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름 잘 보냈어.
공연 보는 내내 잡생각으로 관극 망치면 어쩌지 싶었는데 의외로 보니까 집중되서 딱히 그런 생각은 안 들더라.
어쨌거나 저쨌거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기한테 연기는 현실도피라고 했던 건 사실이었구나 싶드라.. 그건 배우로써는 좋은 재능이겠지.
연극 자체는 내가 원작 희극은 읽어본 적이 없고 예전에 댕로에서 봤었긴 했는데, 이렇게 살이 붙어 있는 얘기였나? 싶었어.. 소극장에서 본 건 한시간 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건 인터미션 20분 포함 3시간이더라..
길어! 긴데..! 지루하진 않더라.
워낙에 배우들끼리 미친듯한 양의 대사를 주고 받다 보니까 대사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라서 지루할 틈은 없었어.
소극장이랑은 압도적으로 다른 의상(특히 엘비라의 의상 최고였다ㅇㅇ 흔히 서구권 여자 유령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그 하얀 나풀대는 무언가를 너무나도 아름답게 형상화함)이랑 무대도 커서 배우들 움직임과 동선도 크고, 특히 메인 3명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사의 향연인데 어느 한 사람 대사가 씹히거나 머뭇댄다는 느낌이 없었어(첫날 무기짱이 좀 대사 잊었다는데 다나카상이 커버쳐줬다는 트윗 봤는데 내가 본 거에선 다들 미친 흐름의 야리토리..ㅎ) 다들 발음도 정확하고, 특히 개인적으로 와카무라상이.. 와, 실제로 연극무대에서 그 의상으로 보니까 매력 미치드라.. 올해 58세시던데, 나이는 내가 다 먹었나? 신기하게도 엄청나게 나이차가 나는 부부였다고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ㅇㅇ

여튼 기왕 예매해뒀다면 어쩌고 저쩌고를 떠나서 그냥 연극 자체로도 나쁘지 않으니 보길 바래.
아, 한가지 아쉬운 건 찰스가 집을 떠나면서 하는 대폭로전에서 집에 묶여 있는 두 부인들의 격한 감정이 내가 봤던 소극장 무대에선 가구들이나 액자가 떨어지는 식으로 집 자체가 격노하는 식으로 연출됐는데 이번 쿠마바야시 연출에서는 두 부인들에게 숨겨둔 감정을 토해내며 이별을 고하는 찰스의 독백 그 자체에 집중되어 버린 느낌? 연기 자체에 집중은 엄청 더 잘 됐는데 이 이야기의 주제에 맞게 한다면 소극장용 연출이 좀 더 나았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암튼 이렇게 봤고요, 개인적으로는 나는 부타이든 콘서트든 딱 덬질만이 일본 방문의 목적이어서 뭐 이렇다하게 하질 않는데(보통 볼 것만 보고 대충 근처에서 밥 먹고 호텔콕하다 옴ㅋㅋㅋ) 이번엔 제법 돌아다니면서 많이 먹고 그랬어.

이거보다 더 먹었지만 일단 배고파서 먹다 보면 찍는 걸 잊어서 어쩔 수가...ㅋㅋㅋ 3900엔짜리 스시도 있었는데 먹고 나서 생각남ㅋㅋㅋㅋㅋ 앜ㅋㅋㅋ 다 맛있드라! 다들 위장이 받쳐줄 때 열심히 먹어두자! 그리고 그 유명한 미야시타 파크나 오쿠시부에서 요요기 루트도 이번에 첨 가봤고(요요기 공원 말 그대로 개판, 개의 천국! 최고!ㅋㅋ)

긴자에서 니혼바시까지 저녁에 돌아다녔는데 재밌더라... 그냥 암것도 안 사고(아니 못 사고...ㅋㅋ) 구경만 해도 남의 동네 구경다니는 거는 재밌더라.. 왜 진작 안 했지? 더 나이들기 전에 두 다리 튼튼할 때 해보자!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번화가 한 가운데 호텔보다는 약간 상업지구/관공서 같은데 있는 호텔이 더 나은 거 같아. 호텔 주변에 이상한 삐끼들도 없고 산책로 조성도 잘 되어 있고 5-8분 정도 걸으면 전철이니 어디 가는 것도 불편할 거 없고ㅇㅇ

아침에 슬렁슬렁 호텔 주변 산책하고 돌아와서 밥 먹는데 맛있드랑ㅎㅎ 여튼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기왕 대금 지불한 티켓이니 다들 맘 비우고 재밌게 봤음 좋겠어! 오늘로 연휴 끝나는 덬들도 많을 테니 마무리 잘하고! 다음 인사할 때까지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