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주도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제주도가 생각이 났어 다른데 말고 거기가 가고 싶었어 근데 난 제주도를 그때 딱 1번 가봤었거든 그것도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렌터카있는 여행이었는데 그 마저도 몇년 전이라 내가 제주도를 가려면 뚜벅이로 가야했던거야
계속 고민하다가 어차피 출근해야 할 직장도 없고 시간도 넉넉하니 뚜벅이하다 재밌으면 몸은 힘들어도 즐기다오고 못하겠으면 비행기 표 바꿔서 더 이르게 집에 오자 이 생각으로 아픈 몸 이끌고 그냥 간거야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제주 버스시간이랑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 일정 돌아다니는 버스 타는 방법 이런거 전부 정리해서 종이에 써갔어
그때 내 짐은 책가방만한 작은 백팩 하나가 다였어
다 필요없고 잠옷, 여벌 옷1, 세면도구 이것만 가방에 넣었어
도착해서는 버스타고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갔어
우도 가서 실컷 돌아다니다가 풍경사진도 잔뜩 찍고 나와서는 성산일출봉까지 걸어가서 그것도 실컷 보고 버스 타고 숙소 가다가 예뻐 보이는데 아무데나 내리고 계속 걷고 또 걷고걷고.. 그러다 지치면 숙소가서 먹고 싶으면 먹고 배고파도 안먹고 싶으면 그냥 잤어 아침에 빵 하나 먹은게 다였는데도 안먹고 싶어서 그냥 씻고 자버렸어
모든걸 내 마음대로 했어
맛집도 안갔고 유명하다는 디저트도 안먹고 그냥 눈에 보이는거 먹고 내 발이 닿는 곳으로 갔어 내가 원하는 것만 하고 남들이 좋다고 해도 내가 안내키면 안했어
그렇게 여행 끝내고 비행기 탔는데 처음으로 내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해외를 몇번이나 갔는데도 다녀왔을땐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거든 좋고 재밌긴 했지만 내 여행을 하고 왔다는 생각은 안들었어
제주도에 가서 난 그때 처음으로 그런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아
가장 힘들때 떠오른 곳에 가서 내 마음껏 다녔더니 마음이 참 많이 풀리더라 이게 여행이구나 그때 깨달은거 같아..
진짜 내 여행을 하고 왔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그러고 나서 좀 살아난 기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