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 그리핀이 이끄는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인공지능(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SA)’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인수했다.
AI 투자 열풍을 주도했던 대형 헤지펀드가 고(高)레버리지 투자 후폭풍에 무너지면서 월가의 위험관리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시타델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뉴욕증시 개장 직전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SA가 보유한 약 160억달러 규모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SA가 금융기관의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SA는 오픈AI 출신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AI 전문 헤지펀드다. 약 2년 만에 운용자산(AUM)을 200억달러 이상으로 키우며 월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한때 운용자산은 최대 4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셴브레너는 지난해 발표한 165쪽 분량의 보고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통해 AI 시대 최대 병목은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라고 주장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블룸에너지, 네비우스 등 AI 인프라와 공급망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시장 조정 국면에서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 SA는 은행 차입과 파생상품을 활용한 고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았는데, 7월 들어 AI 반도체와 인프라 관련 종목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어 금융기관들의 마진콜이 잇따르면서 핵심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SA는 약 50억달러 규모의 AI 스타트업 앤트로픽 지분 등 비상장 투자자산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펀드 운용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강제성 매각이 7월 글로벌 AI 반도체주 급락을 심화시킨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연쇄 매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타델의 행보를 놓고 다른 해석도 제기한다. 시타델이 최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투자 보고서를 내놓으며 시장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 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산을 저가에 매입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가 AI 투자 생태계 전반의 불안을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관련 종목을 높은 차입 투자로 보유한 다른 헤지펀드들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비슷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A의 대규모 강제 청산 우려가 일단 해소되면서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됐다. 시타델의 포트폴리오 인수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에서는 AI 반도체와 인프라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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