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가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익을 얻을지 주목된다.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CXMT와 차세대 아이폰 등 자사 스마트기기에 탑재할 저전력 D램(LPDDR5X) 공급을 놓고 협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했고, CXM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XMT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높거나 최소 비슷한 수준을 제시했다.
CXMT 카드 불발…삼성·SK 가격 협상력 커지나
최근 애플은 중국산 반도체 도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미국 정부에 CXMT·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제품 사용 승인을 요청하는 한편,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CXMT D램 탑재를 위한 테스트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 외에 추가 조달처를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쿡 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 시장은 주로 3개 공급사로 구성돼 있다”며 “공급사가 늘면 물량 확보와 가격 측면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실제 중국산 반도체를 조달하기보다 기존 공급사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CXMT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 제품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애초부터 CXMT가 애플 공급망에 편입되기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짐 뱅크스 공화당 의원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쿡 CEO에게 서한을 보내 CXMT·YMTC 제품을 구매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8월 21일까지 답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애플과 CXMT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당분간 기존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워진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애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CXMT를 활용하려던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 결과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으로 저가 공세와 물량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그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기존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방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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