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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동택 북극씬, 서로가 서로에게 그저 비극이었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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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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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주위 모든 어른들에게 "넌 저주받은 아이야"라는 소리만 듣고 자란 동빅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곁을 떠나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서 그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죽음의 굴레를 벗어야만 자신의 저주가 풀릴 거라 믿는 사람이지. 그게 생명창조라는 것에 집착하게 된거고.

그런 동빅이 앙리의 목으로 생창을 하게 된건 당연히 "앙리"를 되살리기 위해서였지. 예전에는 그 의도가 생창에 더 함몰될 때도 있어보였지만 최근 노선에선 확실히 그 목적이 뚜렷해 보여.

그런데 태어난 존재는 앙리가 아니었고, 앙리가 아닌 존재가 자신의 중요한 사람이었던 룽게를 죽이는 걸 눈앞에서 목격해버리지. 자신의 저주가 앙리마저 삼켜버렸다고 생각해 다시 되살리는 것으로 그걸 벗어나고 싶었는데 자신의 오만함이 앙리와 룽게를 함께 앗아가버린거야.

그 존재가 앙리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뼈저리게 깨달아버린 동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걸 없었던 일로 하는 것 뿐이었을 거야. 이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을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니라서..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동빅은 자신이 여러사람의 몸으로 생명창조를 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일지를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뇌가 그 사람이니 그 사람이 돌아올거라 막연히 생각했을까? 난 그렇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그게 앙리의 머리라면? 과학자로서의 많은 가설과 논리로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저 믿음 아니었을까. 앙리를 되찾을 거라는.

택괴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는 딱 둘 뿐이야. 자신을 탄생시켜준, 처음으로 안아준, 처음으로 상처를 준 창조주 빅터와 자신이 처음 구해준, 처음 상처를 닦아주고 웃어준, 처음으로 희망이란 걸 갖게해준, 미래를 꿈꾸게 해준 까뜨린느.

까뜨에게 배신당하고 희망이라는 걸, 미래라는 걸 자신을 가질 수 없단 걸 깨달은 택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남은 단 하나의 존재 창조주에게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 택괴의 복수는 빅터를 파멸시키겠다는 것보다는 나의 괴로움을, 외로움을 알아달라는 외침이고 오만한 창조주에게 그걸 각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낸거지.

많이들 써줬다시피 오늘 택괴는 빅터.. 를 부르며 앙리의 목소리와 앙리의 표정으로 울었고 동빅에게 서럽게 울며 이해하겠냐고 물었지. 난 이 괴물이 앙리였다고 생각하진 않아. 다만 "머리 속에서 뭔가가 막 튀어나오"는 것처럼 뇌의 어느 한 부분에 있던 본능 같은 어떤 것이 튀어나온 것이지 않았을까 싶었어. 괴물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의 일부분은 앙리가 맞으니까. 다만 그게 동일인이라는 뜻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그게 동빅에게 앙리로 보이지 않았을 수는 없지. 관객인 나에게도 앙리?? 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본능적으로 뻗어오는 손을 쳐내고 뒤로 물러섰지만 그건 동빅이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앙리였고, 날 위해 울어줄 사람을 모두 잃은 동빅에게 그게 얼마나 절박한 희망이었을지. 앙리가 살아돌아왔다고 믿었던 그 짧은 순간처럼 뺨을 감싸고 이마를 맞대고 울고 웃으며 앙리를 부르지만 다시 되찾은 앙리는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자신의 앞엔 또다시 싸늘하게 식은 시체만.

택괴는 자신이 내민 손을 차갑게 쳐내곤 멀어졌던 창조주가 자신을 또 "앙리"라고 부르며 울며 뺨을 감싸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택괴가 바랬던 건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달라는 것 뿐이었을텐데. 내게 이름을 지어주고, 어떻게 성장할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을건지를 알려줬으면 했었던 것 뿐이었는데.. 이 마지막은 택괴에게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가장 최악의, 가장 비참한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엘리펀트송을 본 덕이 있으면 공감해주려나.. 동택을 보며 엘송의 마이클이 떠올랐어. 준비되지 않은 채 자식을 낳은 부모에 대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택괴가 죽어버린 후 동빅은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이었어.. 단백질송을 중얼거리며 재충전을 통해 생명창조!! 를 외치면서 "일어나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봐 제발 앙리.." 이 외침은 앙리에게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좀 알려달라는 외침같았어. 내 삶에 대한 해답을 알려달라는 절규..

택괴를 끌어안고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데 스르륵 오른팔 쪽으로 툭 떨어지는 택괴의 머리. 그 툭 닿는 느낌에 허탈하게 웃던 동빅 표정. 그리고 택괴 머리에 뺨을 기대고 절규를 내뱉곤 그 잃어버린 마지막 희망의 끈을 더 꽉 끌어안던 동빅. 오늘의 동빅은 그 모습 그대로 굳어서 끝내 해결하지 못한 저주의 삶에 대한 질문을 계속 내뱉다가 얼어붙었을 것 같더라. 그 굴레를 벗고자 했던 모든 선택이 비극으로 치닫는 급행열차 티켓이었던 동빅의 운명..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 동빅이 자수를 했다면, 그 선택이 받아들여졌다면.. 설령 사형을 당했을지라도 동빅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래서 이 두사람의 서로를 위한 선택은 결국 서로를 파멸시키고마는 선택이 되었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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