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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0126 규빅은앙 후기 겸 페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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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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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규은 페어 첫날 보고 나온 후에
2막의 마지막이 1막의 시작으로 다시 반복될 것만 같다는 후기를 썼었어.
근데 나만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닌 것 같더라.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결국 같은 선택을 또다시 반복 할 것 같은 두사람의 이야기'
그런 발전없는 두사람의 이야기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하면..
후회만으로 극을 닫아버리지 않아서인 것 같아.
뒷일을 모른 채 그저 빅터를 대신해 희생했던 앙리의 선택도,
어머니도, 친구도 살리고 싶어 발버둥쳤을 뿐인 빅터의 선택도
그 선택이 이어진 길은 끔찍했지만
앙리와 빅터 각자에게는 의미있는 선택이었고,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을거라는게
파국의 결말에서 이상할정도로 위안이 된다고 하면 잔인할까.
인간의 실수를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어져.


"날 위해 울지마 이것만 약속해
어떤 일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오늘 끝나고 나와서 문득 생각난건데,
은앙이 빅터를 좋아한 이유는 그가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나 싶더라.
어머니가 죽고, 손가락질을 받고, 주변에 큰 벽을 쌓고 살아온 재수없는 도련님이지만
그럼에도 바라는 것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꿰뚫어본거야.
어느날 '난 괴물'에서 앙리의 기억이 돌아와, 빅터가 성공했음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짓던 날처럼...

"하지만 깨달았어
준비가 안된거야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행복할까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죽을건가"

하지만 자신이 바라보는 꿈에만 취해 그 이면을 보지 못한건 앙리도 마찬가지였던거야.
억지로 세상에 만들어져 피냄새를 맡으며 삶을 시작해야했던 '지독히 운 없는 존재'
이것이 운명이라 믿기에 죽음까지 바쳤던 그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슬픈 삶의 계속이 아니었을까.
그런 앙리의 기억이 있는 괴물이기에, 괴물을 너무나 불쌍하게 여겼을 앙리이기에 복수는 더욱 잔혹해진 것 같아.

오늘 은괴는 앙리가 반쯤 섞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아닌 것 같기도한.. 굉장히 '기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까뜨린느의 꿈에 감화되는 순수한 모습이 갓 태어난 괴물같기도 하면서
기억이 없는 앙리의 현신같기도 했어.
간질간질 장난에 으르릉!! 짖었다가 머리를 한대 맞고서
히잉.. 하고 고개를 한번 더 아래로 숙일 때는 복슬거리는 머리랑 합쳐져서 ㄹㅇ 강쥐 ㅠㅠㅠㅠㅠ
"그곳에는...... 사람이 없어?"
묻는 목소리는 마냥 순수하다기엔 너무나 너무나 깊은 갈망이 들어있어서
'갓 태어난 아이같지만' + '죽음에서 돌아온 이의 무게와 슬픔을 짊어진'
이 묘한 밸런스에 가슴이 설레더라고. 죽은 존재의 기억을 지닌 존재를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경탄이 나왔어.
'난 괴물'을 부를때도,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자신을 괴물이라 자각하는 존재가 밀려오는 기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같다고 생각했어.
빅터, 빅터, 빅터, 빅터, 빅터, 빅터... 용량이 초과된 컴퓨터에 억지로 어마어마한 양의 기억 데이터를 덧씌우는 것처럼
그래서 다음 장면에 다시 등장하는 은괴는 격투장에서와 다르게 너무나 여유로운 한명의 초월자같지
저 존재는 앙리를 아주 많이 지니고 있는 존재일테니까.

"나 언제까지 그 속에서
허우적 거려야하나
제발 벗어나고 싶은
저주받은 내 운명"

규빅의 참 희한한 점이.
너무 선해보여서 '고결한 창조주'라는 은괴의 비아냥이 떠오르는 날도,
미울만큼 싸가지 없고 교만한 날도
결국에 가서는 맞아 너도 이런걸 바란건 아니잖아, 하고 용서하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혼자가 되는 걸 너무 두려워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그 놈 상판 좀 봅시다, 하고 얼굴을 들여다보면 너무 죄의식이 가득한 얼굴이라.
저주나 운명같은 미신적인 단어는 질색할 것 같은 빅터인데,
죄책감을 느끼고 떨쳐내지 못하기에 운명의 쳇바퀴를 계속 돌게해.

본체가 규쟈크 싫어한다고 하던데.. 음...
춤도 제일 열심히 추고, 어떻게 하면 괴물이 싫어할까를 제일 신경쓰면서 연기하는 것 같은 쟈크라서
그 묘한 집착이 오히려 빅터를 거울처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어 ㅋㅋㅋ
인두로 지질때 따라서 으아아아~ 하고 따라하는 디테일이나 
마지막에 뒤에서 장-난-감- 하면서 괴물 양 옆으로 쇽쇽 나타날때.. 오늘 괜히 한번 더 간보면서 나올까 말까 하는데ㅋ 
'괴물 새끼'라는 단어도 엄청 신경써서 발음하는 편인데
이고르랑 '괴물 새끼! 반품!' 하면서 만담할때 이고르 목소리 흉내내면서 놀려서 킹받았음..

오늘도 역시 물만두 돼서 후회를 열창하고 북극을 오르는데
흥분해서 어기적거리면서 올라가다가 미끄러지는 디테일 정말 하찮고 좋더라..
오늘은 검으로 은괴를 찌르려고 할 때부터 훌쩍거리더니 은괴 손에 잡히니까 속절없이.. 한번 찔리고, 깊게 한번 더 찔림..
치명상을 입고 나가떨어졌으니 바로 총을 앞에 두고도 한참을 정신 못차리지
은괴는 그 와중에 어기적거리면서 괴물같은 발걸음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와, 총을 들고
무대 한쪽으로 쑥 걸어가서 뒤돌아 서있는데, 규빅이 칼을 들고 한참 기어왔을때 딱 뒤로 도는 타이밍이 신기했어
안보일텐데 어떻게 딱 저렇게 도는 걸까? 무서울정도로..
정적 속에 대치, 그리고 총구를 돌린채로 규빅을 향해. 다시 한번 손을 까딱 하더라. 어서 받으라는 것처럼.
총을 쏘고, 괴물이 무너지고, 신음과 정적 그리고
"그 한쪽 다리로는 넌 절대 이 북극을 빠져나올 수 없어. 
주위를 둘러봐, 넌 이제 혼자가 된거야."

나는 싸늘한 북극의 공기 속에서 은괴가 이 대사를 내뱉는 순간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
예언을 내리듯, 심판을 내리듯. 이 말이 가진 의미를 빅터 너에게 반드시 이해시키겠다는듯
자신이 총을 맞은 고통보다 그 말에 집중하는 은괴의 모습은 정말 초월적인 싸늘함이 있거든.
오늘 그 말을 듣는 규빅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은괴를 보고 있어서,
흰 정적 속에 은괴의 그 말이 쏟아지는데 순간 책 속에 들어온 것 같았어.
빅터.
그리고, 빅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한번 더 그 이름을 되뇌일때 규빅이 무너지더라. 
팽팽한 정적이 깨지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어.

빅터. 내 친구. 이해하겠어?
이게 나의 복수야...
줄곧 싸늘하게 말하던 목소리에 억지스러울정도의 부드러움이 담긴 마지막 말.
나는 그동안 북극의 은괴속에 앙리가 얼마나 들어있든, 거기엔 인정받고 싶은 욕망보다는 선고자로서의 슬픔이 강하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정말 괴물이 앙리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어. 
아니, 사실은 괴물이고 싶었던 앙리였던건가? 하고 스스로 되물을만큼..

그다음에 정적을 깨지 않고 가져가는 규빅이 좋아. 
꼭 은괴가 했던 마지막 말을 '유언'처럼 지켜주려는 것 같거든
정적 속에서 말없이 주변을 보고, 멍하니 올라가서 메아리소리를 내지. 은괴의 잔혹한 소원을 들어주려는 것처럼..
근데 그렇게 괴물이 바란대로 혼자라는 슬픔 속에 몸부림치고 나서 겨우 하는 말이
'앙리, 내가 살려줄게. 내가 살릴거야.'
은괴는 알았을까? 이 빅터는 그정도로 포기하지 않는 찐 미친놈이라는걸.
그런데 내가 아는 은앙도 미친놈이라서 그 말을 들으며 눈을 감을때 행복했을 것 같은 이유는 뭔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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