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은 한 장면 장면이 되게 길었어
대사가 많거나 막 쏟아지는 느낌도 적었고
뭐랄까 보면서 실시간으로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줌
거기다 세종이라 무대도 넓은데 채운게 많지 않고
영상이나 조명으로 그 공간을 꽉 채우니까
펜드라곤 성이나 카멜롯이나 자연 속 장면들이
오히려 VR게임마냥 현장감을 줘서
내가 그 공간 귀퉁이 어딘가에 같이 있거나 보고 있는 느낌?
미술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여백이 있는 만큼
내가 곱씹고 감정을 채워넣을 수 있는 여유가 많았음
1막 엔딩 기억해 이 밤이나
2막 오프닝 결혼식씬만 봐도
분위기 자체가 좀 더 장엄하고 부드럽기도 했고
근데 재연은 딱 그 정반대라 ㅋㅋ
예전에도 ㅋㅋㅋ한번 여기에 적었었는데
꽉꽉 쉴틈없이 채워서 볼거리 많고 지루할 틈이 없음
무대도 작아서 세트도 더 꽉꽉 채워져있고
대신 내가 곱씹을 여유가 좀 부족해서
보고있다보면 어?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싶을 때 있음
서사도 많이 친절하고 매끄러워져서
시작과 끝이 꽉꽉 닫혀있으니까 내가 더 상상할 여지는 적음
다만 그 서사만큼 배우 디테일과 감정이 촘촘히 채워지면
그 무엇보다 만족감 극상임...
가족애 형제애 연인간의 사랑 관계성 자체도 더 깊어졌고
초연보다 아더 외 인물들도 빌드업이 많이 되서
다른 캐 중심으로 서사 따라가도 충분히 좋음
극 전체적인 메세지도 더 희망적이라 보기에 편하고
난 아더 과몰입러라 초연은 비극버전 재연은 희망버전이라
생각하며 돌고있는데
텍스트 빡빡한 극, 서사 비어있는 극 다른극 다 파봤는데
ㅋㅋㅋㅋ그걸 한 작품으로 경험하는 느낌이라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