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조정
상반기 한국 증시는 예상외로 100% 상승했고, 50% 이상 오른 대만 증시와 더불어 아시아 증시의 기술 하드웨어 리레이팅을 주도했다. 일본도 기술주 비중이 40%인 닛케이 지수가 40% 상승했다. 반면 역외 중국,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한편,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아이패드와 맥북의 가격을 20% 인상하기로 발표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15% 인상하기로 하면서 메모리 가격의 급등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 매수처가 조정을 받으면 고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쪽도 예상되는 수요 감소로 인해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웠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하락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기술주들의 추가 하락 폭과 하락 기간, 그리고 이후의 상승 전개 과정이다.
소외주의 반란
최근까지 반도체로의 쏠림은 다른 섹터들의 이익이 지지부진한 반면, 반도체 이익 전망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월 말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로 쏠림 현상은 더욱 강화되었다. KOSPI 내에서 반도체 시가총액이 55%에 육박했고, 외인 펀드가 허용하는 종목당 최고 비중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축소해야 하는 매도분은 추가 하락을 부추긴다. 7월부터 국민연금의 28.8% 초과분이 지수 상승에 따라 매도물량화된다면 이런 추세는 조금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 대상은 소외주 중에서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이익 전망이 양호한 기업임에도, 반도체 쏠림으로 매도 대상이 되었던 종목군이다. 물론 긴 하락 과정에서 기술적 반등 기업은 실적 개선의 여지가 적어 상승 추세 전환이 쉽지 않다.
외인의 180조 매도 이유
외인은 6월에 60조 원어치 한국 주식을 매도해 연초 이후 180조 원어치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를 개인과 금융투자의 ETF가 받아내고 있다. 한국 상장기업들의 이익 성장 속도와 이익 규모가 타국을 압도하고 있음에도 외인들이 지속적으로 매도하는 역설의 핵심은 비중 조정이다. 액티브 펀드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을 덜어내는 강제매도인 셈이다. 유럽 펀드들은 5/10/40 룰이 있고 미국 펀드들은 5/10/50 룰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한 종목 한도는 5%인데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5% 이상 보유한 종목들의 합이 40% 혹은 50%를 초과하면 대략 분기말까지 비중을 줄여야 한다. 유럽과 미국의 아시아 펀드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TSMC 비중이 너무 높아서 이에 대한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특히 최근 비중이 급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도대상이 된 것이다.
3분기가 시작되는 7월에는 강제매도가 점차 일단락되고 벤치마크 비중 조정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최근의 조정과 이익 전망치 상향으로 외인의 일부 매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실질적인 매수 주체는 국내 개인들과 ETF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과 ETF가 두 회사의 주된 매수세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증시 주변의 유동성 환경
지난주 오랜만에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었다. M7 주식들이 과도한 설비투자와 주식, 채권 발행으로 단기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되면서 고점 대비 평균 15% 이상 하락했던 것이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반도체 회사들과 유럽의 소비재·은행 분야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자금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유통물량이 4%에 불과한 스페이스X의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7월말에 시장에 나오고, 4분기에 앤트로픽의 IPO가 가세하면 증시에 적지 않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오픈AI의 IPO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물량 부담을 다소 완화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금리 기조가 인상에서 인하로 바뀐다면 중간선거 전후를 기점으로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름은 아무래도 Risk-Off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 물론,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정부가 큰 폭의 하락 국면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역대급 주주환원
향후 3년간 국내 반도체 양강의 주주환원율은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상 분리과세 혜택을 고려해 배당 성향을 25%로 잡고, 나머지 재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두 회사의 자금 집행 규모를 추산해 볼 수 있다.
2026년 삼성전자의 예상 FCF는 약 300조 원 규모다. 이에 따라 약 75조 원의 배당과 75조 원의 자사주 매입이 유력하다. 여기에 한 가지 강력한 모멘텀이 더해진다. 3년간 예상되는 영업이익 1,200조 원의 10.5%를 자사주 형태의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세후 약 8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2027년 이후에도 경영 실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주주환원과 성과급의 시너지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역대급 행보가 기대된다. 2026년 예상 FCF 220조 원 중 약 55조 원은 배당으로, 55조 원은 자사주 매입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향후 미국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상장 이후 약 45조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추가로 예상되면서,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의 이익 전망이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구간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고배당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동시에 맞물리는 상황은 무척 고무적이다. 이는 과거 엔비디아와 애플이 폭발적인 이익 성장기와 맞물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감행하며 주가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던 황금기를 연상시키며, 향후 국내 반도체 주가의 강한 재평가(Re-rating)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중략)
그럼에도 핵심 테마는 바뀌지 않는다.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망은 여전히 가장 강한 축이고, 2030년까지 전 세계 토큰 수요가 24배 늘어나는 경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7년에 더 커지고 2028년, 경우에 따라 2029~2030년까지 깊은 부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메모리, 전력기기, 냉각기기, 통신기기 등 인공지능 관련 인프라, 네트워크 등의 이익이 점증할 수밖에 없는 서사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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