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고려아연(Korea Zinc)’을 직접 언급했다.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건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러트닉 장관은 핵심광물을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에서 채굴하고 가공·정제·제조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핵심광물 제련 투자 사례로 고려아연의 74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거론했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은 한국에서 축적한 제련·정제 기술을 미국의 자원과 기존 산업 인프라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미국 내 핵심광물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련·정제 역량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롤콜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광업계 관계자들과 원탁회의를 열고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첨단 제조업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국방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원료를 해외 적대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목표로 미국 내 채굴과 가공, 정제, 제조를 강조했다. 광산 개발을 넘어 원료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러트닉 장관은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74억달러 규모 미국 핵심광물 제련 프로젝트를 주요 투자 사례로 직접 언급했다.
다만 74억달러는 미국 정부의 고려아연 지원액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전체 투자 규모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프로젝트 총투자비는 74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설비투자비는 약 66억달러다. 미국 국방부와 민간 투자자가 약 21억5000만달러를 조달하고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2억1000만달러를 지원하는 구조다.
러트닉 장관은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신뢰할 수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동맹국과 협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13개 비철금속 제품 생산…11개가 美 핵심광물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는 하나의 시설에서 다양한 핵심광물을 생산·회수하는 ‘멀티메탈’ 제련소로 추진된다.
미국 연방 인허가위원회(Permitting Council)에 따르면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통해 건설되는 시설은 13개 비철금속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1개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에 해당한다.
생산 품목에는 아연·연·동·금·은을 비롯해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카드뮴·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이 포함된다. 갈륨과 게르마늄, 인듐, 안티모니 등은 반도체와 방위산업, 통신·에너지 분야 등에 사용되는 광물이다.
여러 종류의 핵심광물을 하나의 통합제련소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한미 산업협력의 범위가 핵심광물과 제련·정제 등 공급망 상류까지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에는 고려아연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제련·정제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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