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대극장은 가끔씩만 가는데 비교적 최근에 간 오유가 무대와 의상의 화려함으로 대극장 뽕이 팍팍 찼다면 벤허는 앙상블과 군무의 힘이 큰거 같아. 전투씬이나 승전 깃발군무 보면서 마음속으로 갓상블 갓상블 외쳤어. 그래놓고 텔고는 저렇게 요염하게 추고ㅋㅋ 다들 무용전공이신건가 놀랐네
주조연 배우들은 말모ㅜㅜ 연기도 노래도 다들 짱짱하고 특히 규벤 성셀! 성셀은 분량 얼마 되지도 않는데 존재감 엄청나고 디테일이나 눈빛연기로 대사에 없는 캐릭터 심리를 다 보여주더라. 스포씬은 이렇게 안타깝게 망가지는 모습일줄 몰라서 약간 충격적이었어..
규벤은 배우자첫인데 왜 사람들이 맨날 영상에 성량 안 담긴다고 안타까워했는지 이해했어ㅋㅋ 그리고 골고다 연기 뭐야 세상 잃은 듯이 눈물 주륵주륵 흘리다가 어머니 만나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가 어머니 다가오니까 거의 두려운 듯 놀란 표정 짓다가 뺨에 미리암 손 닿으니까 다시 엉엉 울고.. 믿보배 될 거 같아
불호:
문제는 규벤의 연기와 별개로 벤허라는 캐릭터한테 튕겨버려서 내가 이입이 안 됐어ㅜㅜ 유대인들이 처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갈등을 회피하다가 수난을 겪고 각성해서 로마에 맞서는 캐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보니까 이 사람이 정말 운명에서 유대민족의 해방을 위해서 칼을 든 게 맞나? 싶었어. 상당히 개인주의적으로 느껴진 게 그보다 전 장면이지만 노예시장에서도 쏠랑 에스더만 (돈도 안 내고ㅋㅋ) 거래할 사람이 아니라면서 빼내려고 하고, 자기가 지휘관급 인사인데 거사를 앞두고 어머니 티르자 소식 알아야겠다고 목숨 걸고 전차경주 나가고, 가족 찾으러 간 사이에 메시아는 잡혀가서 조직 와해되고. 대의와 가족애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면 안타깝기라도 할텐데 그런 서사는 하나도 안 넣어주니까 자리에 걸맞지 않은 지도자를 둬서 따르는 사람들만 안됐다 싶었어ㅜㅋㅋㅋ 내가 볼 건 운명에 휩쓸리는 나약한 인간이 저들을 용서하라는 박애 메시지를 받고 고통스런 깨달음과 구원을 얻는 얘기였는데 잘못된 기대를 품고 갔나 싶기도 하고. 원탑극에 가까운데 그 캐릭터 서사에 애정이 안 가니까 극 자체의 재미가 떨어져서 아쉬웠어.
그리고 말 많던 살아있으니까 넘버는 곡 분위기도 그렇고(생사를 건 결투 전에 갑자기 뾰로롱 하는 음악이 나와서 ??? 했어) 서사상으로도 별로 안 어울린다는 데 동의. 사연에 바꿔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