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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앨범을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이렇게 마주 앉아 인터뷰를 진행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그나저나 오렌지 컬러 염색은 언제 했어요?
컴백을 맞아 색다른 변화를 주고 싶어 오렌지 컬러를 택했어요. 브릿팝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편이라 영국 소년 같은 느낌을 의도했달까요. 영화 〈해리 포터〉시리즈의 ‘론 위즐리’처럼 엉뚱하고 독특한 느낌이 나지 않아요?(웃음)
정말요. 마침 촬영 시작 전 사진가가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소년의 반항기를 가득 담아보자고 했잖아요. 오늘 화보에서 평소 수호가 지닌 젠틀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봤는데, 어땠어요?
음악과 연기로는 실험적이고 콘셉추얼한 무드를 계속 시도해 보고 있어요. 사실 화보 촬영으로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색다른 콘셉트로 진행해 정말 즐거웠어요. 높은 굽, 롱스커트 등 평소 입어보지 않던 스타일을 시도한 것도 기억에 남고요.
포토 부스, 캠코더 등 다양한 형태의 카메라를 사용했어요. 직업 특성상 아티스트는 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마주하곤 하죠. 어떻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해요?
무대를 자주 모니터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제삼자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아마 몇몇 아티스트도 공감하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건, 무대나 다른 사람들의 퍼포먼스와 연기를 보는 것도 결국 저를 객관화하는 훈련이 된다는 점이에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제 자신을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솔로 데뷔도 벌써 5주년을 맞았어요. 지금까지 선보인 1집 〈자화상〉, 2집 〈Grey Suit〉, 3집 〈점선면〉은 각각 수호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는지, 딱 한 단어로 요약해 줄 수 있을까요.
첫 솔로 앨범 〈자화상〉이 ‘엑소 수호’로서의 저를 담았다면, 두 번째 앨범은 ‘김준면’이라는 개인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 앨범은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저, ‘ 수호’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담은 것 같아요.
그럼 이번에 공개한 4집 〈Who Are You〉는요? 앨범과 타이틀명을 동일하게 ‘Who Are You’로 정한 이유도 궁금해요.
세 앨범을 모두 아우른 ‘수호’의 모습이에요. 다만 이전에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호는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하면서 접근했어요. 그래서 앨범명도 〈Who Are You〉예요. 저 자신에게도, 대중과 팬분들에게도 질문하는 거죠. 타이틀곡도 그 연장선이에요. 오래 만나온 연인이 서로 달라졌다는 걸 깨닫고,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관계를 이야기하죠. 예전과 같지 않은 ‘너’를 마주했을 때 이렇게 묻곤 하잖아요. "넌 누구니?"
시선이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껴요. 그동안 선보인 앨범의 공통점이있다면, 록 베이스인 것 같던데요.
사실은 밴드 사운드, 특히 기타 사운드에 끌린 것 같아요. 일렉기타나 통기타의 질감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요. 그 에너지가 라이브에서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솔로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4집 수록곡 중 ‘Golden Hour’ 가사에 직접 참여했다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특히 ‘골든 아워’라는 시간대에 집중했어요. 사실 앞선 앨범에서 하고 싶은 말도 많이 했고, 아이디어도 꽤 쏟아냈기 때문에 처음엔 막막했어요. 오히려 작사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대신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를 하거나 해가 지는 시간대에 노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등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데 집중했어요.
골든 아워는 중요한 순간을 의미하죠.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이기도하고.
맞아요. 직접 그 순간을 경험해서인지 골든 아워가 지닌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고, 가사에 담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평생 계속될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24시간 붙어 있을 순 없고. 하지만 함께 있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 아닐까요.
팬들에게 ‘Golden Hour’ 중 딱 한 소절을 선물한다면요.
“You are my golden hour.”
작곡·작사는 창작인 동시에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꺼내 보이는 과정이기도 하네요.
네, 그래서 저는 주로 ‘경험’을 통해 영감을 많이 얻어요. 영화나 드라마, 책도 결국은 하나의 ‘경험’이잖아요. 첫 솔로 앨범 〈자화상〉을 만들 때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해외 어디를 가든 반 고흐 자화상이 전시돼 있으면 꼭 찾아갈 정도였거든요. 한 사람이 자기 얼굴D을 여러 버전으로 그렸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요즘으로 치면 셀카를 남기듯, 매번 다른 감정과 상태를 그림에 담은 거잖아요.
순간순간을 잘 붙잡는 세심한 시각을 지녔네요.
저는 늘 직접 보고 느낀 것, 그 찰나에서 영감을 받아요. 사랑을 상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치즈를 먹을 때 쭉 늘어났다 끊어지는 모습을 보며 ‘관계도 이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처럼? 제 삶의 매 순간에서 느낀 것을 기록하듯이 가사를 쓰려고 해요.
이번 앨범으로 보여 주고 싶은 수호 씨만의 음악적 성장과 변화 포인트도 있을 것 같아요.
음, 너무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하지 않는 거예요. 물론 내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시선을 좀 더 바깥으로 돌리는 데 집중했어요. 처음에는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조차 스스로를 한정 지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선을 밖으로 향하게 한 것이 제겐 큰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수호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질문한 것처럼요?
네, 음악의 한 장르에 빠져 공연에 직접 가기도 하고, 공부하며 몰입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뉴욕에 다녀오면서 그 경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오히려 그 선을 허물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게 진짜 성장이고 변화라는 걸 깨달았죠. 팬분들 역시 이번 앨범은 각자 느끼는 대로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좋다고 느끼셨다면 그 감정을 그대로, 혹시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런 생각도 자유롭게. 음악은 다양하고, 늘 변화하니까요. 그 과정을 통해 저 역시 계속 성장하면서 팬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이번 앨범 이후의 행보를 살짝 스포해 줄 수 있을까요? SNS에 업로드한 엑소 컴백 관련 사진을 봤어요.
맞아요. 엑소 컴백도 앞두고 있어요. 오랜만에 돌아오는 만큼 정식 앨범이 발매 되기 전에, 엑소와 팬분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음악을 먼저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확실한 건 쉽게 가지는 않을 거라는 거예요.
기대가 돼요. 엑소일 때, 솔로일 때 각각 어떤 감정을 느껴요?
혼자 활동할 때는 아무래도 모든 책임이 온전히 제 몫이에요.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책임을 나눌 수 없으니까 늘 자문자답하면서 더 무겁게 임하게 되죠. 반대로 엑소로 활동할 때는 멤버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책임을 나누는 만큼 마음이 훨씬 편해요. 물론 리더로서의 고민도 있지만, 그 무게는 곧 서로에게 의지한다는 말이기도 해요.
조금 이른 질문일 수도 있는데, 2025년은 어떤 한 해였어요?
시야가 많이 넓어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겸손해질 수 있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멈추고 쉬어갈 수 있는 해이기도 했고요. 늘 하는 말이지만, 팬분들이 엑소와 저를 변함없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스스로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음, 너무 고민되는데···.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그럼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법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너무 잘하고 있으니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아, 저 지금 생각났어요. 사실은, 항상 잘해 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