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급증에 '행복한 고민' … 효성중공업, 美서 추가 증설 나설까
무명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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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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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회사들이 4~5년 뒤 사용할 변압기까지 미리 사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확충 속도가 변압기 생산 능력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인 효성중공업이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추가 투자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전력기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최근 대형 변압기 생산 일정을 수년 전에 선점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업 착공을 앞두고 기자재를 주문했지만 최근에는 장기 공급 계약을 맺거나 선금을 지급해 생산 물량부터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대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공급 부족이 앞으로 최소 5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소와 송전망에 쓰이는 일부 대형 변압기의 납기는 160주를 넘어섰다. 주문부터 제품을 받기까지 3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일부 제품은 납기가 4년에 달한다.
실제 글로벌 변압기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내 변압기 가격은 향후 1년 간 최대 10% 오를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회사들이 여러 업체에 동시에 주문을 넣거나 해외 공급사까지 조달처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난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미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2025년 4조1950억kWh에서 올해 4조2690억kWh, 내년에는 4조3990억kWh로 연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전력 수요, 건물·교통 부문의 전기화가 동시에 진행된 영향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특히 가파르게 늘고 있다.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30년 110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규모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도시 수준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설비뿐 아니라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를 함께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런 수요에 대응해 미국 현지법인인 HICO를 통해 테네시주 멤피스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을 확충하고 있다. HICO는 최근 1억57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능력을 50%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고용 인원은 240명이다.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HICO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전력용 변압기 생산기지 중 하나가 된다.
HICO는 2019년부터 멤피스 공장을 현지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생산·시험 설비를 확충해 현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미국 내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 관세와 운송 부담을 줄이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납기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맞출 수 있다.
특히 멤피스 공장은 미국에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전용 생산하는 유일한 시설이다. 765kV 변압기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거리로 보내는 핵심 설비다. 높은 절연 기술과 시험 능력이 필요해 세계적으로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다.
수주잔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2분기 말 수주잔고는 17조50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국 비중은 57%나 된다. 연간 신규 수주 가이던스도 기존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올려잡았다. 현재 확보한 일감만으로도 생산 일정이 3년 넘게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내 초고압변압기·차단기 수주가 늘면서 올 2분기에는 중공업 부문 매출 중 미국 비중이 38%에 달했다. 1년 전 23%보다 15%p나 규모가 늘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업계에선 올해 효성중공업의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고 2027년에는 매출이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건은 현재 진행 중인 50% 증설 이후다. 미국 전력회사들이 2030년 전후 물량까지 선점하고, AI 데이터센터용 전력망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기존 증설만으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서 효성중공업이 멤피스 공장에 추가 생산라인을 설치하거나 두 번째 현지 생산거점을 검토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업체들도 앞다퉈 미국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히타치에너지와 지멘스에너지, GE버노바 등은 미국 내 변압기와 차단기 공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변압기 공급 부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겹친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장 설비를 갖춘 뒤 주문을 받았다면 지금은 고객이 수년 뒤 생산 물량부터 선점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북미에서 장기 수주가 추가로 쌓일 경우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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