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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공부하려고 정리한 피지컬AI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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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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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요약하자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밸류체인의 모든 부분이 병목임. 하드웨어 스펙의 문제, 하드웨어 내구성의 문제, 데이터의 문제, 모델의 문제. 그리고 궁극적으로 수요의 문제까지. 모든 게 기대치가 앞서가고 있음. 로봇 회사들의 주장이 뻥이라는 이야기가 아님. 실제 배치는 현 세대의 기술력에 맞게 진행되고 있음. 그러나 마케팅 메시지에서 은연중에 심어놓는 기대치는 현세대의 기술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거

 

로봇, 특히 중국산 로봇의 화려한 영상이 거의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음. 백플립도 하고 마라톤도 하고 심지어 비보잉도 하는 걸 보면 로봇이 이제 곧 우리 삶에 함께 할 것 같음. 근데 그렇지 않음. 걔네가 그렇게 춤만 추는 건,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것밖에 보여줄 게 없기 때문임. (그리고 춤추는 건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두자. 로봇이 모여서 군무 춰봤자 하나도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스피커가 음악을 재생하는 것에 현대의 인간은 아무도 감동하지 않잖아.)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일상 및 산업 현장의 편의를 제공하고 인간이 짊어져야 할 무리한 노동과 위험을 가져가준다면야 인류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노동 대체 효과는 논외로 하고), 이런 날을 맞이하기까지는 현실적인 제약이 매우 큰 것 같음

하드웨어 스펙의 문제

로봇이 일을 하려면(여기서의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야기함), 특히나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무거운 물건을 이송하거나, 섬세한 손 조작을 할 수 있어야 함. 둘 중 하나는 확실히(=높은 신뢰성으로) 할 수 있어야 함. 그리고 인간보다 더 싸게(유지보수비용을 감안하고도) 할 수 있어야 함

 

이송부터 이야기해보자. 물건을 들어서 옮기려면 토크가 필요함. 당연히 크고 무거운 액츄에이터를 쓰면 높은 토크를 낼 수 있음. 근데 그건 산업용 로봇(일론 머스크가 좋아하는 기가-프레스!같은 거)이지, 우리가 이야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님. 대충 170-180cm 정도의 높이에 70kg 이내의 질량으로, 그러니까 말그대로 인간 정도의 체적과 질량에서 무거운 걸 들 수 있어야 함(로봇한테도 삼대 몇 치시냐 물어봐야 함)

 

일단 스펙을 비교해보자.

 

LxCSwQ
(클로드님이 조사해주심)

 

로봇을 공부하다보면 토크밀도라는 개념이 나옴. 단위는 N·m/kg. 얼마의 질량으로 얼마의 토크를 낼 수 있느냐는 거. 아틀라스를 기준으로 보자면, 다음과 같은 토크밀도가 필요함

LWUCnS
 
그리고 현재 액츄에이터 모듈 업체 쪽 자료는 상용 최고 수준이 36N·m/kg 정도임. 어깨에 딱 붙여서 들 때 겨우 들 수 있는 수준이라, 여유치를 두자면 상용 액츄에이터는 못 씀. 그래서 아틀라스가 커스텀 액츄에이터를 만들었고, 가격이 엄청 비싸짐. (참고로 어깨로 물건을 드는 데만 이런 스펙이 필요하고, 힙/무릎에 걸리는 하중은 이보다 더한데, 다른 종류의 액츄에이터를 사용함. 토크밀도가 아닌 힘 밀도 지표 사용. 유니트리가 189N·m/kg를 홍보하는데, 어깨가 아닌 무릎 관절임)

 

아틀라스가 이 정도이고, 옵티머스는 스펙이 불분명함. 옵티머스는 캐리/데드리프트 정보를 제공하고, 아틀라스는 순간/지속을 제공함. 다 다른 기준임. (휴머노이드에서 어떤 스펙을 보아야 하는지 기준 자체도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음. 휴머노이드에게 뭘 시켜야 할지도 정립되지 않았으니 당연함)

 

피겨는 거의 유일하게 실증된 무언가를 하고 있음. BMW에 배치되어 3만 대 이상의 생산에 기여(판금 부품 적재/장착 작업)을 했고, 최신버전은 시퀀싱 작업까지 수행함. 별도 라이브스트림 데모로 분류작업 200시간 마라톤도 해냄

 

유니트리는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음. 지속 가능한 페이로드가 7kg밖에 안 됨(실측은 1.5kg라는 리뷰도 있음). 10kg 아령 하나도 들고 옮기지 못한다는 거.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손의 사용은 이제 막 기술적인 돌파구가 있는 중이라 정교한 손 작업은 아직 아무도 상용화하지 못함. 그러니 유니트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술 쇼나 마라톤 정도임

 

이게 또 의미심장한 게, 유니트리 액츄에이터는 6:1~10:1의 낮은 감속비를 씀. 유연하게 움직이고 충격 흡수에 강하지만, 모터가 크고 무거워야 하고, 가만히 서 있거나 박스를 들고 있는 정적 자세를 유지하는 데에 막대한 전류를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킴. 다시 말해 백플립, 마라톤 같은 동적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설계이고, 노동(산업이든 가사든)에 실제 써먹을 수 있는 설계가 아니라는 거

 

반대로 옵티머스, 피겨 등은 작은 고속 모터에 높은 감속비의 기어를 쓰는데, 충격 흡수에 치명적으로 약함. 그래서 옵티머스가 굳이 무술 시연 같은 걸 안 함(쿵푸 스파링은 했지만 백플립 같은 고충격 동작은 안 함). 늘 이야기하지만 이단옆차기보다는 전구 가는 게 인류에게 더 중요한 기술임. (그렇다고 중국 로봇이 쓸데없는 짓만 한다는 게 아님. 유니트리는 연구/이벤트/교육기관용으로 플랫폼을 파는 모델이고, 그걸 위한 시연을 하는 것. 산업용으로는 유비테크와 AgiBot이 있음. 중국과 미국의 인건비 격차는 명백하니, 집중해야 할 산업의 차이도 당연히 존재)

 

다시 토크 이야기로 돌아와서, 물건을 들고 나를 액츄에이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발열 제어가 또 난제임. 통상적인 공랭 액츄에이터에서 낼 수 있는 연속 토크는 피크의 25~30%에 불과하다고 함(그래서 옵티머스의 캐리가 데드리프트의 30% 수준). 그 이상을 하려면 액랭이 필요한데, 놀랍게도 아틀라스는 공랭으로 피크의 60%를 연속으로 낼 수 있음. 물론 측정기준의 차이도 있겠지만, 공개된 정보를 모아보자면, 큰 모터를 사용하여 발열의 비율을 줄이고, 외피 전체를 방열 면적으로 쓰고, 티타늄/알루미늄 구조체를 써서 발열 면적을 유리하게 함. 그 대가로 무게가 무거워짐. 옵티머스/피겨보다 훨씬 무거움

 

산업용을 타겟하는 3사 로봇의 캐리(지속) 질량과 자체 질량을 비교해보면 3사 다 0.3 정도가 나옴. 60kg 로봇이 20kg을 들고, 90kg 로봇이 30kg을 듬.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자체중량의 30% 가량을 이송하는 게 한계인 듯함

 

흥미롭게도, 인간도 일상에서 몸무게의 30% 가량을 큰 무리 없이 들 수 있음. 산업 현장에서 20~25kg 이상의 중량물을 운반할 때는 2인 이상이 들거나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라고 함. 그래서 옵티머스/피겨와 아틀라스의 타겟이 약간 다른데, 옵티머스/피겨는 딱 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을 싼 가격으로 대체하려는 거고, 아틀라스는 인간 + 인간에게 부담되는 수준의 작업까지 커버하려고 하는 거

 

중간 정리하자면, 중량물 이송, 시퀀싱 까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할 수 있고, 현재 딱 그만큼을 타겟으로 로봇이 개발/생산/배치되고 있음

 

손 이야기를 해보자.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리보다는 손임. 인류가 현재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손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이 매우 크게 기여했음. 현재의 휴머노이드는 직립과 보행의 자세제어는 그럭저럭 해결했지만, 손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는 난제가 매우 많음

 

자유도와 구동. 인간 손은 21~27 DOF(Degree of Freedom)임. 근데 그 근육 대부분은 손 안에 없음. 강한 힘을 내는 근육은 전완에서 힘줄로 전달됨. 손가락 힘을 손 안에 구현하면 쉽지만 손이 무거워지고 토크가 제한됨(유니트리가 이쪽). 손끝 질량이 늘어나면 어깨쪽의 제어 부담도 늘어남. 팔의 관성은 mr²에 비례하니까 어깨쪽에 더 강한 액츄에이터를 써야 하고, 그러려면 액츄에이터 무게가 더 무거워짐

 

인간을 흉내내느라 전완에 액츄에이터를 두고 원거리에서 구동(tendon-driven)하면 마찰, 제어, 배선 복잡성 등이 늘어남(옵티머스 3세대가 이쪽. 그래서 생산지옥이 펼쳐짐. 현재 양산지연의 주 요인으로 지목됨. 이후에 유지보수 지옥도 기다리고 있음).

 

센서도 문제. 물건을 파괴하지 않고 집어들어서 조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 수직력(손가락이 컵을 안쪽으로 누르는 힘), 전단력(중력 때문에 컵이 아래로 미끄러지려는 힘)을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함

 

센서 쪽은 가장 빠르게 돌파구가 열리고 있음. Figure 03은 병뚜껑 돌려따기, 약통에서 알약 꺼내기, 주사기로 5ml 계량 같은 시연을 해냄. 열흘 전에는 1X NEO의 새 손을 공개함. 와인잔을 집어들고, 전구를 끼우고, 포도를 땀. 직접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QRyXV3csReA

중국 PaXini 촉각센서도 훌륭함. 손 구현 관련 가장 빠른 쪽이 센서류

 

문제는 제어와 데이터. 로코모션(보행 등 이동동작)은 강화학습이나 Sim2Real로 구현할 수 있음. 막말로 유튜브 영상 10억개 보고 학습할 수도 있고, 가상공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도 있음. 관절에 가해지는 중력과 이전 동작으로 인한 관성 등을 통해 연산할 수 있음. 물론 쉬운 건 아니지만, 손가락 제어에 비하면 쉬운 쪽

 

손의 움직임은 학습 자료가 적음. 물체를 집어들 때 표면질감과 미끄러짐에 대한 데이터는 유튜브 영상에 거의 드러나지 않음. 학습할 데이터가 희귀함. 텔레오퍼레이션으로 모아야 하니 비쌈. 그래서 오히려 영상으로 학습하고 있는데, 효율이 떨어짐

 

다시 중간 정리. 현 시대의 휴머노이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당히 무거운(성인 인간이 들 수 있는 무게) 물건의 위치를 옮기는 일 정도임. 아니면, 엔드이펙터를 전동 드라이버 등 기존 공구로 대체해서 하는 작업. 이건 이미 만들어진 자동화 도구의 재활용임(범용 로봇의 가장 큰 효용이 여기서 나오기도 함)

내구성, 유지보수의 문제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언급한 일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음. 모든 부품이 설계된 스펙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는 쓸수록 마모됨. 학습된 설정값(와인잔을 집어올리려면 이 위치에서 이 액츄에이터에 이만큼의 힘을 가하라)은 특정 시점의 하드웨어 전달함수에 맞춰 캘리브레이션된 값임. 하드웨어가 마모되면 전달함수가 서서히 바뀜. 이건 한 번의 오차가 아니라 현장 배치 이후 서서히 커지는 오차임. 센서&액츄에이터가 지금 정교한 것과 만 시간의 작업 이후에도 정교한 것은 다른 이야기

 

휴머노이드는 다음과 같은 부품이 마모되고, 문제를 일으킴

EpprRJ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건, 부품이 스스로 마모되었는지 감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기존의 산업자동화 장비에서는 각 부품의 표준 아웃풋이 있기 때문에, 검사로직을 돌려서 마모도를 측정할 수 있음. 근데 지금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려는 태스크는 그때그때 상황이 다름. 부품 상자를 집어서 옮겨야 하는데, 그 상자의 위치나 무게가 늘 동일하지 않음. (그런 가변적인 상황에 대응하라고 투입한 게 휴머노이드니까 당연.) 하는 업무가 그때그때 미세하게 다르니, 로봇이 스펙 내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셋을 만드는 것도 어려움. 자가진단을 시킬 수 있지만, 그 자가진단 센서 자체도 마모가 될 것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외부 검사가 필요함

 

그리고 부품이 고장났을 경우 교체를 해야 하는데, 부품 교체하느라 라인을 세울 수 없음. 그러니 여분의 로봇을 계속 준비해둬야 함. 이 정도 비용이면 그나마 다행이고, 스스로 마모되었는지도 모른채 라인에 계속 투입되어 대량의 불량을 만들어내면 재앙임. 로봇 배치의 비용은 드러난 것보다 비쌈. 단지 로봇 완제품의 가격이 떨어진다고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님

데이터의 문제 (크로스 임바디먼트)

대중적으로는 잘 안 알려진 사실인데, 로봇이 학습한 설정값은 동종 로봇만 쓸 수 있음. 로봇마다 구동계, 센서, 관절구조, 무게중심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각 액츄에이터에서 나와야 할 입/출력값이 다 다름

 

옵티머스에서 학습한 값을 아틀라스에서는 못 쓴다는 거. 옵티머스 Gen2와 Gen3도 거의 대부분 새로 학습했어야 할 것으로 추측. NVIDIA는 이를 데이터 섬들의 군도(archipelago)라고 표현함. LLM은 만인의 데이터가 만인의 모델을 키우는 구조였지만, 로봇은 그게 안 됨.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도 하드웨어가 바뀌면 무용지물

 

여기서도 다리와 손의 비대칭이 있는데, 로코모션은 시뮬레이터에서 신체별로 재학습 가능. 손은 시뮬레이션 불가. 실기체 텔레오퍼레이션으로 학습비용을 지불해야 함

 

이건 돌파구가 아직 미약한데, 일단은 두 갈래. 하나는 NVIDIA쪽. 행동을 절대 좌표가 아닌 상대 좌표로 설정. '팔꿈치 관절을 20도 꺾어라'가 아니라, '손의 위치를 5cm 앞으로' 하는 식으로 몸의 구체적 형태를 추상화. 이런 식으로 하면 인간 영상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음. 월드 모델을 지향하는 NVIDIA라 해볼만한 시도. 다른 한 쪽은 물량전. 데이터가 섬이 된다면, 그 섬들을 계속 잇다 보면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가설. Open X-Embodiment가 이쪽

 

두 시도 모두 의미가 있고, 미약하게나마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까지는 한참 멀었음

모델의 문제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는 다르다)

피지컬 AI의 중심이 VLA(Vision-Language-Action)이라고 화려하게 말하지만, 여기서의 L을 담당하는 Language Model은 하자가 많음

 

지금까지 이야기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말 그 Language Model을 쓰는 피지컬 AI 로봇인가? 아마도 아닐 가능성이 높음. 그냥 VA 모델임. 혹은 그보다 더 단순한 RL.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거

 

백플립을 하는 유니트리든, 쌀포대를 나르는 아틀라스든, 강화학습된 행동셋트, 즉 사전에 주입된 설정값을 실행할 뿐임. 백플립 백 번 하는 거랑, "파란 상자 들어서 옆으로 옮겨줘"라는 '말'을 '듣고' '실행'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

 

로봇이 200시간 동안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택배 상자를 분류할 수는 있지만, 그 로봇한테 "자 고생했으니 저기서 충전 좀 하고 와"라고 말해도 알아듣는 능력은 없음. 혹은, "소형 택배를 A 라인으로 보냈는데, 이제 B 라인으로 보내줘" 같은 명령도 이행할 수 없음

 

유니트리는 G1의 쿵후 루틴을 보여주며 '완전 자율'이라고 홍보했지만, 그건 인간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고 사전에 입력된 알고리즘대로 작업을 수행했다는 이야기지, 현재 AI 에이전트를 보면서 떠올리는 그 '자율'과는 다른 이야기임

 

피지컬 AI라고 할 때, 사람들은 대략 세 개의 상이한 카테고리를 떠올림. 하나는 FA, 하나는 자율주행, 하나는 휴머노이드임. 이 셋은 각각 다름. 조금씩의 교집합은 있지만.

 

FA(Factory Automation)는 원래 있던 분야임. 자동차 공장의 수많은 기계들을 우리는 이미 '로봇'이라고 부르고 있음. 거기에 일부 AI를 추가하는 건 어렵지 않음. 반도체나 PCB 검사장비도 요즘엔 AI를 도입함

 

자율주행은 성공적인 피지컬 AI임. 근데 운전이라는 건 생각보다 자유도가 낮은 게임임. 차량 주행의 자유도는 셋밖에 없음. 가속, 감속, 스티어링. 외부 환경을 인식(V, 혹은 V+라이다)하고, 적절한 가감속/스티어링을 입력해주고, 결과를 피드백하면 됨. 그 '단순한' 작업을 현재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데 약 15년이 걸림(DARPA Challenge가 2004~2007년,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2009년). 그리고 테슬라 자율주행은 VA임

 

지금까지의 휴머노이드는 잘 봐줘야 VA이고, 가혹하게 이야기하자면 FA 로봇에 팔다리가 붙은 거임. VLA 역량으로 치자면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의료로봇이 훨씬 뛰어남. 발도 안 달리고 손도 하나밖에 없지만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기능을 수행함. 이 정도 역량에 팔다리가 달리면 '우리가 상상하던 바로 그' 휴머노이드라고 부를 수 있음

 

우리가 요 몇 년 AI의 급격한 발전을 보면서 깜짝 놀랐는데, 그 기반에는 '트랜스포머 기반의 LLM'이 있음. 이건 좋음. 근데 느림. 그리고 자원을 많이 소모함

 

AI 챗봇이든 코딩 에이전트든, 뭔가 요청하면 한참 고민하잖슴. 추론하느라 그런 거. 자기 혼자서 내가 보낸 질문을 쪼개고 고민하고 다시 고민하고 막 그러면서 이 인간이 뭘 요구하는지, 본인이 뭘 찾아서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막 고민하느라 시간을 쓰는 거. 그걸 오래 깊이 할수록 내가 원하는 좋은 대답이 나옴

 

만약 이 언어모델을 VLA에 넣고 "파란 상자 옆으로 옮겨줘"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파란 상자란 무엇일까. 옆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옮긴다라는 행위는 무엇인가. 옮기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손이 두 개 있네. 오른손만으로 할 수 있는 걸까. 오른손은 어떻게 쓰는 거지. 어깨 관절을 이렇게, 팔꿈치를 이렇게 움직여보자. 오, 내 손이 상자 쪽으로 조금 다가갔어. 근데 이게 파란 상자는 맞아? 아까와 색깔이 바뀌었는데? 아, 내 팔 때문에 생긴 그림자 때문이구나."

 

...그만하자.

 

LLM의 추론시간을 기다려줄 정도로 물리세계는 한가하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프론티어 LLM을 휴머노이드 로컬 바디에 실을 수도 없다. 인터넷을 쓰겠지만, 온라인이라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전혀 아니다. 레이턴시가 살짝 더 늘어나는 건 덤

 

주요 돌파구는 이중 시스템 아키텍쳐. 이번에 NVIDIA에서 보여준 것처럼, 카너먼의 시스템 1, 2 구조를 차용하여, 빠른 대응을 하는 칩과 천천히 고민하는 칩을 나눈 거. 거기에 '액션 청킹(한 번의 추론에 여러 개의 행동이 담긴 행동 묶음을 생성)'과 'diffusion/flow matching(연속 행동을 한 번에 생성)' 등의 기법이 있음

 

그러나 이것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님. NVIDIA의 시스템 2 모델도 2~7B급 소형 VLM임. 그리고 이런 구조로 스텝당 성공률 95%짜리 정책을 만들었다 해도, 20스텝짜리 작업을 하면 성공률은 36%로 떨어짐. 데모 영상이 병뚜껑 따기, 상자 옮기기 같은 짧은 태스크인 이유임. "설거지하고 식탁 치우고 쓰레기 버려줘"는 아직 먼 미래의 일임

 

과연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나 할런지 모르겠음. 아예 새로운 언어모델(혹은 언어모델이라고 불리지 않는 다른 그 무언가)이 나와야 할 것 같음

해결된 문제? (Locomotion)

그럼 보행/자세제어(locomotive)는 완전히 해결되었느냐? 예전에 학부생 때(2000년대 초중반...) 기계과 교수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음. "자네들의 졸업프로젝트 주제가 뭐든 간에, 이족보행로봇을 만들어 오면 무조건 A+ 주고 졸업시키겠다." 당시에는 두 발로 걷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음. 그러나 지금은 걷는 건 물론이고 마라톤도 하고 백플립도 하고 날라차기도 하고 뭐 난리도 아니지만.

 

20년간 상당한 발전이 있었고 인류의 진보가 맞음. 이 정도라도 하기 때문에 이제 관심사가 산업에서 실제로 어디에 적용할 수 있는데? 로 넘어갈 수 있는 거. 그러나 이쪽도 아직 한계는 있는데, 1) 주로 평지에서의 완성도임. 최근까지는 바닥이 평탄하지 않거나, 발 밑에 자갈 하나라도 있으면 헛돌았음. 휴머노이드는 사족보행 대비 무게중심이 높고 지지다각형이 작아서 국소 지형오차에 극도로 민감함. 바닥이 젖어있어도 안 됨. 장애물이 있어도 위험함. 2) 낙상 복구. 현재의 로봇은 평지가 아닐 때 잘 넘어짐. 계단에서도 잘 넘어지고. 차량에서 내릴 때 같은 경우에는 훨씬 잘 넘어짐. 데모에서는 넘어졌다가도 잘 일어나지만, 이 또한 평지일 때의 이야기. 바닥이 최적환경이 아닐 경우 넘어졌다 일어나는 게 쉽지 않음. 그래서 현재의 배치는 대부분 배리어/격리존으로 인간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음. 평지인 건 당연하고.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초창기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가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였던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

 

그리고 걸어가면서 일을 하지도 못함. 보행 중 조작(loco-manipulation)이라고 하는데. 걷는 중에는 시야도 흔들리고 조작 대상 물체도 흔들리고 조작하는 내 신체(고유수용감각)도 흔들림. 이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현재의 로봇은 이동 따로 조작 따로임. 걸어가면서 커피 마시는 인간은 아직 자부심을 가져도 됨. (걸어가면서 폰 사용하는 건 위험해요.)

근본적으로, 휴머노이드가 왜 필요한데?

ZOuWJd
mBMaen
 
(다리가 없으면 샤아 킥을 할 수 없잖아)

 

인간 형태의 로봇이 대체 왜 필요할까? 오래된 질문이다.

 

가장 표준화된 대답은 "작업 환경이 인간에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 문 폭, 계단, 선반 높이, 공구 손잡이, 차량 운전석까지 전부. 인간 사이즈와 무게를 가진 로봇을 만들면, 다른 건 아무것도 바꿀 필요 없이 작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음

 

두 번째는 범용성과 롱테일. 특수목적 자동화 장비는 태스크당 물량이 나와야 함. 세상 노동의 대부분은 개별적으로는 자동화 투자를 정당화 못하는 잡다한 롱테일임. 범용 로봇은 개별 태스크에서 전문 기계를 이기는 게 아니라, N개의 태스크를 번갈아 수행해가며 롱테일을 이기는 거. 범용 컴퓨터가 ASIC을 이기고, SaaS 회사들이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과 유사한 상황

 

세 번째는 데이터. 현행 AI는 학습 소스가 있어야 함. 물리 세계에서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면, 그 로봇을 AI 학습시키려고 한다면, 인간의 행동을 소스로 하는 게 가장 데이터를 구하기 쉬움

 

다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음

 

우선 인간 형태는 노동의 최적해가 아닌 진화의 타협임. 자동화의 역사는 노동자를 모방하지 않고 태스크 자체를 재설계했음. 인간이 투입될 필요가 없는 작업을 목표로 한다면, 작업환경이 인간에게 맞춰질 필요도 없음. 물류센터를 로봇에 맞게 재설계한 아마존이 대표적인 사례 (아마존도 Agility 로봇을 파일럿 적용해봤음)

 

다리의 비용 문제. 이족보행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이동방식임. (계단을 오르내리는 다른 효율적인 메커니즘도 있음) 이족보행은 에너지와 연산의 상당부분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소비함. (걷는 행위 자체가 '통제된 넘어짐의 연속'임. 근데 걷는 건 건강에 중요합니다. 많이 걸읍시다.) 어차피 공장은 평평한데, 그리고 공장에서 상하이동은 엘리베이터로 하면 되는데, 굳이 두 발 달린 로봇이 공장에 있을 필요가 없음

 

범용 논거가 가장 힘을 발휘하는 곳은 가정을 비롯한 어수선한 일상 공간임. 근데 앞서의 이야기를 쭉 따라오다 보면, 휴머노이드가 가장 늦게 투입될 공간이 이곳임. 위에서 언급한 기술적 병목이 모두 해결되어야 가정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할 수 있음. 지금 휴머노이드가 투입되는 공간은 인간 형태가 가장 덜 필요한 곳임

 

섣부른 예측이지만, 역설적으로, 휴머노이드가 대량 투입되어서 한 공장 전체가 자동화되고 나면, 그래서 그 공장이 24시간 가동되고 나면, 그 다음은 휴머노이드의 논-휴머노이드 배리에이션이 투입될 것임. 해당 로봇의 동선을 고려하여, 바퀴만으로 가능한 업무에 24시간 투입되고 있으면 다리 떼버리고 바퀴 달린 로봇이 투입되는 거. 그게 더 싸고 안정적일 테니까.

 

그리고 그런 식으로 로봇이 최적화될 때쯤이면, 동시에 공장도 로봇에 최적화될 것. 인간이 일하라고 설계된 공장에 더이상 인간이 일하지 않으니, 인간을 위한 구성을 다 떼버리는 게 효과적

 

그래서 휴머노이드는 본질적으로, 완전 자동화된 공장으로 가기 전의 이행기에서만 작동하는 니치 모델일 수 있음. 인간을 대체하는 파일럿 단계에서 투입되어 일을 하고, 다 대체하고 나면 휴머노이드 스스로도 더 최적화된 로봇에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그러고 나면 또 새로운 파일럿 단계의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하는.. 그런 운명 아닐까 함

 

그래도 그런 특수목적 로봇은 범용 로봇의 배리에이션일 테니까(다리만 떼는 건 크로스 임바디먼트 비용이 쌈), 범용 로봇에 투입한 개발비가 쓸모없어지는 건 아님. 그렇다고 범용로봇을 수백만대 미리 양산할 필요가 있을까. 계속해서 파일럿 일자리가 나온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장에서 기대하는, 휴머노이드 수만 대가 한 공장에서 상비 인력이 되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는 거에 시장이 흡족해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 로봇은 문제가 많음. 밸류체인의 모든 단계에 문제가 있음. 일부는 돌파구를 찾고 있고, 일부 상용화 가능한 지점도 있음. 그러나 그건 우리가 기대하던 만능의 범용 휴머노이드가 아님. FA 로봇에 팔다리 및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장착시킨 것에 가까움. 그리고 이런 형태의 로봇은 AI AGENT 이후의 토큰 수요를 붐업시키지 않음. 우리가 기대하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나오려면 생각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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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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