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다 애매모호한데 그게 캐릭터 빌딩이 잘못되어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인간 그 자체스러운 애매모호함같아
감정은 앞서는데 갈 길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생각이나 행동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햄릿의 인물들은 전부 다 복잡하고 불분명하잖아
그래서 계속 왜저럴까 싶은데 명확하게 그 마음을 찝어내긴 어렵지만 내 입장이어도 저럴 것 같은 그런 느낌?
햄릿은 물론이거니와 거트루드, 클로디어스, 레어티즈, 오필리어, 폴로니우스, 호레이쇼...
그런데도 다들 어디론가 떠밀려가고 결국 다 자기 선택이나 의지와 상관없는 결말을 맞이하게되는게
시간이랑 세월에 떠밀려 어디론가 자꾸 가게되고 선택이 강요되지만 결국 명확하게 끝맺지 못하는
인간의 삶 같아서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 ㅋㅋㅋ
그런데 그래서 햄릿이 죽을 때 햄릿이 비로소 이 지독한 삶의 고민에서 해방되는 것 같아서 너무 편안해보이고
모두 다 죽음을 맞이하고나면 나도 비로소 마음이 편해져서 기분이 이상해
그 전까지 내내 인상쓰고 보다가 모두 다 쓰러져죽고 햄릿의 마지막 대사를 들을 때야 겨우 미간이 풀리는 기분
그리고 그 날 그 날 어떤 느낌으로 그 인물을 받아들이든 하나하나 다 말이돼
개별 인물로서 말이 되는 건 물론이거니와 관계적으로도 어색함이나 억지가 없어
어떻게 이렇게 재밌는 인물들을 다 만들어냈을까....그래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는 이야기가 된건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