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나더 컨트리
5월쯤에 자첫했는데 막 내리기 전에 늦은 자둘했음
자둘 되니까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더라
쓸모없이 소모되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음
등장인물이 정말 많지만 의미없는 인물도 하나도 없다는 것도...
난 은근히 멘지스를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극을 본 거 같애
뒤에서 조용히 상황 지켜보다가 자기가 이용할 게 있을 때에만 나서는...
어차피 모두가 위선자고 위선 안 떨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차라리 멘지스처럼 영리하게 사는게 낫다 싶고
신인들 대거 기용한 걸로 이런저런 평이 많았지만
자첫때 본 워튼이 최악이었던 거랑 제임스...빼고는 난 연기때문에 거슬린 건 없었어
제임스는 연기도 연기지만 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자체가 부족한 게 아쉬운 거 같아
가이가 다른 남자애들과는 달리 제임스에게만 특별함을 느낀 이유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원래 좋아하는 데는 이유 없는거니까 그러려니 하긴 함
가끔 "내 조카는 짜릿함을 느낀다" 이 대사 상황 생각나서 실실 웃음
2. 너를 위한 글자
재밌게 보고 왔는데(웃기도 많이 웃고) 자둘하면 지루할 거 같았음
OST 당시 품절이어서 그냥 왔고 2CD 3만원인 것도 안 땡겼는데 가끔 도와줘가 생각나... 히이이익 하는 소리랑 함께
캐슬 때 홈즈 작업실이었던 곳이 투리의 작업실이 되어있는게 소소하게 신경쓰였음 ㅋㅋㅋㅋ
도미닉 투리 캐리 다 보는 사람이 화날 구석 없는 캐릭터들이라서 그런 산뜻함이 좋았던 거 같고
도미닉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 투리는 잘 몰랐는데 이제서야 깨달은 사랑 같은 식으로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것도 인물에 따라 다르게 과정이 펼쳐지는 게 좋았음
3. 시라노
연애물인 줄 알고 갔는데 완전 뒤통수 맞았다
사랑에 대한 극이긴 한데요.... 그런 극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비염있어서 휴지 들고 다니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음
왜 MD로 손수건 안 파냐,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볼 거 아냐...
은근 이 극도 너글자처럼 캐릭터들중에 발암이 없고 악인도 없어.... 하지만 산뜻하지는 않고 축축해
평소에 생각하는 '진정으로 강한 인간상'의 모든 걸 갖춘 인물이 시라노여서
그냥 그런 인물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되게 마음이 벅차는 극이었음
내용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오케 아닌데 비싼거랑 음향 구린거는 심하다고 생각함
4. 블랙슈트
문제의 내 회전극
본진 나와서 보러 갔는데 첫공보고 절망함
도저히 극의 장점을 뽑아볼 수 없었어
근데 자둘하고 의외로 자둘매직을 당했는데
스토리를 다 알고 보니까 이 뮤지컬의 장르가 아예 달라지더라고...
법정물인줄 알았지만 사실 이건 >>드라마<<였던거야...
다 알고 보면 초반 장면들부터 캐릭터들 서사에 맞게 배우들이 진짜 열연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플뷰 기간에 조금씩 수정된 것들이 많은데 딱 수정된 만큼은 좋아졌어...
그런 배우들 감정 연기랑 넘버는 맘에 들어서 12회 관람 혜택 받을 만큼 볼 생각이 들어서 회전 돌구 있어
개인적으로 자둘까지 계획하고 있는 거 아니면 자첫자막할 바에 안 보는게 낫다고 생각해
자첫은 그냥 황당함 그 자체일 거라서
유치한 거, 현실적으로 말 안 되는 거, 논리적으로 이상한 거 무시하고 보는 거 못 하는 사람이면 보면 안 돼
여러번 보면 무감각해져
뇌가 일을 안 할 수록 재밌게 보고 나올 수 있는 극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