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타카오는 당혹감으로 벌어졌던 입술을 깨뭄. 미친듯이 뛰는 심장. 무슨 감정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움. 신경쓰지 않기로 했던 미도리마의 상처받은 모습이 떠오르자 속에서 무언가 덜컥 함.
'나는 누군가한테 이렇게 깊은 믿음을 가진 적이 있던가?'
*'그보다 우리가 안지 얼마나 됐다고 날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거지?'
타카오가 말없이 놀란 눈으로 미도리마를 바라보고 있자 미도리마는 그제야 창피함이 올라와 눈을 피함.
"그래...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좀 이상하군 이런 말은."
*타카오는 생각하던게 들킨 것 같아 움찔하고는 마음을 가다듬음. 하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머리는 중심을 잡지 못함.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미야지는 능청스럽게 하품을 하며 걸어나옴.
"어? 부대장님, 안녕하십니까. 코코노에 하사님도 안녕하십니까~"
타카오는 흠칫함
'들었나? 들은건가? 다? 언제부터?'
*"어이, 나 화장실 갈건데 무서우니까 좀 같이 가줘라"
"아, 예에... 그럼 잠시"
*"아까 나왔다가 재밌어보이길래 가만히 듣고있었더니 확실히 재밌네!"
"전 재미 없는데요..."
"갈등되지 솔직히? 딱 보니까 정에 약한 타입이잖아 너"
"..."
"이야 신이란 작자 너무하지? 전쟁만 아니었다면 둘 참 자알 지냈을텐데 걸림돌 없이."
*"부대장이 저럴줄도 몰랐네, 로봇설은 사실이 아닌거였구만. 혹시 너 좋아하는거 아냐?"
타카오는 한껏 얼굴을 구기며 말이 되냐는 표정을 지어보임.
"농담이야.. 못생겼으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타카오가 째려보자 미야지는 타카오의 뒷통수를 치고는 고갯짓을 함.
"부대장님 기다리시니 가봐라. 가면서 잘 생각해봐, 어느쪽이 좋은지."
*"어느 쪽이냐니..."
타카오는 미야지가 한 말을 곱씹으며 돌아감. 한 걸음씩 내딛을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워짐. 그리고 미도리마의 뒷모습을 바로 눈 앞에 뒀을 때 발걸음을 멈춤.
'이건 연민인가?'
*미도리마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자 타카오는 한층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을 염.
"타카오 카즈나리야, 내 이름."
14
*미도리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타카오를 바라봄.
"내 이름, 코코노에 히로오미가 아니라 타카오 카즈나리야."
여전히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타카오를 응시하는 미도리마.
*"생일은 9월 12일이 아니라 11월 21일이고 도쿄 출신이 아니라 인공지구 제3국 출신이야."
미도리마의 표정에는 놀람과 혼란스러움이 공존하기 시작함.
*"지구측 군대 부사관에서 정예요원으로 뽑혀서 여기 온것도 아니고, 인공지구 정예부대 특수정보원이야."
미도리마의 표정이 일그러짐.
"아니, 특수정보원이었어."
"..."
*"니가 나한테 너에 대한 모든걸 말해줬으니까 나도 너한테 나에 대한 모든걸 말해줄게. 더 알고싶은거 있어?"
*미도리마는 입을 열었지만 말을 꺼내지 못함. 꽤 뜽을 들인 뒤에야
"타카오 카즈나리..."
하고 말을 틈.
*"너는 그러니까... 스파이..라는건가? 인공지구측의?"
"응. 잠입 임무를 받았어. 그리고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모모이 사츠키는 인공지구로 보냈어."
"모모이 사츠키...."
*타카오는 예상했던 미도리마의 반응에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함. 그리고 근거는 없지만 미도리마는 자신에게서 돌아서지 않을것이란 믿음이 굳게 자리잡고있었음.
*"난 배신당했어. 날 여기 보낸 이유는, 사라지길 바래서야. 유배보낸 셈이지. 그러니까 미도리마군, 난 다신 안 돌아가."
"..."
"믿을 수 있어?"
미도리마는 여전히 찡그린, 하지만 안정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임
*타카오는 진심으로 미소를 지어보임.
"내가 이 얘길 한건, 나도 널 인간으로서, 친구로서 신뢰해서야."
미도리마의 찡그린 미간에서 힘이 빠짐.
*타카오는 미도리마의 두 손을 포개 꼭 잡음. 그건 연민이기도 했고 정이기도 했음. 하나 무언가 우정이라고 표현할만한지 의문이 드는, 타카오의 경험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종류의 정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