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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킬레스 자첫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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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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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대극장에서 빵빵 터지는 극을 엄청 좋아하거든 뮤지컬을 처음 보고 다른 극을 찾아보게 된것도 대극장 극의 화려한 무대랑 터지는 성량 떼창 이런것들때문이거든 

그래서 중소극장극을 많이 보지는 않았었어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되서 올초에 소극장 극들 몇개 보게 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든 

원래 역사/신화 이런거 되게 좋아하는데 연뮤카테에서 아킬레스 프로필 올라온거 보고 관심이 가더라고 거기 나오는 배우들 아무도 모르는 배우였는데 일단 아킬레스라는 제목에 관심이 가기도 했고 락뮤지컬이라고 표방하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캐슷을 누구로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젤 위에 있는 배우로 한번 보고 재미 있으면 나머지도 다 봐야지! 하고 토요일 낮공 갔다 왔어 


일단 소극장 특유의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맛들 그런 것들이 이 극에서는 좀 더 많이...음.. 어떻게 보면 불호라고 봐야 하는데 되게 소품도 그렇고 좀 너무 원색의 느낌들이 강해서 유치원 학예회 세트장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었어 

물론 무지개를 형상화한건 알겠는데 색감을 조금 빼주지ㅠㅠ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의상도 조금 음... 막 극에 몰입이 안된다 이정도는 아닌데 조금 더 예뻣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그거말고는 호포인트가 너무 많았다. 

일단 배우

소극장 극 자체를 많이 안봐서 고훈정이라는 배우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어

근데 약간 내가 편견이라고 해야하나. 조금 대극장에 서는 배우들은 좀 더 넘버 쪽 그러니까 성량 터지는 것들을 소극장 배우에 비해 좀 잘한다고 생각해고 반면에 중소극장에서 주로 활동 하는 배우들은 조금 더 관객과 가깝기 때문에 세밀한 연기쪽에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 배우도 그럴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극장이 작아서 그런건가 모르겠는데 진짜 성량이 터진다는 느낌 그리고 넘버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받았어

저음에서부터 고음까지 찍어내는데 그 파워가 진짜 어마어마해서 마지막에는 음압에 짓눌린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해야하나? 

락뮤라는데 발성이 흔히 말하는 락 발성처럼 막 초고음 샤우팅으로 올리는 스타일은 아닌데 샤우팅을 진성으로 그냥 질러 낸다는 느낌까지 들더라고 진짜 넘버 어마어마하더라 거기에 연기까지 진짜 장난아니었어 경계에 서있는, 존재 자체를 부정 당했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본인이 서술해 나가는데 서술을 할때는 뭔가 관조자인것 처럼 담담한데 그 속에서 그당시의 아킬레스의 감정이 다 느껴져. 아킬레스가 받았던 상처 흉터 트라우마 이런것들을 표현하고 가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톤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데 순식간에 그 감정으로 빠져들게 하더라

또 정적을 무지 무지 잘써서 그 정적을 쓸때마다 캐릭터의 기저에 쌓인 감정의 무게가 그냥 극장을 짓누르는 느낌이었어 

극의 구성이 결국 아킬레스를 맡은 배우가 어떻게 극을 끌고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을것 같은데 진짜 이 배우 너무 너무 좋아서 이배우 보려고 아킬레스 다시 보라고 해도 볼수 있겠다라는 생각 계속 한 것 같아

다른 두 배우들도 좋았는데 감정을 갖고 가는건 좋았어 근데 신인인건지 서동진 배우는 춤선은 참 예쁘고 좋았는데 순간순간 몸 연기가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었고, 넘버에서 약간 불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솔로 넘버 부를 때 감정이 너무 너무 좋더라 그리고 허수아비 역할을 할 때 너무 좋았어

그리고 홍미금 배우도 여러 역할을  하는데 역할이 바뀔때마다 얼굴 표정이 휙휙 바뀌면서 다른 역할이라는게 너무 잘 드러나는데 특히 데이다라는 역할을 할 때 너무 매력적이었어 진짜 매력 터지더라고 약간의 도도한 고양이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면서 또 엄마를 연기할 때는 그 신경질적이면서 예민한듯한 느낌을 너무 잘 표현한것 같아. 넘버는 사실 한개 넘버 였는데 넘버 자체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약간 쓰릴하다는 느낌은 받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어


극은 두번 세번 보고 나면 뭔가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뭔가 공부를 해야 하는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킬레스라고 해서 뭔가 신화 이야기가 나오려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2차세계 대전 속의 유태인 소년이 결국 락스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스토리 구조는 굉장히 단순한데, 그 이면에 신화속의 은유를 엄청 복합적으로 버무러놓은 느낌이었어. 아킬레스의 무구를 빼앗아 전장에 나아간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같은 신화적 내용을 모티브처럼 사용한 것들이 되게 많더라고. 


되게 개인적으로 재미 있었던 부분은 이 극은 뭔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경계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극도 그런 느낌이었어 

넘버는 엄청나게 달리는 하드락 넘버들이 대부분인데, 극을 진행하는 호흡은 굉장히 느리다고 해야 하나. 이게 아킬레스의 배우가 이렇게 끌고 가는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는데 정적도 많이 들어가고 극이 후르르륵 넘어가는 극이 아니더라고. 회상에 따라 진행 되기 때문에 장면 장면의 컷처럼 시간의 흐름은 빨리 지나가는데, 각 장면에서 호흡은 오히려 느리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어서 되게 상반된 두개의 것이 공존하는 극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 

또 마찬가지로 극 자체의 전개는 굉장히 쉽게 이해되는데, 그 안에 포함된 은유들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이 극 자체가 굉장히 아이러니 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아무튼 굉장히 흥미로운 극이었고 진짜 마음에 드는 배우도 알게 된것 같아서 너무 만족스러운 관극이었어

조금 더 극에 대해, 극이 어떤 의미로 이런 모티브들을 사용했는지 생각해 보고 자둘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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