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공간에 들어오면
잭슨 폴록의 그림처럼 물감으로 난도질되어 있는데 그게 마치 숲같고
하지만 모두가 상처받은 시대상 같기도하고 막 이런 저런 생각이 듬.
뒤에는 정미소, 앞에는 너무나도 조선식 정자(건물?) 아래는 연못이라 고즈넉 하고.
한쪽엔 유모의 공간, 한쪽엔 펌프 저거 진짜일까 가짜일까 생각이 들고
그래도 대극장인데 좀 심심한 걸 하던 찰나에 펌프에 진짜 물이 올라오고, 배우들이 열심히 펌프질을 함
열심히 발로 물 뿌리는 해일을 보며 물 저거 안 미끄럽나 생각이 들 정도로 무대 위에 물이 일상적이랄까.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해일이 받은 물을 연못에 던지면서 생각보다 진짜 같은 연못의 존재를 알게되고
에이 그래도 심심한데 하던 찰나에 연목 위에 있던 정자가 서서히 돌고
마루가 돌다가 천둥치더니 정말 위에서 비가 내리고 그 빗소리가 사운드를 기반으로 극이 진행됨
반야야재는 ASMR 빗소리 맛집이다.
연무도 뿌리고, 비도 내려오고 막 사운드도 제대로 잡아내고
배우가 연못에 돌을 던지면 그 소리가 명료하게 들려
가벼운 가랑비도 매서운 폭우도 다 되어서 이게 모죠 보다가
영란과 은희가 연못에 발을 담구고 장구치고 물뿌리며 놀면서
영란이 은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모성애가 아닌 우정에 가까운 사랑이라
이건 몰까 하면서 마음이 쫀쫀해지짐.
그러다가 조용히 돌던 마루가 360도 팽팽팽 돌면서 사건들이 벌어지고
화약 소리를 뭐 그렇게 큰지 매번 들을 때마다 내 엉덩이가 팔딱임.
이제 끝인가 싶을때 이제 무대 위에 은희의 지시로 정미소가 생김 < 너무 좋아함. 결국 은희의 정미소.
실제로 돌아가는 듯한 철제 벨트 위로 바퀴가 쿵쿵쿵 돌아가고
갑자기 우수수수 쏟아지는 쌀겨에 놀라고 (더 쏟아낼 수 있었으나 안그러면 객석까지 밀려와서 못한게 틀림없는ㅋㅋㅋㅋ)
끝나면서도 쿵쿵쿵 돌아가는 정미소를 보며 그래 살아야지뭐 생각도 들고
오랜만에 대극장 연극 보면서, 무대 미술 좋다. 정적이지만 참 잘 구성했다 싶었던 작품
지인들 다들 이게 세금이라면 아깝지 않아 하면서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나게 들어찬 무대는 아닌데 무대에 모자람이 없고
무대미술 자체가 생기가 넘쳐
+ 공간을 깊게 쓰는 만큼, 배우들의 음향도 깊이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도 좋았다.
공간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음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