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본 가족의 변화상

‘전원일기’에서 ‘사이코지만 괜찮아’까지

‘가족’은 한국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다.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따라 드라마 속 가족의 모습이 진화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1980년대 ‘전원일기’에서 가족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그려진다. 3~4대에 걸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물론 매일 벌어지는 모든 일상을 공유한다.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서 가족은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가 되기를 요구받았다. 1990년대 ‘사랑이 뭐길래’는 과도기를 겪던 가족 개념의 변화를 다룬다. 민주적이고 자유분방한 박 씨 집안과 남성 위주의 권위적인 이 씨 집안을 중심으로 가치관의 혼란과 극복 과정을 풀어낸다. 여기서 결혼은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가족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2000년대 ‘산 너머 남촌에는’ ‘황금신부’ ‘하노이 신부’는 성큼 다가온 다문화 사회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기존에 다문화 가정과 이주 노동자가 흥미를 유발하거나 볼거리 제공 차원의 양념적 요소로 다뤄지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이들이 서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극중 비중이 높아졌다. ‘옥탑방 고양이’나 ‘풀하우스’처럼 동거 문화를 다루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10년대는 드라마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다. ‘아이가 다섯’은 돌싱이 된 남녀가 만나 새롭게 가족을 일궈가는 이야기다. ‘청춘시대’에서는 5명의 여성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한다.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와 같이 1인 가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도 속속 등장했다.

2020년대 들어 가족의 해체는 더욱 가속화된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엄마의 졸혼 선언을 계기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잠들어 있던 갈등과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주인공은 ‘피가 섞이지 않았으면 남일 뿐’이라는 통념을 깨버린다. 그는 자신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부모를 버리고 스스로 선택한 이들과 가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