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 D램 공급가격 협상서
삼전닉스보다 높은 가격 고수
애플 메모리 공급 끝내 결렬
中빅테크, CXMT칩 주문행렬
바이트댄스 70억弗 장기계약

애플과 창신메모리(CXMT) 간 '메모리 협상'이 가격에서 이견을 보여 불발됐다. 그동안 애플은 원가 절감을 위해 CXMT에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자국 수요를 맞추기에도 빠듯한 CXMT가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더 높은 가격을 고수한 탓이다.
◆ 中 빅테크와 줄줄이 장기계약
6일 관영 경제매체인 중국기금보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과 스마트 기기의 제조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CXMT와 LPDDR5X 등 D램의 공급가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CXMT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CXMT는 동일 사양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품보다 더 높거나, 최소 비슷한 수준의 단가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짱 영업'의 배경에는 텐센트·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이미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CXMT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최대 5년간 70억달러(약 9조91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에도 텐센트와 30억달러(약 4조24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CXMT가 다른 중국 빅테크와도 유사한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주요 고객사로는 이 두 회사 외에 알리바바, 화웨이, 샤오미, 레노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즉, 현재 CXMT로서는 기존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보니 애플의 가격 인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CXMT의 내년 생산 물량도 이미 상당 부분 계약이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 내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분석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AI 대형 모델의 총 호출량은 56조8000억토큰으로 집계됐다. 그중 중국의 호출량은 절반가량인 28조1300억토큰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호출량(4조3800억토큰)보다 6배 이상 큰 규모다.
◆ 애플, 공급망 전략 조정 불가피
CXMT와 협상이 결렬되면서 애플의 부품 조달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공급사를 앞세워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압박해온 애플의 협상 전략이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 원인은 AI 확산으로 메모리시장의 수급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이 급증하면서 LPDDR5X의 제조 여력이 줄자 공급 부족은 심화됐다. 그러면서 가격 협상의 주도권도 스마트폰·노트북 등 제조사에서 반도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애플 공급망에 진입하는 것은 대규모 주문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른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에도 애플 납품 업체라는 점은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애플이 공급사와 가격 협상에서 늘 우위에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애플 공급망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만큼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지난 6월 아이패드와 맥(Mac) 시리즈 제품가를 인상했다. 올해 하반기 아이폰 등 신제품 가격도 올릴 가능성이 높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말 콘퍼런스콜에서 "다음 분기 D램 구매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D램 공급사가 지금 세 곳보다 늘어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애플은 최근 미국 정부에 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산 제품의 사용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CXMT와 접촉한 것은 대규모 구매보다 기존 공급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성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산 메모리를 국가 안보 문제로 보고 있는 데다 과거 애플이 YMTC를 조달처에 포함하려다 의회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전례가 있어 애초 애플이 CXMT를 핵심 공급망으로 편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717715?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