못했겠지.




-------------------------

제 안의 홍적은.. 늘 성숙하고 듬직한 아카시가 니지무라센빠이한테만 은근히 쭈뼛대고 뭔가 고분고분해지고 하는 그런 느낌인데 캐붕이 될수도 있겠구나 껄껄... 마음의 문을 열고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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