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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백승수, 백영수..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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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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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수는 부모님의 자랑이자 언제나 든든한 큰아들이었다.

늦둥이었던 영수가 태어나기 전에도 백승수는 착하고 공부 잘하고 애살 있는 아들이었을게다.

영수가 태어난 후에는 좋은 형이었을테고.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바르기까지한 아들은 부모님의 바람대로 본인의 의지대로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탄탄대로를 걸었다.

유정인이라는 인생의 동지이자 동반자도 만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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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인 백영수는 자랑이 되는 아들이었다.

큰아들인 백승수가 공부를 잘 하니 8살 터울의 둘째는 백승수와는 조금 다르게 좀 더 자유롭게 컸을지도 모른다.

공부 머리가 없다는 핑계로 시킨 야구에 생각보다 더 재능이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고교생 최다 홈런, 최우수 선수, 전 프로구단의 1순위 지명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


형제가 모두 인물도 훤하고 착하기까지 하니 부모님은 남부러울게 없었을테고.

남들이 보기에도 퍽 자랑스러운 두 아들이었테지.




그런 두 형제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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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언저리의 백승수와 서른 초반의 백영수의 나이를 감안하면 

두 형제의 아버지는 아마도 70대 초중반 정도 될테다.

백영수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진지가 12년 정도. 

아마 아버지의 나이 50대 후반에서 갓 환갑이 되었을 즈음의 사고였을거야.


프로야구의 창단과 황금기를 누렸을 세대의 아버지였기에 아버지의 막내 사랑, 영수 사랑은 아마도 좀 더 남달랐을지도 모른다.

정석적으로, 이상적인 방향으로 모범적으로 자라고 있는 백승수와

또 다른 기대를 품고 어쩌면 집안의 기둥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늦둥이 막내.

그런 막내가 사실은 채벌을 당하고 있었고 그걸 참고 달리다가 사고가 났고, 다시는 걸을 수도, 야구를 할 수도 없다는 소식은

아버지한테는 큰 충격이 됐을거고 그 때문에 쓰러진 후,

두 형제의 아버지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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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백승수의 시간도 그날 이후 멈춰버렸을지도 모른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그냥 앞만 보고 달려. 넌 우리의 자랑이야.

라고 말한 그 순간이 뇌리에 깊이 박혀서 죄책감 안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느라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백승수의 마음은 그 과거 안에 갇혀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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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러지고, 형의 시간이 멈추고, 집안의 불행이 시작된 그 시발점이 자신의 사고 때문이라고

영수 또한 생각해왔을테지만, 죄책감 또한 가졌을테지만
영수의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짊어진 형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자신의 시간까지 멈춰버리면 형은 아마도 더이상 일어설수 없을 정도로 무너질 사람이라는걸

영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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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공부해서 안정된 직장을 찾아서 편하게 살아.

이말은 어쩌면 그날, 

앞만 보고 달려 영수야! 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백승수의 죄책감은 자신의 인생을 몰아 넣어 집안의 모든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 지고

영수의 미래까지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었지만

앞만 보고 달리자, 넌 우리의 자랑이야.

이 말과

내가 희생할테니까 넌 그냥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라는 말의 결은 크게 다르게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또 다른 의미로 영수를 몰아부치는 말.


하지만 사고 이후의 영수는 장애를 극복하고 온갖 편견 어린 시선들과 마주하면서 단단한 사람이 되어왔고

그 말을 다른 의미로 극복하면서 형의 바람 또한 이루어주고 싶었을거다.

 

그리고 또 영수는 형이 자신의 인생을 몰아넣어 집안을 책임지는 동안

형의 젊음을 갉아먹으며 자신이 여기까지 왔다는걸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 이제 괜찮아, 나 야구 봐도 괜찮아..라는 말을 선뜻 할수 없었을지도.

동생을 그렇게 만든게, 집안이 그리 된게 야구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 야구를 시킨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형이

그나마 야구라는, 작은 저주의 대상조차 없으면 자신을 더 갉아먹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영수는 알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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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나였어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할수 있겠냐?

있어, 진짜 형 책임 아니니까.


나 이제 야구 봐도 괜찮아.. 보다 더 백영수가 형에게 하고 싶었을 말.

그리고 백승수가 무엇 보다 간절히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말.

죄책감과 책임감에 떠밀려 있던 백승수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작은 시작이 되어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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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수 이제 괜찮대요.

영수만 괜찮으면 난 다 괜찮아요.


그날 이후 백승수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멈춰 있던 시간에 균열이 생겼다.

그 공간으로 가족이 아닌, 영수가 아닌 사람들이 들어왔고

지키거나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사실은 그럴수 없을지도 모르는 생각이 공존했던 백승수의 불안함 안으로

그저 옆에서 함께 걸어줄 진짜 사람들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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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시간은 여전히 멈추어 있다.

예쁜 며느리가 손주를 가졌던 그 시절에.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막내 아들이 여전히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을 그 시간 안에.


백승수는 자신의 시간이 멈춘 동안에도 가족의 그 시간은 꾸준히 마주해왔고 그럼에도 한가지 사실만은 입이 굳어 말하지 못했다.

백영수는 어쩌면.. 선뜻 그 아버지 앞에 나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매번 전화만 하고 가보지도 못했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는걸 보면. 

그건 어쩌면 자신의 현재를 마주함으로써 아버지의 행복한 멈춤의 시간에 균열이 생기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의 멈춰진 시간 안에서

백승수는 좋은 직장을 다니고 예쁜 부인과 곧 태어날 아기와 함께 행복한 가장의 모습일테고

백영수는 아버지의 자랑이고 모두의 자랑이었던 훌륭한 야구선수일테니.

그 행복감이 멈춰진 시간 안에서나마 아버지를 살게 하는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오래 아버지가 버텨주기를 두 형제 모두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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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수의 꿈은 영수가 행복해지는 것이고

백영수의 꿈은 형이 행복해지고 밝게 사는거. 그리고 둘이서 야구 얘기하는거.

하나하나 차근차근 두 형제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6회는 정말 습관처럼 재생해서 보는 회찬데 오늘 따라 생각이 많아져서 주저리 주저리 하다 보니

말도 안되는 글이 길어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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