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는 내내 힐링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의 이 혼란한 시기에 따스한 위로를 받았달까.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간 캐릭터, 고문영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는 어땠나?
고문영으로 살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 감정은 전혀 없고 식욕만 있는 좀비 같은 인물을 연기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매혹적이지만, 굉장히 섬뜩한 여자였다. 자기 멋대로인 데다 쿨한 성격의 소유자라 연기하기 쉬울 것 같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문강태, 아빠, 엄마)에게 강하게 말하는 대사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극 초반에는 감정에 동요되면 안 되는 인물이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촬영이 거듭될 때마다 고문영이 아닌 나 스스로 많이 상처받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고는 했다. 여러모로 난이도 높은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 충분히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행복했다. 스스로도 계속 성장했던 캐릭터로 남을 것 같다.
혹자는 고문영이 서예지의 인생 캐릭터라 하던데, 그동안 했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연기한 모든 캐릭터에 애착이 간다. 지금 꼽자면, 가장 최근에 했던 작품이라 그런지‘고문영’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문영이로 지냈으니 그럴 수 밖에.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그녀를 통해서 스스로 힐링도 많이 받았다.
고문영은 겉은 완벽하고 흐트러짐 없었는데,내면은 하염없이 여리고 약했다. 인간의 단상을 보는 듯해서 더욱 공감이 갔던 것 같다.
문영이뿐만 아니라 강태와 상태도 그랬다. 내면에 상처를 꽁꽁 숨기고는 겉으로 괜찮은 척 살아가는 인물들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많은 공감을 얻었고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드라마 제목의‘사이코’는 초반엔 고문영으로 보였겠지만, 누구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우리 모두일 수도 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 It’s okay to not be okay.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패션 또한 연일 화제에 올랐다. 그동안의 스타일과도 많이 달랐는데, 완벽하게 스며들었던 것 같다. 굉장히 오버스타일링이었지만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고문영의 스타일 그리고 캐릭터와 패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문영의 화려하고 과한 헤어, 메이크업, 패션의 조합에서는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이것이 결과 자기과시용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이 역설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보다 숨쉬고 생생한 캐릭터에 부합하는 완벽한 비주얼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스태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생을 했다. 대중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면 고생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