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띨델가도 -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순례길 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날의 시작 ㅠ
7시가 살짝 넘은 시간에 출발했어
날이 흐리다



도로 옆길을 2시간 정도 걸어 두 마을을 지나면
벨로라도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벽화가 많았던 벨로라도
벨로라도에서 또다시 베트남 순례자분을 만난다
목적지가 같아 동행하기로 했어
다음 날 부르고스 대성당에서 하는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 날 무려 34km를 걷으시던ㄷ
댕비싼 돈시몬도 원산지인 스페인에서는 저렴하게 만날 수 있다
어느새 남은 대도시는 부르고스 - 레온 2곳뿐
그 다음은 산티아고다
활기차고 건강미 넘치시던 노순례자의 뒷모습
비얌비스타 마을의 찔레꽃
* 벨로라도와 비얌비스타 사이에 또산또스라는 마을이 있는데 산 중턱의 예배당이 유명해
우리는 갈 길이 멀어서 그냥 지나갔어ㅜㅋㅋ
양귀비꽃 사이를 지나

잔뜩 피어난 캐모마일 옆을 지나
계속 걷는다
순례길엔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유적들이 있다
정체가 불명한 이 유적은 사실은 오카 수도원의 잔해다


비야쁘랑까-몬떼스 데 오까 마을에 도착
오래 전 순례자를 노리는 도둑들이 들끓었다는 오카산의 자락에 위치한 마을
순례자들은 오카산의 해발 1,100m의 산등성이를 여러개 넘어야 하기때문에 이 마을에서 묵는 경우가 많대
Olla podrida라는 요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시에스타 시간이라 마을 벤치에 앉아 마트빵으로 해결함
14시가 넘은 늦은 시간.. 이 날은 뭔가 힘이 안 났어ㅠ 이제와서 생각하는데 탄수화물이 부족했던 것 같음ㅋㅋㅋㅋㅋㅋ
오카산 넘기를 포함해 12km가 남아 있어서 걱정도 되고 의욕도 안 나더랔ㅋㅋㅋ
다시 걷기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오르막이 시작되어 또다시 기운이 빠졌다

자전거를 끌고 오카산을 넘던 스페인 부자
울창한 떡갈나무 숲을 지나면
소나무숲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은 공포영화에 나올 것 처럼 생겼지만 진짜 공포는 앞으로 2시간을 더 걸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카산 정상은 지난 것 같아 안도하며 걷는 중
게르니카로 잘 알려진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 추모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산골짜기
내려가는데 다시 올라올 거 생각하니 너무 억울했음 ㅠ
수많은 순례자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순례길에서 가장 긴 이정표

솔방울로 만들어진 이정표도 있다
을씨년스러운 나무 조각들
사실 푸드트럭의 흔적이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같은 풍경만 반복되어서 미치는 줄 알았음
다리랑 어깨는 아프고 힘들고 날씨는 우중충하고 사람이라곤 2시간 전에 만난 자전거 탄 부자뿐이고ㅠ
동행이랑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서로에게 감사하며 걸었어
몸 안에 있는 에너지는 이미 다 소모되었는데 조난당한 순례자가 될까봐 계속 걷기만 했어
쉴 때마다 택시?라도 불러야하나 고민에 고민을 했음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는 오전에 산을 넘었다면 30km가 넘는 거리도 부담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몇 시간 동안 걷다가 오후에 산을 넘으려니 못할 짓이더라ㅜ
다음 마을까지 남은거리 '1km'는 나에게 천국까지 남은 거리와 같은 의미였다
기나긴 소나무숲의 끝이 보인다
어느 때보다 더 반가웠던 들길
딱 이 순간에 올라오는 경찰차와 마주쳤어
산에서 조난 당하는 순례자가 있는지 순찰을 돈다고 하더라
걍 주저앉아 있다가 경찰한테 주워질걸ㅋㅋ 아쉽..
존잘
조개모양의 타일이 인상깊다

산 후안 데 오르떼가는 작은 마을이야
수도원과 성당, 그리고 식당이 끝임
나는 사진 왼쪽의 수도원 끝에 위치한 사립 알베르게에서 묵었어

알베르게 내부
사방이 나무천지길래 벌레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었어
고생한 나를 위한 치즈케이크
샤워고 빨래고 다 미뤄두고 맥주부터 시켰어 이게 맞지ㅇㅇ
케익도둑 잡아라
당근수프와 함께하는 오늘도 커뮤니티 디너
옆자리의 쿠바에서 오신 노부인께서 순례길 이후에 포르투갈 여행을 추천해주셨어
이 때 처음으로 순례길 이후의 일정을 그려보게 됨
많은 순례자들이 순례길이 끝난 후에 포르투갈로 넘어간다는 것도 이 때 알았어
포르투갈에서 일하셨던 분이라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전주-경주 이런 느낌으로 추천해주셔서 아쉽게도 들리진 못함ㅠㅠㅋㅋ
저녁식사 후에 부르고스에서 야무지게 쉬기로 다짐하고 1인 호텔 예약하고 기절함ㅋㅋㅋㅋ
휴식시간 포함해서 10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그럴만도..
ㅡㅡㅡㅡ
산 후안 데 오르떼가 - 부르고스
소나무숲의 PTSD
에키움 불가레와 뒤영벌
라벤더인줄ㅎ
길지 않은 숲길을 빠져나온다

이 즈음부터 순례길 사이드에 순례자들이 만들어둔 작은 길들이 있었어ㅋㅋ
비가 오거나 길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이를 피하려다보니 만들어진 길이 아닐까 싶었어
확실히 자갈밭을 걷는 것보단 이런 좁은 길로 다니는 게 발이 편하긴 해
가장 발이 안 아픈건 풀 밟고 다니는 건데 이건 뿌직밟기의 위험이 있음
누트카 장미


산 후안 데 오르떼가에서 멀지 않은 마을, 아헤스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순례자를 환영하는 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마음
마을 성당 위에 황새가 둥지를 튼 모습
Bar에서 쉬는데 어제 같은 알베르게에 묵었던 스페인 순례자가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며 데려간 곳에서 본 모습이야
신기해서 엄청 사진을 찍어뒀는데 나중엔 가는 마을마다 있었음ㅎ;
길이 이게 맞나요?
맞냐구요
맞다고 하네요
사람 키만한 풀들을 헤치고 가려니 긴팔과 긴바지가 새삼 고마워진다

아따뿌에르까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인류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대
박물관과 선사시대 유적지가 있고 투어도 가능하다고 해
흥미가 있다면 부르고스에서 연박하면서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게 좋아보이는 듯?

거대한 나무 십자가와 순례자의 돌무더기
좌측 철조망 너머는 군사 사격지역이라고 한다

"순례자가 부르게떼에서 나바라의 산들을 넘어 스페인의 드넓은 들판을 바라본 후, 이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본 적은 없었다"
라는 문구래
내가 간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어ㅠ


비야발을 지나

알베르게 홍보트럭을 지나
까르데뉴엘라 리오 삐꼬마을의 유쾌한 벽화를 지나

다리를 건너


향기로운 금작화를 지나면
부르고스만의 특별한 순례길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다리에 쓰여있는 문구는 이 글의 제목과 같은 Ultreia et suseia
수많은 종류의 감각적인 이정표들이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마을로부터 8km는 더 가야 진짜 부르고스가 나온다는 거..
첫 이정표로부터 1시간 반, 드디어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부르고스 외곽의 맥도날드에서 베트남 순례자와 조우했다

바닥의 이어진 화살표를 따라가면 부르고스 대성당이 나온다
저멀리 보이는 부르고스 대성당
대성당 앞의 산 페르난도 광장

나는 진짜 편안하게 쉬고 싶어서 미리 예약한 호스텔로 ㄱㄱ했어
세탁기 있는 1인실로 골랐는데 문명 속에서 잠이 드는 건 참 좋더라ㅎ.ㅎ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칠 수 있는 모든 의류를 세탁기에 돌리고 나체꿀잠때림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날씨가 많이 좋아졌더라고

놀라지마세요 혼자 먹었습니다
출출해져서 타파스 흡입함..
타파스가 문제인게 너무 예쁘게 생겨서 이거저거 다 먹어보고 싶어ㅠㅠ
근데 한번씩 먹어본게 전부라 막상 기억은 잘 안 남ㅋㅋㅋㅋㅋㅋㅋㅋ
대성당 뒤쪽에는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 있어


굉장히 초면인 오빠소주와 미미막걸리
유럽에서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결국 또 저질렀다

다음 날엔 무니시팔로 숙소를 옮겼어
1인실 너무 편해서 거기 계속 있다간 더이상 알베르게에 묵지 못할 것 같았음ㅋㅋㅋㅋㅋ
내 룸메이트(?)는 아시아계 호주인이었는데 계속 여자얘기만 해서 속으로 여미새라 불렀음ㅎ
체크인하고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사진은 조금만 남길겤ㅋㅋ


아름다운 아를라손 강가

부르고스 대성당 관람도 빠질 수 없다
부르고스 대성당
산따 마리아 대성당이라고도 하며 스페인에서 세번째로 큰 성당이자 스페인 성당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성당이래
유로로 내부 관람이 가능하고 순례자 할인이 있어
미적 감각 0인 내가 봐도 정말 아름다운 성당이었어
직접 착즙하는 생오렌지 주스 ㅠㅠ
두 통 질러서 애지중지 아껴서 마심ㅋㅋㅋㅋ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걸 보면 한식당이 틀림없다
저녁은 부르고스까지 열심히 걸어온 학교 선배와 만나 한국인 넷이서 한식당에 갔어
순례길 대도시들에는 웍이라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중식당이 있는데 코로나로 폐업하고, 휴일이고..
여러모로 인연이 없는 것 같아서ㅜ 유명한 한식당에 갔어
다들 오랜만에 보는 한식에 열심히 흡입하다 아차 하고 사진찍음ㅋ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해외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많고.. 이래서 다른 사람들 인스타 보지말라고 하나봐;
일정때문에 마지막에 점프한 한 명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산티아고에서 다시 만나게 됨!
부르고스에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길 잘했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
특히 여러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어서 좋았어
수비리에서 커플 순례자한테 줬던 보호대도 다시 삼ㅋㅋㅋㅋㅋ
*약국 지출이 진ㄴㄴ짜 크니까ㅠ 상비약이나 보호대는 꼭 준비해오자 COMPEED라고 물집밴드가 있는데 핵비싸
나중에 빌지보고 놀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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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489.68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