슘이 스트라빈스키에게
"하지만 책임을 진 건 니진스키뿐이었지."라고 하는 부분이었거든
나는 니진스키는 안 보고 디아길레프랑 스트라빈스키만 봤는데
디아길레프 보면서 느낀 게 딱 그거였어
'너희 넷 다 그런 발레를 만드는 데 동의한 거잖아? 그런데 왜 니진스키만?'
그리고 얘네가 봄의 제전이 어떤 발레여야 하는지 몰랐던 것도 아님... 디아길레프의 말대로 영원을 꿈꾸는 광기를 표현해야 하는 발레였고, 니진스키의 안무도 스트라빈스키의 곡도 브누아의 의상과 무대도 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만든 건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발레가 아니라 적어도 이 네 명은 이해하고 있는 발레였는데 (심지어 작중 대사에 따르면 이교도들의 의식이란 테마를 먼저 생각해낸 건 스트라빈스키였음)
초연의 실패 후 니진스키 하나만 잘려나갔어
그럼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니진스키에게 있다는 건가? 아니면 니진스키를 내치기로 결심한 디아길레프에게?
(노선마다 다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뮤라빈에서 본 스트라빈스키는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외면하려다가 무너지는 느낌이었거든
만약 디아길레프가 작곡가를 바꾸자고 했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ㅋㅋㅋㅋ여덟 마디만 삭제하라는 말에도 자기 영역 침범당했다는 생각에 화내면서 디아길레프한테 이럴 거면 시키는 대로 하는 작곡가를 고용하지 그랬냐고 하는 사람이 가만히 있었을리가...
그냥 그게 내가 아니었으니까, 작곡가가 아니라 안무가를 바꾸는 거였으니까 니진스키가 '안무가를 왜 바꿔?' 하는 것에 가만히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자신의 그 행동과 선택에 대한 죄책감이 오랜 시간 뒤에도 남아 있다가 슘이 그 부분을 찔러버린 거고
남은 셋도 물론 초연의 실패를 수습하고 재연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거 아는데
하지만 그건 '자신의' 발레에서 잘려나간 니진스키의 고통과는 비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함
예술가의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고
그리고 보면 봄의 제전 초연에 제일 확신이 있었던 것도 니진스키 같거든... 무용수들이 그만두겠다고 하는 걸 말려야 하는 브누아나 혼란스러워하는 오케스트라를 다루면서 곡도 계속 고쳐야 하는 스트라빈스키는 말할 것도 없고(창작 과정에서 서로 예민해져서 싸우려고 하는 것도 있고) 디아길레프조차 니진스키와 단둘이 남았을 때 봄의 제전은 난해한 발레라고 하는데
오직 니진스키만 공연이 올라가면 사람들도 이해할 거라고 하고 가장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새로운 봄으로 태어날 거라고 하지
그런데 정작 바뀐 건 '우리'가 만들 발레가 어떤 발레인지 확신이 넘치던 안무가뿐이라는 게 아이러니해
아 좀 다른 얘기지만 그래서ㅋㅋㅋ 아마 재연 때 추가된 대사인가? 브누아가 디아길레프한테 아름다운 봄이든 광기의 봄이든 모든 게 네 선택이었다고 하는 거 좀 불호야 그거 너희 다같이 한 거라고... 특히 브누아는 봄의 제전이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디아길레프의 발레에 대한 마음을 아니까 결국 설득당한 건데
너 분명 디아길레프한테 봄의 제전만을 위한 선택을 하라면서 지지해 줬잖아 근데 왜 그건 네 선택이었다는 말을...? 브누아 네 선택이기도 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