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이번 규제의 목적을 투자자 보호와 시장 변동성 완화라고 밝혔지만, 정작 그 규제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번 규제는 상시 현금 3천만원 유지라는 요건으로 가용 현금이 적은 개인투자자만 사실상 걸러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예탁금 3천만 원 미만 투자자들의 거래가 시장 변동성을 키운 핵심 원인이라는 근거를 갖고 있습니까? 있다면 제가 밑에 대안을 제시해 드릴거고 만약 그런 근거가 없다면, 왜 시장 변동성 완화를 명분으로 가장 자금력이 약한 개인들만 규제 대상이 되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더 큰 자금력과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래 주체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그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소액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만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설령 예탁금이라는 관문을 통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20주 미만의 소량 거래는 「소액으로 투기가 가능했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막는다고요? 그렇다면 소액으로 하는 투기는 안되지만 거액으로 하는 투기는 괜찮다는 말입니까? 거래 규모가 작을수록 위험도 작은데, 작은 거래를 막고 더 큰 거래는 허용하는 것으로 투기를 막겠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예탁금 3천만 원이라는 기준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많은 사람은 계속 거래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추가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예탁금을 맞추기 위해 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하려는 유인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규제는 위험을 관리하는 정책이라기보다 시장 참여자를 자산 규모에 따라 선별하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소액 투자자들이 정말로 시장을 흔들 정도였다면, 차라리 보유수량 상한제가 정책 목적에 훨씬 부합합니다.
개인별 최대 보유수량을 제한하고, 당일 누적 매수수량도 같은 한도로 관리하며, 사용하지 않은 한도는 다음 거래일로 이월하지 않고 리셋하면 됩니다.
이 방식이라면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형평성을 지킬 수 있고,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레버리지 노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으며, 무한 물타기와 과도한 포지션 확대를 제한해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애초 시장에 이미 출시된 상품을 이제 와서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사실상 일부 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도 부족합니다. 레버가 아예 없으면 모를까 이미 있는 상황인데 시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문을 열어줘야 하지 않습니까?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레버리지를 허용하면 그들이 벌어도 돈이 돈을 부르는 기회를 독점한 걸로 보일 것이고 잃어도 액수가 큰 만큼 사회문제가 되겠죠. 왜 소액 투자자들만 지켜준다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그들을 사실상 시장에서 배척하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불가피하게 시장 개입을 할 것이라면 최소한 정책 목표와 규제 수단이 일치해야 합니다. 현재의 예탁금 규제와 거래단위 제한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에 비해 실효성과 형평성 모두에서 의문이 큽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보유수량 상한제와 같은 대안도 함께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