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부제 삭제와 서사 구조 재편이다.
메머트 연출은 "유럽에서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흥미로운 소재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밀'이라는 키워드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베토벤의 내면 갈등, 청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관객의 정서를 고려한 수정도 이뤄졌다.
초연 당시 유부녀 안토니(토니) 브렌타노가 남편을 두고 베토벤과 사랑에 빠지는 관계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한국 관객이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둘을 '뮤즈'이자 '조력자'의 관계로 다듬었다.
메머트 연출은 "19세기 유럽 문학에서는 자유를 갈망하는 유부녀의 삼각관계가 흔한 소재였고 당시에는 생계를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 문학적으로도 자주 다뤄졌다"면서도 "한국 관객의 정서에서는 이런 상황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을 저희가 간과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음악 역시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월광', '비창', '열정' 소나타와 교향곡 9번 '합창' 등 베토벤의 원곡 선율을 활용하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을 대거 추가했다.
메머트 연출은 "지난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오리지널 음악만을 이용해 르베이 버전의 편곡으로 공연이 구성됐는데 한국 관객들은 르베이의 터치, 감각을 더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굉장히 성공한 현대의 작곡가 르베이의 음악과 베토벤의 오리지널 음악을 한데 어우러지게 만들어, 베토벤의 멜로디가 얼마나 현대 공연에 잘 활용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극작과 작사를 맡은 미하엘 쿤체는 베토벤의 편지에 집중했던 지난번과 달리 안토니 브렌타노와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베토벤의 내면 갈등과 청력 상실을 극복해 가는 과정과 안토니의 도움을 더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향곡 제9번을 작곡하는 여정을 담아냈다.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살기를 제안하는 베토벤의 뜻을 작품 속에 녹였다.
또 상징을 위해 사용했던 욕조 장면은 몰입을 깬다는 우려에서 삭제했고, 몰입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엘리제를 위하여도 없앴다.
메머트는 "한국 관객 관점으로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베토벤이 유부녀와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 한국 관객은 대게 민감한 주제라고 느껴서다.
음악에 집중하다 보니 오페라와 같은 느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양성을 위해서 여러 공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것만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예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실제로 뮤지컬 속 음악도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고 했다. 작곡과 오케스트레이션을 맡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곡 비중이 높아졌다.
"두 가지 음악적 언어를 하나로 잘 구성해 냈죠."
초연이 베토벤 음악을 편곡한 데서 그쳤다면 이번에는 두 작곡가의 세계를 통합시켰다는 설명이다. 홍광호가 직접 피아노도 연주할 예정이다. 다만 둘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로 봐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전했다.
메머트는 뮤지컬이 맞이한 이런 변화가 곧 작품 속 주인공 베토벤의 특징이라고도 설명했다. "베토벤은 기존 규칙을 더 도발하면서 음악적 경험을 확장했죠." 당장의 관객 반응도 중요하겠지만, 예술적 관점에서 더 멀리 바라보는 일이라 설명했다.
길 메머트 연출은 초연 '베토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효신에 대해 "겉으로는 섬세하고 예민해 보이지만 과정 속에서 내면의 강인함을 드러내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반면 홍광호는 처음에는 강한 인상을 주지만,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의 연약함을 표현해내 서로 다른 서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길 메머트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는 베토벤이 실제로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기존에는 베토벤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척을 하며 지휘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직접 피아노를 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홍광호가 6개월 간 피아노를 연습해왔다며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속에서 복서, 택시 운전사가 되기 위해 변화를 거쳤던 것처럼,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해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길 메머트 연출은 이번 작품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진화'로 정의했다. 그는 "연출로서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발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베토벤 2.0'은 그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