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 TAEHYUN

GQ 복싱은 여전히 즐기고 있나요?
TH 그럼요.
GQ 자신 있게 답이 바로 나오네요.
TH 어떤 의리 같은 게 있어요. 평생 같이해야 할 것 같은. 그리고 몸보다 마음이 훨씬 건강해지는 종목 같아요. 제 생각에 체육관에 붙어 있는 문구들이 정말 거짓이 아니어서.
GQ 어떤 문구가 붙어 있어요?
TH “지금 흘린 땀은 링 위에서 배신하지 않는다”. 삶에서 통용되는 말일 텐데 제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게 복싱 같아요. 피드백이 노력할수록 빨리 보이는 종목이에요. 할 때 잡생각도 들지 않고. 이 말은 조금 부끄럽지만 강함이라는 가치, 저는 그게 아름다움에 준하는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놓지 않고 복싱하러 계속 가요.
GQ 언젠가 “강해지기 위해 나를 깎는다”고 한 태현 씨 말이 인상 깊었어요. 강해지기 위해 더하고 붙이고 부풀리는 게 아니라.
TH 강해진다는 건 덜어냄의 미학 같아요. 춤도 노래도 복싱도 어느 순간까지는 더하고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선이 딱 지나면 얼마큼 버리느냐 같아요. 사실 복싱할 때 제일 무서운 게 습관 없는 사람이에요. 예측이 안 돼요. 한 2라운드째 뛰다 보면 상대의 타이밍이 읽히는데 기본기만 되어 있는 사람은 안 읽혀요. 그건 못 피해요. 그런데 춤과 노래도 보면 습관이라고 하죠. 그게 색이 되기도 하는데 그걸 덜어냈을 때 오는 감동이 또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지점에 왔으면 그다음부터는 얼마큼 덜어내느냐,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GQ 요즘 태현 씨가 깎아내고 덜어내고 있는 건 뭐예요?
TH 저 완전 지금 노래.
GQ 어떤 측면에서요?
TH 저희는 그룹이고 댄스곡이 많다 보니까 쉬어가는 구간이 없어요. ‘강강강강’, 전부 다 멋드러져요. 그런데 존 메이어 같은 뮤지션들 보면 되게 편하게 부르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부르기가 더 어려워요. 이렇다 할 습관이 없으니까. 그는 그냥 편하게 불렀는데, 내가 편하게 부른다고 그 소리는 안 나오고. 그런 게 제일 어려워요. 지금은 그걸 좀 생각해야 하는 타이밍 같아요.
GQ 덜어냄으로써 오히려 태현 씨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거네요.
TH 네, 딱 그런 것 같아요. 지금 계속 모든 걸 넣어서 맛있게 만들어왔는데, ‘평냉’ 같은 보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GQ 덜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TH 덜어낸 제 자신을 마주할 줄 알아야 해요. 왜냐면은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늘 양념 넣어서 먹다가 없이 먹으면 맛없거든요. 진짜 맛없거든요. 그런 느낌처럼, 편안하게 부르고 나서 내 노래 녹음 들으면 너무 밋밋하고 이제 막 노래 배운 사람 같고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그래도 그 안에서 괜찮은 게 나오더라고요.
GQ 낯선 나를 마주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
TH 벌거벗은 나를 볼 줄 알아야 해요.
GQ 낯선 것도 아니네요, 벌거벗은.
TH 진짜 아무것도 없는. 그 느낌을 보면서 느는 것 같아요. 원래 저도 노래할 때 목소리를 엄청 꾸며서 내는 스타일이었는데 한 3, 4년 차 때쯤 크게 바뀌었거든요. 호흡을 섞어서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처음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어려웠어요, 직면하기가. 호흡을 섞어서 촉촉하게 만든 목소리가 평소에 내가 듣던 건데, 말하듯이 노래하려니까 못 부르는 것 같고 목소리도 별로고 그랬어요. 그런데 훨씬 건강한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양념 없는 나를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덜어내는 것도 덜어내는 건데 가장 이상적인 만큼 덜어내는 게 뭘까, 그걸 고민하고 있어요.
GQ 가장 태현스러운 순간은 언제예요?
TH 일 안 할 때. 저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거든요. 일할 때만 그렇지. 그래서 쉬는 날 저다움을 느껴요. 아무 계획 없이 헤드셋 끼고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눈에 보이는 식당 들어가고. 그런 것들이 원래 태현스러움인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서의 태현스러움은 완전 정반대에 있죠.
GQ 극과 극의 태현을 어떻게 공존시켜요?
TH 딱히, 공존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아요.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니까요. 두 페르소나가 서로 싸우지는 않아요. 둘 다 저는 너무 만족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