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NCT는 유기체처럼 팽창과 변형이 자유로운 생존법으로 데뷔했다. 2018년 NCT U의 세포는 태용, 재현, 도영, 마크, 루카스, 정우, 윈윈이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그들은 블랙 프레임 안에서 얼마만큼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내가 팬으로서 공개방송의 줄을 선 마지막 아이돌은 H.O.T.다. 그들이 17년 만에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을 꿈꿀 때, NCT의 유닛인 NCT U를 만났다. NCT라는 유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신문화적인 그룹을 이해하는 데 사흘이 걸렸다(‘~적’이라는 모호한 접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형돈은 NCT의 팀 소개에 “그래서 NCT가 뭐라고요?”라고 되묻는다.
유튜브에서 NCT를 정리한 영상을 찾아봤다. 팬들에게는 귀에 딱지 앉을 내용이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다. NCT는 ‘Neo Culture Technology(신문화 기술)’의 약자로, 무한 개방, 무한 확장을 컨셉으로 한다. 얼마든지 유닛의 멤버가 늘거나 구성이 바뀔 수 있다. NCT 안에는 NCT U, NCT 127, NCT DREAM이 활동한다. 2016년 4월 디지털 싱글 ‘일곱 번째 감각’으로 데뷔한 NCT U의 멤버는 다섯 명이고, ‘Without You’를 부른 NCT U는 세 명이다. 내가 만난 2018년의 NCT U는 일곱 명이다. 2018년 NCT의 완전체는 세 멤버(루카스, 정우, 쿤)가 합류해 총 18명이다. 라임 있는 랩 같다.
NCT는 살아 움직인다. 멤버 한 명 한 명이 세포라면, 이들은 얼마든지 결합하여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낸다. 멤버뿐 아니라 음악과 퍼포먼스, 스타일도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미성년자만 활동하는 NCT DREAM은 남성이 되기 전인 무해한 이미지의 소년들이 호버보드를 타고, ‘Chewing Gum’을 부른다. 서울의 경도 127에서 이름을 따온 NCT 127은 서울을 기반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는 남성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NCT U는 내놓는 노래 스타일에 맞춰 별개의 유닛처럼 퍼포먼스를 달리한다. 탈피와 환원의 반복에 이 신인들은 도리어 기뻐한다.
지금까지 아이돌은 확실한 스타일, 캐릭터, 정체성을 갖는 것이 관건이었다. 섹시, 소녀, 짐승돌처럼 특정 수식어로 불리길 원했고, 여자친구, 보이프렌드, 오마이걸, 세븐틴처럼 자기네 정체성을 팀명에서부터 설명했다. NCT는 ‘탈정체성’를 추구하며 오히려 미래에 적응한다. 우리는 미래가 어떨지 모르지만, 무엇 하나 정확하지 않고, 빠르게 변하며, 수많은 취향이 공존할 것임을 안다. 반 발 앞서서 아이돌의 새 스타일을 제안해온 SM이 이번에는 한발 앞서서(그렇기에 다소 이해하기 힘든) 조합의 아이돌을 선보인 것이다. 2016년 이수만 수장은 한 비즈니스 서밋에서 SM이 ‘New Culture Technology’로 재탄생 할 거라 얘기했다. 무대는 NCT(Neo Culture Technology)가 장식했다. 이들은 SM이 얘기하는 미래다.
NCT는 SM의 과거도 갖고 있다. SM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공시킨 아티스트들의 면면, 엑소의 완벽한 세계관과 서사, 샤이니의 힙함, 레드벨벳의 청량함 등은 NCT의 세포 조합에 따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NCT는 다양한 색을 갖고 있어요. 색이 많을수록 더 아름답고 예쁠 것 같아요.”(태용) 9인조, 11인조 아이돌의 등장이 충격이던 시절엔 ‘이 안에 당신이 좋아할 멤버 한 명은 있겠지’였다면, 이젠 당신이 원하는 모든 아이돌과 음악, 퍼포먼스가 NCT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스타일 총합, ‘탈스타일’은 오히려 NCT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늘 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제 노래와 춤도 더 좋게 들리고 보일 것 같아요.”(태용)
이모의 마음으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덜 달려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내 입장이다.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의 레이스는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세계가 주는 긴장감까지 더해지면서 지치지 않는다. 이들에겐 힘든 순간 역시 슬퍼하기 전에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혼자만의 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제 모습을 진실하게 보려고 해요.”(태용)
NCT의 리더인 태용의 부담감은 다른 멤버들보다 무거울 거다. “NCT 멤버들을 한곳으로 모으기가 쉽지 않아요. 연습생 때부터 팀에 먼저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솔선수범하고 역지사지하자고요. 처음에는 내 뜻대로 잘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내 뜻대로가 아니라 모두의 뜻대로 해야죠. 뜻을 한군데로 모으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곧 팀을 만들죠. 멤버들이 잘 따라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요.”(태용)
NCT U의 이번 컴백의 키워드도 공감, 꿈, NCT다. “이번 컴백의 목표는 우선 팀원들이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처음 데뷔하는 멤버들이 걱정되거든요. 또 많은 팬과 함께하고 싶어요. 팬들과의 소통, 공감, 교감이 더욱 필요해요.”(태용)
http://www.vogue.co.kr/2018/02/22/super-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